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언제나 조용히 다가온다. 가을의 마지막 낙엽이 바람에 실려 사라질 즈음, 문득 아침 공기가 차갑게 느껴지고, 창밖의 풍경이 서서히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우리는 겨울이 왔음을 깨닫는다. 그 차가움 속에서 사람들은 따뜻함을 찾는다. 누군가는 두툼한 코트를 꺼내 입고, 누군가는 전기장판을 켜며, 또 누군가는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데운다.
나에게 겨울은 커피와 함께하는 계절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포트를 켜는 것이다. 물이 끓는 소리, 커피가 추출되는 향기, 그리고 손에 닿는 따뜻한 머그잔의 감촉은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진다. 창밖으로 보이는 서리가 내린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그 차가운 계절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히려 그 속에서 따뜻함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겨울의 추위는 사람을 움츠리게 하지만, 동시에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여름의 활기와 가을의 풍요로움이 지나간 자리에는 고요함이 남는다.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 마주한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겨울은 그렇게 우리에게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어느 날, 눈이 내렸다. 도시의 소음이 눈에 덮여 조용해지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느려졌다. 나는 그날도 커피를 내렸다. 창가에 앉아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 세상이 멈춘 듯한 평온함이 찾아왔다. 커피의 향은 더욱 진하게 느껴졌고, 그 따뜻함은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그날의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겨울을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였다.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겨울날 친구와 카페에서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특별하다. 차가운 날씨 덕분에 우리는 더 오래 앉아 있게 되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커피 한 잔이 만들어주는 그 따뜻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 때로는 말없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커피는 그런 순간을 가능하게 해 준다.
겨울의 밤은 길다. 그 긴 밤을 견디게 해주는 것도 커피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 혹은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그 모든 순간에 커피는 함께한다. 커피의 온기는 손끝에서 시작해 마음으로 퍼진다. 그 온기 덕분에 우리는 추운 밤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다.
나는 겨울이 좋다. 그 차가움 속에서 따뜻함을 찾는 과정이 좋고, 그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좋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커피가 함께 있어서 좋다. 커피 한 잔에 추위를 녹이며, 겨울의 추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작은 기쁨이자 큰 위로다.
겨울은 지나간다. 눈은 녹고, 바람은 따뜻해지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우리는 다시 봄을 맞이한다. 하지만 겨울이 남긴 커피의 향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다. 그 향은 추운 날의 따뜻함을, 고요한 시간의 사색을, 그리고 사람과 나눈 온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매년 겨울을 기다린다.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그 특별한 계절을 다시 맞이하기 위해. 겨울은 단지 추운 계절이 아니라, 커피와 함께 마음을 데우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