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신부인 May 17. 2024

공직자가 공직을 왜 떠나겠어

공무원 포함, 공공기관, 공직유관단체 직원도 도비가 된다

유튜버 충주맨으로 유명한 김선태 주무관이 쓴 기고문을 보았다.

MZ세대의 공무원 응시율이 적고, 퇴사하는 5가지 이유에 대해서다.

그는 저임금, 과중한 업무, 잦은 욕설과 폭행 피해, 경직된 조직문화,

공무원을 향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 이 5가지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여기에 덧붙여 공직자가 떠나는 사유에 대해 몇 자 덧붙여 보려 한다.

참고로, 공직자라는 안에 공무원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등 공직유관단체가 포함된다. 


평가 그 자체를 위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일을 위한 일의 끝판왕'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영리기업에서 중요한 게 매출, 생산성 등의 '재무적 지표'라면,

공공부문에서는 재무적 지표도 중요하지만 다른 평정요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

게다가 정부부처에서 얼마나 많은 지표를 매년 조금씩 다르게 쏟아내는가.

기재부를 필두로 복지부, 중기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정량, 정성적으로 실적을 압박한다. 

평정요소가 늘어날수록 담당자의 부가 업무는 과중해진다.

본사의 담당자는 다시 지사의 담당자들에게 업무를 할당하는데,

대개 본사 인력이 지사보다 많은 것을 감안하면 지사에서는 1명이 여러 담당을 할 수밖에 없다.

소위 말해, 일 시키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일 할 사람이 적어지는 셈이다. 

본연의 업무분장 따위 무색해지고, 급한 요구자료가 몰아칠 때면 시간외 근무는 필연적이다.

자기 할 일만 하고 살 수가 없다. 

창의성 발현과 업무적 발전을 도모할 시간적 여유가 나지 않는 때가 빈번하다.

이 와중에 소수지만 성과를 내기도 하고 인수인계도 원활히 하는 직원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더구나 비계량평가는 보고서 예쁘게 쓰기 경진대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쓰기 위해서 연초부터 틀을 짜고, 연구용역을 맡기고, 비싼 교육비를 주고 대응 방안을 학습한다.

보고서 집중 작성 기간엔 큰 돈을 들여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여기서 이득을 보는 과연 누구일까. 국민일까. 공무원일까. 아니면 국가일까.


솔직히, 정부 부처 각 담당자가 모든 기관들을 평가할 수가 없다.

실사단계까지 들어가면 평가단을 모집해서 위임하는데, 대개 내로라 하는 교수진들이 다수 포함된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그들은 과연 행정을 이론적으로 아는가, 실천을 해보았는가. 국민에게 민원은 받아봤는가. 

일견 타당할 수 있을 지적사항은, 

평가자 입장에서는 일회성 발언에 그칠 수도 있으나 실무자들은 피가 말린다.

다시 또 담당자가 정해지고, 본사는 또 지사에게 할당하겠지. 업무는 돌고 도니까 누군가가 해결하겠지.


공공기관 평가 결과가 잘 나오면 인센티브가 있긴 있다.

그런데 몇몇 언론에서 공격적으로 언급하듯, '성과급 파티' 같은 건 대부분 없다.

임원급이야 연봉 대비 일정 %를 받지만,

실무자급은 월봉의 일정 비율에 또 일정 비율을 곱하게 된다.

하위직으로 갈수록 더욱 작디 작은 성과급이 된다. 요즘 같은 물가엔 소고기 사먹는 것도 사치일 정도로.

일련의 과정에서 대체 어떤 보람을 찾겠는가. 

이거 할 시간과 비용을 들여 좀 더 실질적으로 민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계획은 윗선에서 짜고, 실적은 쥐어짜고!


상위 직급에서 제발 섣불리 뭘 얘기 안했으면 좋겠다. 

제발 공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공직유관단체가 다 같은 업종이 아니므로 일괄적인 성과를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무선과 충분한 상의를 해줬으면 좋겠다. 


수년 전, 윗선에서 이런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몇년도부터 몇년도까지 OO에 관한 실적 자료를 받고 싶은데요.'

'언제까지 필요하세요?'

'오늘까지요.'


요청하면 바로 줄 수 있는 자료가 있고, 그렇지 않은 자료가 있다.

빨리빨리의 민족이라 빨리 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 

요청받는 이도 다 자기 업무가 있고 우선순위가 있으며, 사정이 있지 않겠는가. 

영화 듄에 나오는 멘타트(인간 컴퓨터)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큰 요구가 오면 곤란하다.

심지어 예전에 기관 차원에서 보냈는데도 찾아보지도 않고 대뜸 요구하는 경우들도 왕왕 있다.

그들의 입장에선 이게 더 빠를 것 같으니까.


때떄로 꺼낼 수 없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사자성어 중에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는데...'


고위직 개방형 직위제


겪어보건대, 모든 고위직들은 바뀔 적마다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안고 온다.

전을 부치는 것도 아닌데 뒤집개로 뒤집듯, 바뀔 때가 있다.

오랜기간 근무를 해서 상위직으로 올라간 노련한 실무형 고위직과,

외부기관에 오래 있다가 퇴직하고 입사한 개방형 직위자 간엔 큰 차이가 있다.

기관에 대한 이해도 적을 뿐더러 때로는 말이 안되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전보다 경직된 조직문화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경우가 있다.


전부터 내 소신은 고위직 개방형 직위제를 폐지했으면 하는 것이다.

실무자급에서 변호사 등 전문자격을 보유한 이가 온다면 법률, 행정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고,

옆에서 현장 일을 보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도 된다지만,

2~3년마다 바뀌는 고위직을 보며 배울만한 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이다. 


덧붙이건대, 제발 실무자 말 좀 잘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안된다고 하면 이게 왜 안돼? 라고 혼내기보단 그냥 그 자체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무연고지 인사발령  


요즘 MZ세대들이 피하고 싶은 선택지가 있다면 바로 무연고지 근무일 것이다.

관사가 없거나 미지원인 경우 혹은 근무지에서 먼 거리에서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으며,

도시지역이 아닌 농촌의 경우 주거지 선택권이 별로 없거나, 집세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갓 입사한 신입이면 작고 소중한 월급을 받는데, 자취라도 시작하는 날엔 더욱 작아진다.

그런데 일은 많아지고, 월급 빼고 다 오른다. 


본인 역시 입사 초반에는 별 생각 없이 연고지를 떠나 근무하는 것을 소명의식처럼 여겼지만

머리가 굵어지고 보니 정주여건, 고향, 가족이 점점 소중해졌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이 끝나고나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때때로 막막해진다.

그 옛날 농촌사회처럼 마을 모두가 아이를 돌봐주는 상황도 아니니 말이다.


일련의 사유들로 점점 식어만 가는 열정에, 사명감과 명예보다는 

좀 더 손에 잡히는 실질적인 게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동기들마저 하나, 둘 씩 퇴사 또는 이직하거나, 휴직하는 상황을 보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시름이 깊어가는 이 때에 종종 마음이 힘겨울 때 들었던 노래 가사 하나를 읊고 싶다.


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이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누구도 말을 않네.
슬퍼질 땐 차라리 나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 조용필 '꿈' - 


#MZ세대 #공직자 #직장생활 #퇴사 #퇴직 #의원면직

작가의 이전글 자연분만, 순산을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