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를 걷는 마음

파도 위에 떠 있는 작은 배

by 산들강바람

밤의 바다는 하루의 끝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쉰다. 북적이는 낮과는 달리, 고요한 어둠 속에서 마치 세상이 멈춘 듯이 느껴진다. 그 적막 속에서 파도는 리듬을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펼치고 감춘다. 잔잔하게, 때론 거칠게 일렁이는 그 움직임은 감정의 곡선을 닮아 있다. 사람은 파도를 보며 자주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게 된다. 희미한 달빛 아래,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면 지금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게 된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멀리 떠 있는 작은 고깃배. 어둠을 뚫고 불빛 하나 밝힌 채,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 불빛은 언뜻 보아선 작고 연약하지만, 어두운 바다 전체를 밝히는 존재의 중심처럼 빛난다. 저 배 위에는 누가 있을까. 낚싯대를 던지고 있는 이가 있을 수도 있고, 망망대해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누군가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배는 단지 저마다의 항로를 품고 흔들리는 인간 존재의 은유다.


밤바다 위를 떠 있는 고깃배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존재의 상징이다. 인생이라는 바다를 지나가며 우리는 수많은 풍랑을 맞는다. 진로를 잃기도 하고, 잠시 정박하기도 하며, 때때로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나 희미한 불빛을 꺼뜨리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그것이 곧 삶의 의미가 아닐까.

불빛은 단지 물리적 밝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여기 있다’는 신호,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증명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보지 않더라도, 그 존재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마치 한 사람의 마음이 아무 말 없이 오래도록 타오르고 있는 것처럼, 밤바다의 불빛도 그렇게 흔들림 속에서 꿋꿋이 자리하고 있다.


밤바다는 기억을 품고 있다. 낮 동안 수많은 이야기가 오간 바닷가의 흔적을, 조용히 자신의 깊숙한 곳에 가라앉힌다. 파도는 그 기억을 하나씩 다시 끌어올린다. 어떤 날에는 기쁨의 웃음이 되기도 하고, 어떤 밤에는 슬픔의 잔향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바다의 향기와 함께, 시린 바람을 타고 우리 마음에 도달한다.

누군가는 이 바다를 바라보며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자신을 잃었던 어느 시절을 되새긴다. 밤바다는 그렇게 말없이 위로하고, 잔잔한 리듬으로 껴안아 준다. 파도가 살짝 발목을 스쳐갈 때, 우리는 말없이 위로받는다. 고깃배의 불빛은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희망처럼, 아주 작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밤바다는 고독하지만, 그 고독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모두가 함께 있는 듯 고요하고, 아무도 함께하지 않는 듯 외롭다. 그러나 바로 그 틈 사이에 인간의 존재가 깃든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바라본 수평선 너머는 끝이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방향을 찾는다. 불빛을 향해, 파도를 지나, 그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자신만의 항로를 설정한다.

결국 인생도 그러하다.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는 작은 불빛이 있다. 그것은 믿음이고, 사랑이며, 기다림이고, 용서다. 그리고 그 불빛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흔들림을 감내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간과 호랑이 사이의 경계(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