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인(歸鄕印) : 잃어버린 대륙의 기억> 소설

by 산들강바람

제6장: 혈맥(血脈)의 시험


[제1문단 : 검(劍)의 심판(審判)과 무너진 경계]


비도(秘道)의 습한 공기를 가르고 나타난 사내의 청동검(靑銅劍)은, 강 박사가 쥔 거울의 옥빛을 받아 기이한 **살기(殺氣)**를 내뿜었다. 동굴 벽면에 비친 사내의 그림자는 마치 거대한 고구려의 신수(神獸)처럼 일렁였고, 그가 내딛는 한 걸음마다 수천 년간 쌓여온 정적(靜寂)이 유리 조각처럼 깨져 나갔다. 강 박사는 본능적으로 거울을 가슴에 바짝 끌어당겼다. 평생을 유물 너머의 죽은 역사를 복원하는 데 바쳐왔지만, 지금 눈앞의 역사는 서슬 퍼렇게 살아 움직이며 그의 목숨을 **위협(威脅)**하고 있었다. 이것은 더 이상 학문적 탐구가 아니었다. 남쪽에서의 모든 안락을 포기하고 북방의 사선(死線)을 넘은 대가로 치러야 할, 피비린내 나는 **증명(證明)**의 시간이었다.


"강 박사, 뒤로 물러나시오! 저놈은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야!"


최 과장이 권총을 뽑아 들며 포효(咆哮)했다. 그의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에 걸려 있었고, 눈동자는 생존을 향한 지독한 **살의(殺意)**로 가득 찼다. 하지만 강 박사는 움직일 수 없었다. 사내의 시선이 닿는 순간, 손바닥의 낙인이 터질 듯한 고열(高熱)을 내뿜으며 그를 자리에 묶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내는 최 과장의 총구를 무시한 채 오직 강 박사만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 눈동자에는 북한이라는 체제가 주는 세뇌된 충성심이 아니라, 대륙의 혈맥(血脈)을 지키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숭고하고도 **잔혹(殘酷)**한 사명감이 서려 있었다.


서윤은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비현실(非現實)**적인 대치는, 그녀가 믿어왔던 고고학의 모든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북한의 심장부, 그 지하 깊숙한 곳에서 마주한 이 파수꾼은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오직 유물의 주인을 가려내기 위한 **심판자(審判者)**로서 군림하고 있었다. 강 박사는 거칠게 요동치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직감했다. 최 과장의 총탄보다 파수꾼의 검이 빠를 것이며, 그 검끝이 향하는 곳은 자신의 심장이 아니라, 그가 쥔 거울과 그 안에 담긴 민족의 **비원(悲願)**이라는 것을 말이다.


[ 억눌린 총성(銃聲)과 거울의 명응(鳴應)]


강 박사는 그간 살아온 모든 날을 통틀어 이토록 지독한 **압박감(壓迫感)**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서재의 안락함 속에서 잉크 냄새나는 고서를 넘기던 손가락은 이제 피와 흙으로 얼룩진 채, 인류의 시원(始原)을 증명하는 무거운 신물을 지탱하고 있었다. 파수꾼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비도(秘道)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었고, 그의 눈동자 속에는 남쪽의 화려한 도시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태고의 **준엄(嚴峻)**함이 서려 있었다.


"강 박사, 뒤로 물러나시오! 저놈은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야!"


최 과장이 권총을 뽑아 들며 포효(咆哮)했다. 그의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에 걸려 있었고, 눈동자는 생존을 향한 지독한 **살의(殺意)**로 가득 찼다. 하지만 강 박사는 움직일 수 없었다. 사내의 시선이 닿는 순간, 손바닥의 낙인이 터질 듯한 고열(高熱)을 내뿜으며 그를 자리에 묶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내는 최 과장의 총구를 무시한 채 오직 강 박사만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 눈동자에는 북한이라는 체제가 주는 세뇌된 충성심이 아니라, 대륙의 혈맥(血脈)을 지키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숭고하고도 **잔혹(殘酷)**한 사명감이 서려 있었다.

서윤은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비현실(非現實)**적인 대치는, 그녀가 지나온 모든 세월 동안 믿어왔던 고고학의 상식을 무참히 짓밟고 있었다. 최 과장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강 박사는 본능적으로 청동거울을 파수꾼의 검끝을 향해 비스듬히 치켜들었다. 그 순간, 거울의 표면이 격렬하게 진동하며 웅웅 거리는 명응(鳴應) 소리를 냈고, 거울에서 뿜어져 나온 옥빛은 파수꾼의 청동검에 닿자마자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검신(劍身)을 타고 올라가 사내의 팔을 휘감았다. 이제 강 박사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유물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자신의 비겁한 본성을 제물로 바치고 영혼을 통째로 걸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참혹(慘酷)**한 **제례(祭禮)**의 시작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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