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삶다.

by 산들강바람

오늘 나는 계란을 삶는다.
아침에 시장에서 무심히 집어 든 한 판의 계란은 그저 식재료일 뿐이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에 쥔 계란의 묵직한 감촉이 묘하게 마음을 울렸다. 계란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고, 너무 흔해서 특별할 것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냄비에 물을 붓고, 계란을 하나씩 조심스레 담그는 순간, 나는 그것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삶의 은유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계란은 흔들린다. 투명한 물결 속에서 하얀 껍질이 부딪히며 작은 소리를 낸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하루 같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계란은 점점 단단해지고, 껍질 속 노른자는 고요히 자리를 잡는다. 삶도 그렇다. 불안과 혼란 속에서 우리는 흔들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단단해지고 새로운 형태로 변한다.

나는 삶은 계란을 기다리며 창밖을 바라본다. 겨울 햇살은 희미하고, 바람은 차갑다. 그러나 냄비 속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다. 차가움과 뜨거움, 고요와 소란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순간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삶은 언제나 이 두 가지가 교차하는 공간 속에서 이어지지 않는가.

삶은 기다림이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계란이 익기를 기다리고, 껍질이 벗겨지기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인내를 배우고, 변화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맛을 얻는다.

껍질을 벗긴 계란은 매끈하다. 체면도, 욕망도, 두려움도 벗겨낸 듯 단순하다. 그 단순함 속에서 오히려 깊은 맛이 나온다. 사람도 그렇다. 껍질을 벗어야만 진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껍질은 보호막이지만 동시에 벗겨져야만 본질이 드러난다. 계란은 껍질을 벗고 나서야 비로소 그 고유한 맛을 선사한다.

나는 삶은 계란을 한 입 베어 문다. 따뜻한 흰자 속에 노른자가 고요히 자리한다. 그 소박한 맛이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채운다. 작은 수고가 내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듯하다.

계란은 삶는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반숙은 부드럽고, 완숙은 단단하다. 사람도 그렇다. 어떤 이는 부드럽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단단하게 버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삶 속에서 자기만의 맛을 낸다는 것이다.

나는 문득 생각한다. 계란을 삶는 이 단순한 행위가 왜 이렇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킬까. 아마도 삶은 늘 사소한 순간 속에서 본질을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작은 일상 속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삶은 계란 한 알 속에 담겨 있다. 단단해지기 위해 뜨거운 시간을 견디고, 껍질을 벗어내며 본질을 드러내고, 소박하지만 든든한 맛으로 하루를 채운다. 나는 오늘 그 계란을 통해 나의 삶을 다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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