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한 여정

by 산들강바람

제3장: 위험한 동거 (후반부)

[친구인 척, 사랑하는 사이 - 계속]

관람차 안에서

"우리가... 정말 친구일까요?"

문준호의 질문이 좁은 관람차 안에 울렸다. 청비는 숨을 멈춘 채 그를 바라봤다. 석양빛에 물든 그의 얼굴이 너무나 진지했다.

"도령 씨..."

"저는 처음부터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청비의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럼..."

"처음 제주 해변에서 만났을 때부터, 청비 씨는 제게 특별했어요."

문준호가 청비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저도요."

청비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도 도령 씨를 친구로만 생각한 적 없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바로 그때-

덜컹!

관람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이 깨졌다. 두 사람은 어색하게 떨어져 앉았다.

"저..."

"아..."

동시에 말을 꺼낸 두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먼저 말씀하세요."

"아니에요, 도령 씨 먼저."

문준호가 다시 청비의 손을 잡았다. 이번엔 더 확실하게.

"청비 씨, 우리... 진짜가 될까요?"

"진짜요?"

"연인이요. 척이 아니라 진짜."

청비는 대답 대신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관람차가 땅에 닿을 때까지 두 사람은 손을 놓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퍼레이드 볼래요?"

"네."

야간 퍼레이드를 보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있었다. 화려한 불빛들이 춤추는 가운데, 청비는 문준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청비 씨."

"음?"

"후회 안 할 거죠?"

"뭘요?"

"저랑... 이렇게 되는 거요."

청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도령 씨야말로 후회 안 해요? 저 집안 복잡한 거 알잖아요."

"알아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정말?"

"네. 청비 씨만 있으면 돼요."

청비는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문준호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이제 진짜 연인이에요."

"네, 진짜요."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청비는 문준호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 문준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창밖을 봤다. 모든 게 꿈만 같았다.

4월 중순 - 연애의 시작

"오빠!"

도서관 로비에서 청비가 문준호를 불렀다. 며칠 전부터 시작한 호칭이었다.

"왜 그래?"

"오늘 점심 같이 못 먹을 것 같아요. 스터디 모임이 있어서."

"아, 그래? 아쉽네."

문준호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대신 저녁은 같이 먹어요. 제가 요리해 줄게요."

"요리를? 어디서?"

"고시텔 공용 주방에서요. 김치찌개 정도는 할 수 있어요."

"기대할게."

연인이 된 후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청비는 도서관에서 공부했고, 문준호는 병원에서 일했다. 하지만 작은 것들이 달라졌다. 아침 인사에 포옹이 더해졌고, 헤어질 때 가벼운 입맞춤을 나눴다.

저녁 7시, 고시텔 공용 주방.

"와, 냄새 좋다!"

문준호가 들어오자 김치찌개 냄새가 가득했다.

"거의 다 됐어요. 앉아 있어요."

"도와줄까?"

"아니에요. 오빠는 손님이에요."

청비가 앞치마를 하고 요리하는 모습이 새로웠다. 문준호는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맛있어요?"

"진짜 맛있어요. 요리 잘하네?"

"이것밖에 못해요."

"이거면 충분해요."

식사 후 두 사람은 청비의 방에 있었다. 좁은 방이지만 둘이 있으니 아늑했다.

"오빠, 이거 봐요."

청비가 핸드폰을 보여줬다. 에버랜드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이거 프로필 사진으로 하면 안 돼요?"

"왜?"

"너무 예뻐서요. 자랑하고 싶어요."

"오빠..."

문준호가 청비를 안았다.

"사랑해요."

처음으로 나온 고백이었다. 청비는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저도 사랑해요."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길고 달콤한 키스였다.

똑똑.

"청비 씨, 전화 왔어요!"

옆방 사람의 목소리에 두 사람이 놀라 떨어졌다.

"네, 나갈게요!"

청비가 나가고, 문준호는 혼자 남아 미소를 지었다. 연애가 이렇게 좋은 건 줄 몰랐다.

4월 말 - 위기의 시작

"청비야, 이번 주말에 내려올 수 있니?"

어머니의 전화였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정수남이가 서울 지사로 발령받았대. 인사차 집에 들른다고 하는데..."

청비의 표정이 굳었다.

"저 안 갈래요."

"청비야, 한 번만 얼굴 비추고..."

"엄마, 저 남자친구 있어요."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뭐라고?"

"남자친구요. 사귄 지 한 달 됐어요."

"누구? 어디 사는 애야?"

"서울 사람이에요. 의사예요."

"의사?"

어머니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어느 집 아들이니?"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아버지한테도 말해야 해."

"시간 좀 주세요. 아직 시작 단계라서."

전화를 끊고 청비는 한숨을 쉬었다. 문준호에게 전화했다.

"오빠, 정수남이가 서울로 온대요."

"진짜?"

"우리 부모님한테 오빠 얘기했어요. 의사라고만."

"잘했어요. 이제 정수남 씨도 포기하겠죠."

하지만 일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월요일 오후, 청비가 도서관에서 나오는데 정수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청비야."

"... 수남 오빠."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정수남은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여전히 끈적거리는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왜 여기 있어요?"

"널 보러 왔지. 서울 지사장으로 왔어."

"그래서요?"

"같이 저녁 먹자."

"싫어요. 약속 있어요."

청비가 지나가려 하자 정수남이 팔을 잡았다.

"남자친구? 누구야? 얼굴 좀 보자."

"상관없잖아요."

"상관있어. 넌 내 약혼녀야."

"무슨 소리예요? 약혼한 적 없어요."

"부모님들은 다 정했잖아."

바로 그때 문준호가 나타났다.

"청비 씨!"

"오빠..."

문준호가 상황을 파악하고 청비에게 다가왔다.

"괜찮아요?"

"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산들강바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숲의 고요함, 바람의 속삭임, 강과 계곡의 흐름, 그리고 바다의 깊이를 글로 담아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저에게 가장 진실한 위로와 질문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필,소설

5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4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사랑을 위한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