동거를 시작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 아침, 문준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여보세요? 아, 비서님... 네? 할아버지께서요?"
청비가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다가 돌아봤다. 문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 오후에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문준호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빠, 무슨 일이에요?"
"청비 씨... 제가 아직 말 못 한 게 있어요."
청비가 그의 옆에 앉았다.
"뭔데요?"
문준호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제 할아버지가... MS그룹 문태준 회장이세요."
청비의 눈이 커졌다. MS그룹은 대한민국 5대 재벌 중 하나였다.
"그럼 오빠가..."
"네. 숨겨진 후계자예요. 아버지가 대법관이 되면서 경영권을 포기했지만, 할아버지는 저를 후계자로 점찍으셨어요."
청비는 충격에 말을 잃었다.
"왜... 왜 지금까지 말 안 했어요?"
"무서웠어요. 청비 씨가 저를 다르게 볼까 봐."
"오빠..."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대 간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할아버지와의 타협이었어요. 의대 졸업하고 레지던트까지 마치면 자유를 주신다고."
청비가 그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저도 김진국 회장 딸이잖아요. 우리 처지가 비슷하네요."
"청비 씨는 화 안 나요?"
"솔직히 서운하긴 해요. 하지만... 이해해요. 저도 처음엔 제 신분을 숨기고 싶었으니까."
문준호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늘 오후에 할아버지를 만나야 해요. 아마..."
"뭔가 요구하실 거예요?"
"네. 그리고 청비 씨 얘기도 아실 거예요."
두 사람은 불안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날 오후, 문준호는 한남동의 MS그룹 회장 자택으로 갔다. 청비는 혼자 집에서 기다렸다.
3시간 후, 문준호가 지친 얼굴로 돌아왔다.
"어떻게 됐어요?"
"할아버지가... 미국으로 가래요."
"미국이요?"
"하버드 MBA 과정이요. 2년. 그 후에 MS그룹 경영 수업을 받으라고."
청비의 얼굴이 굳었다.
"언제부터요?"
"9월부터요. 3개월 남았어요."
"그럼... 우리는?"
문준호가 청비를 꼭 안았다.
"같이 가요."
"오빠..."
"아니면 제가 안 갈게요. 할아버지 뜻을 거역하더라도."
청비는 눈물이 났다. 문준호가 포기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안 돼요. 오빠 미래가 걸린 일이에요."
"청비 씨가 더 중요해요."
"오빠..."
두 사람은 한참을 안고 있었다.
"일단... 시간을 갖고 생각해요."
"네."
며칠 후, 청비는 결심을 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척하다가 문준호에게 전화했다.
"오빠, 오늘 일찍 들어올 수 있어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할 말이 있어요."
저녁, 문준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청비 씨, 무슨..."
"오빠, 앉아요."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저... 사실 처음부터 오빠를 사랑했어요."
"갑자기 왜..."
"들어요. 제주 해변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그때부터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문준호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봤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