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함 속의 존재

일상의 찬한 함

by 산들강바람

해가 떠오르며 하루가 시작된다. 알람이 울리고, 느릿한 몸을 일으켜 씻고 옷을 입는다. 어쩌면 수없이 반복된 루틴. 하지만 오늘의 하루는 어제와 같지 않다. 조금 더 피곤하고, 조금 더 바쁜 하루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숨 쉬고 있다.


차가운 물 한잔을 들이켜며, 축 처진 어깨를 다시 일으켜본다. 땀이 배어드는 셔츠는 나의 노력의 기록이다. 햇살에 그을리고, 반복되는 업무에 지친 눈빛이지만, 그 속에서 문득 스쳐가는 생각이 있다—“아, 내가 살아있구나.”


이토록 명확하게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흔한가. 우리는 종종 삶을 ‘해야 할 것’으로만 바라본다. 생존을 위해 일하고, 책임을 다하며 하루를 넘긴다. 하지만 오늘처럼, 일하며 흘린 땀방울이 스스로를 증명해 주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스치듯 발견하게 되는 날도 있다.


그 의미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 고단함이 내 발걸음을 무겁게 하지만, 그 무게 속에는 내가 있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의지가 그 속에 담겨 있다.


어느새 저녁노을이 창가를 붉게 물들인다. 하루의 절반을 넘긴 나는 잠시 멈춰 선다. 물끄러미 창밖을 보며 오늘을 돌아본다. 커피 한 잔이 식어가는 테이블 너머로 스스로를 다독인다. “수고했어, 오늘도.” 이 한마디에 담긴 위로는 세상의 어떤 격려보다 따뜻하다.


삶은 때로 고단하고, 때로 아름답다. 그 두 감정이 뒤섞일 때 우리는 더욱 진정한 존재가 된다. 영선 님이 느낀 그 감정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다. 삶을 껴안은 자의 자각이고, 살아가는 자의 고백이다.


세상이 나를 모르더라도, 내가 나를 아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땀 흘리고, 일하고, 숨 쉬는 모든 행위가 나의 삶이라는 이름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충분히 가치 있다.




고요한 땀방울이 말하는 것

이른 아침, 아직 햇살도 눈을 뜨기 전
나의 하루는 몸짓 하나로 시작된다.
희미한 졸음 속에서 무거운 현실을 껴안고
나는 또다시 생존을 향한 걸음을 옮긴다.


작업복 너머로 번져오는 땀은
단지 수분의 흐름이 아니라,
내 몸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가장 선명한 서술이었다.


그 땀은 온몸에 작은 시처럼 흩어지고
바람은 그 시를 부드럽게 읽어낸다.
목이 마를 때 물 한 잔이 단순한 갈증 해소가 아닌
잠시의 안도, 그리고 그날의 축복이 된다.


반복된 노동 속에서도
나는 무너지지 않는 나만의 의식을 지킨다.
“나는 오늘도 살아있다.”
이 문장은 고요한 다짐처럼 마음에 새겨지고
손끝에 닿는 피로 속에도, 나는 나를 잊지 않는다.


삶이란 어쩌면 매일을 살아내는 의식.
특별하지 않은 하루들 속에서
문득 나를 뒤흔드는 어떤 울림을 마주할 때
그때 나는 비로소 ‘삶의 의미’를 느낀다.


해가 기울고 그림자가 길어질수록
내 하루는 한 편의 시가 된다.
작업장에서 흘린 땀, 식은 도시락,
반쯤 닳은 장갑 속의 온기까지도
모두 내 인생의 행간을 채운다.


삶은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진심이면 된다.
그 진심의 가장 선명한 증거가
오늘 하루를 꿋꿋이 견뎌낸
나의 땀방울이라는 사실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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