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무게

by 산들강바람

지금 이 순간, 나는 이 도시의 한복판에 서 있다. 발아래 아스팔트는 낮의 열기를 머금고 후끈거리고, 쉴 틈 없이 내달리는 차들은 저마다의 엔진 소리를 토해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 소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수많은 욕망과 절망, 그리고 희미한 희망이 뒤섞인 생명의 소음이다. 고개를 들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회색빛 건물들이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그들의 창문은 모두 똑같은 네모난 형태로,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을 사람들의 얼굴을 비춰주지 않는다.


도로변 가로수는 짙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힘겹게 서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공기는 탁하고 무거워,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 속까지 텁텁해지는 기분이다. 사람들은 모두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누군가는 전화를 받으며 초조한 표정을 짓고,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고 자신만의 세계에 침범하려는 모든 소리를 차단한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무관심이 뒤섞여 있지만, 그 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치열함이 느껴진다.


이곳에는 낭만적인 이야기도, 아름다운 추억도 없다. 과거를 회상하며 웃을 여유도, 미래를 꿈꾸며 설렐 시간도 없다. 오직 '오늘'이라는 현실만이 전부다. 우리는 이 냉혹한 풍경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좌절하며, 또 때로는 아주 작은 성취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풍겨오는 매콤한 떡볶이 냄새, 전철역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의 지친 어깨, 퇴근길 만원 버스 창가에 비친 나의 흐릿한 얼굴.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풍경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욱 진실하고 솔직한 풍경.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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