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하늘과 거리의 바람,

삶의 리듬에 대한

by 산들강바람

한참을 내리던 비가 멈추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하게 열린 하늘. 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 곳곳은 여전히 축축하지만, 공기엔 맑은 기운이 퍼진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단순한 푸름이 아니다. 구름 사이로 비친 햇살은 이질적일 정도로 따뜻하고, 마치 세상이 한 번 정화된 듯한 느낌이 든다.

도심의 거리는 평소와 다르다. 빗물이 스며든 보도블록 위로 사람들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우산을 접어 가방에 넣는 순간,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곳엔 평범하지만 특별한 파란빛이 흘러 있고, 무언가 다시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돈다.


바람이 분다. 부드럽지만 분명한 방향을 가지고, 사람들의 옷자락을 흔든다. 이 바람엔 이야기가 있다. 마치 ‘장마가 끝났다’고 말하는 것처럼, 혹은 ‘곧 여름이 다시 시작된다’고 귓속말하는 것처럼. 거리의 바람은 단순히 공기의 흐름이 아니다. 그것은 계절의 전환을 알려주는 메신저이며, 순간의 감정에 색을 입히는 감각이다.

하지만 그 바람엔 이상한 온기가 섞여 있다. 차갑지도, 상쾌하지도 않다. 오히려 등 뒤로 무겁게 내려앉는 느낌. 이 바람은 여름이다. 이제 막 찾아온 계절의 숨결이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그 고요한 따뜻함은 갑작스러운 열기로 변한다. 비로 촉촉했던 공기가 이제 후끈후끈 달아오른다. 거리의 아스팔트는 햇빛을 머금고 열을 내뿜는다.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 움직이고, 작은 나무 그늘 아래에도 잠시 숨을 고른다.

무더위는 늘 조용히 스며든다. 그것은 공격적이지 않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갖는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돌아가는 실내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거리의 카페에선 아이스커피와 냉수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간. 사람들은 이 더위를 이겨내는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버텨낸다.


무더위 속에서도, 이 짧은 순간이 주는 평온함은 삶의 한 조각처럼 소중하다. 비 갠 하늘이 전해주는 맑음, 거리의 바람이 불러일으키는 기억, 그리고 다시 시작된 무더위가 만들어내는 나른한 흐름은 우리를 멈춰 서게 한다.

계절은 반복되고, 날씨는 다시 변하겠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매번 새롭다. 익숙함 속에서 찾아낸 낯선 아름다움.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작은 기적 아닐까.

하늘은 비로 씻기고, 바람은 계절을 실어 나르고, 더위는 조용히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그 속에서 우리는 오늘의 시간을 기억하고, 또 잊는다. 그렇게 여름은 시작되고, 우리는 그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맑고 청명한 하늘 아래, 젖은 거리와.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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