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1
햇살이 온전히 머리 위에 떨어지던 어느 여름날, 아이들은 시냇가를 향해 달려간다. 맑고 투명한 물이 발목을 감싸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들은 신발도 잊고, 시간도 잊은 채 그곳에 모였다. 그 풍경 속엔 미역 감는 아이들, 물고기 잡는 아이들,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다.
시냇가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이 허락한 가장 순수한 놀이터다. 미역을 감는 아이들은 서로 머리를 적시며 웃음을 터뜨린다. 물속에 잠긴 머리카락이 햇빛 아래 반짝이고, 그 모습은 마치 풍경화 속 한 장면 같다. 그들에게는 비누보다 중요한 건, 친구의 웃음소리와 물의 온기다.
물고기 잡는 아이들의 손에는 고기망이든, 아니면 작은 플라스틱 통이든 별 상관이 없다. 그들은 작은 손으로 흐르는 물을 헤집으며 물고기를 찾는다. 고요한 물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작은 생명을 발견할 때의 눈빛은 마치 보물이라도 찾은 듯 반짝인다. 그 순간, 아이들은 사냥꾼도, 탐험가도 된다. 물속 친구들과의 짧은 교감은 세상 그 어떤 과학 수업보다 생생하다.
신발을 벗고 뛰어노는 아이들은 세상의 무게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물을 튀기며 달리는 발걸음, 돌 위에 앉아 수다를 떠는 모습, 서로 물을 끼얹으며 장난치는 손길. 그 모든 것들은 순수함의 상징이다. 그들은 세상의 잣대를 모르고, 오로지 현재의 기쁨만을 살아간다. 그 웃음소리는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나가, 어른들의 지친 마음마저 깨운다.
시냇가는 아이들을 품어주는 너른 품이다. 나뭇잎 사이로 빛이 드리우고, 작은 개구리가 풀숲을 건너며 아이들의 장난을 구경한다. 새소리, 물소리, 아이들 소리가 엉켜서 하나의 자연 오케스트라를 이룬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세상의 일부가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로서의 고독보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집의 식구로서의 따스함이 있다.
이 글을 쓰며 문득 드는 생각은,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시간을 잊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시냇가에 앉아 물을 만지던 손, 물고기와 눈을 마주치던 순간, 친구와의 깔깔 웃음이 있던 그 기억. 그것들이 지금 우리의 삶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이들은 여전히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이 시냇가에서 배우는 것은 책 속에 있는 지식이 아니라, 관계의 의미, 자연과 교감하는 법, 그리고 살아 있는 순간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것은 어른들도 다시 배워야 할 삶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