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의 시작은 유독 서늘했다. 단순히 기온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슴 한구석이 조여 오는 통증과 함께 응급실의 붉은 불빛 아래로 빨려 들어갔을 때, 나의 계절은 그곳에서 멈춰버렸다. 심혈관 병동의 차가운 금속 침대,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심박동 모니터의 기계음만이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소리였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약물만큼이나 차가웠던 것은 '혼자'라는 자각이었다. 평생을 함께해 온 가족들과 헤어져 홀로 남겨진 병실에서, 나는 처음으로 생의 밑바닥을 보았다. 면회 시간이 지나고 불이 꺼진 병동의 긴 복도는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겨울 터널 같았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나는 물었다. "나에게도 다시 봄이 올 수 있을까? 아니, 나는 다시 저 창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을까?"
퇴원 후 돌아온 집은 낯설 만큼 고요했다. 가족들의 온기가 빠져나간 자리를 채운 것은 텅 빈 공기뿐이었다. 혼자 차려 먹는 끼니는 모래알처럼 서글펐고, 밤마다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마치 내 심장의 균열을 파고드는 칼날 같았다.
병을 앓고 난 뒤의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벽시계만 바라보곤 했다. 그것은 단순히 신체적 회복의 과정이 아니라, 무너진 마음의 잔해를 하나하나 치워가는 고된 노동이었다. 가족의 부재라는 시린 현실과 건강을 잃은 상실감이 뒤섞여, 나의 첫 번째 '홀로 된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길고 어두웠다.
그리고 오늘 아침, 기적처럼 잠에서 깼다. 가슴의 통증 대신 은은한 평온함이 먼저 나를 반겼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갔다. 굳게 닫혔던 창문을 열자, 쏟아지는 햇살이 내 창백한 뺨을 어루만졌다.
하늘은 놀랍도록 맑았다. 그 따뜻한 기운이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심장이 다시 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는 눈이 내게 남아있다는 것. 겨울은 나를 무너뜨리려 온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살고 싶어 하는지를 일깨워주기 위해 머물렀던 것이다.
나에게도 봄은 오는 건지 묻고 또 물었던 긴긴밤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내 손끝에 머무는 온기로 증명되고 있었다. 가족의 빈자리는 여전히 가슴 한편에 시린 구멍으로 남아있지만, 이제는 그 구멍 사이로 봄바람이 드나들게 두려 한다.
병원에서 사투를 벌일 때 느꼈던 죽음의 공포도, 홀로 남겨진 외로움도, 결국은 이 봄볕 아래서 녹아내릴 고드름에 불과했다. 나는 이제 안다. 봄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끝까지 견뎌낸 자에게만 주어지는 훈장이라는 것을.
창밖의 하늘은 나에게 속삭인다. 고생 많았다고, 이제는 조금 더 따뜻해져도 된다고. 길고 길었던 나의 첫 번째 홀로 된 겨울이 드디어 막을 내리고 있다. 나는 다시 숨을 크게 들이켠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눈부신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