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길, 물소리에 마음을 맡기다.

등산

by 산들강바람

아침 공기는 아직 차갑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조심스레 내려앉는다. 등산로 입구에 선 나는 심호흡을 길게 한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마음속 무겁던 외로움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 같다.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던 공허함이, 자연 속에서는 차분히 정리된다.

처음 걷기 시작한 산길은 낯설지만 편안하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계곡물의 흐름, 가끔 나무에서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 아무 말 없이 그런 풍경 속을 걷다 보면 내 안에 쌓여 있던 말들이 스스로 정리되는 기분이다.

계곡은 길게 이어져 있다. 바위와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은 쉼 없이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간다. 그 모습은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겠다는 듯하면서도, 부드럽게 모든 것을 품어준다. 나는 그 물소리를 따라 걷는다. 어떤 구간에서는 물살이 거세지고, 또 다른 구간에서는 조용히 고여 있다. 마치 사람의 감정처럼, 외로움도 그렇게 흐르다 멈추고, 다시 흐르는 듯하다.

한참을 걷다가 작은 다리를 건넜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은 맑고 차가워 보인다. 가만히 손을 담갔을 때, 물의 냉기가 피부를 스치며 마음속 무언가를 씻겨내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외로움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단지 누군가가 없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내 안의 나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았다.

길이 점점 가팔라진다. 숨은 차오르고,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런데도 이 고단함이 싫지 않다. 오히려 몸이 움직이고, 마음이 함께 움직이면서 외로움도 함께 걸어가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자주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던 감정. 오늘은 그 감정을 마주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등산로 옆 작은 풀잎 위에 맺힌 이슬을 보고 멈춰 섰다. 얼마나 순수하고, 그 자리에 묵묵히 있는가. 나도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을까. 과거의 일들, 말하지 못했던 생각들, 잃어버린 인연들—그 모든 것이 계곡물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나를 지나가며 흔적을 남겼지만, 다시는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 것들.

산 중턱에 다다랐을 때,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이 멀리까지 보인다. 그 길이 내가 걸어온 길이고, 앞으로 걸어갈 길이다. 꼭 외로움만 있는 길이 아닌, 혼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길. 그리고 언젠가 다른 사람과 나눌 수도 있을 길.

나는 앉아서 도시락을 꺼냈다. 혼자 먹는 식사지만, 주변 소리가 함께해 준다. 물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그것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 같다—"괜찮아, 너는 여기 있어도 좋아."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외로움은 나를 고립시키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더 섬세하게 만드는 감정이었다. 나는 그걸 자연 속에서, 계곡 따라 걷는 길에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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