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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신부인 May 09. 2024

자연분만, 순산을 위하여

키작은 임신성 당뇨 산모, 종합병원 전원 후 초진을 받다

원치않게, 임신 34주에 산부인과를 옮기게 됐다.

기존에 다니던 분만병원이 재정난을 이유로 더 이상 진료를 보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으므로.

시험관 아기, 만 35세 이상 고령임신, 임신성 당뇨라는 고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산모이기에...

섣불리 옮기기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상당했다.

고민 끝에, 다녔던 난임센터와 가까운 2차 병원을 선택했고 드디어 전원 후 첫 진료를 보았다. 


자연분만을 원하는 이유


분만의 방법은 크게 자연분만, 제왕절개로 나뉜다.

전자를 질식분만이라고도 하며, 진통에 의해 자궁 경부가 얇아지고 열리면서 

태아가 질을 통해 바깥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을 말한다.

후자는 역아, 전치태반 등의 사유로 자연분만이 어려울 때 산모의 복부를 갈라 자궁을 직접 절개하여

태아를 꺼내는 수술법을 말한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특히 자연분만의 장점은 빠른 회복속도, 산도를 통과하면서 생기는 아기의 면역력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단점은 모든 어머니들이 겪었듯, 지난한 진통, 통증, 회음부 손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제왕절개의 장점은 자연분만의 단점을 상쇄한다는 것이며,

원하는 날을 담당의와 협의하여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전하다고는 알려져 있지만 복부를 절개하는 방식이므로 복부에 흉터가 남을 수 있다는 점은 큰 단점이다.

나중에 둘째를 생각하더라도 브이백(제왕절개 이후 자연분만)이 어려울 수도 있음은 물론이고...


솔직히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응급 상황 등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게 고통이 따르더라도 자연분만으로 하고 싶었다. 

복부에 흉터가 남는 걸 원치 않았고, 5일간 입원하는 것도 싫고, 

어차피 제왕이나 자연분만이나 각기 고통이 따르는 건 매한가지기에 선불이냐 후불이냐의 차이 뿐이니.

그러나 나의 당뇨 혈당관리 기록장을 본, 담당의는 연신 뼈를 때리는 말로 나를 성찰케했다.  


"공복 혈당이 종종 튀는 경우가 있네요"

"식단도 엄격하게 하진 않나봅니다"

"OO씨는 키가 작은데, 태아가 100명 중 18번째로 무거워요" 

"자연분만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음 3주차 내원 때 내진하고 결정합시다"



자연분만, 순산을 위한 혈당관리

지난 3월, 임신성 당뇨를 진단받고 내분비내과에서 받은 혈당 기록장.

보통의 경우 공복혈당 100, 식후 2시간 140 이하이면 정상 범위에 해당하나

임신성 당뇨 환자는 식전 99, 식후 2시간 129 이하로 관리하라고 안내받았던 터다. 


솔직히... 전부 다 잘 지켰던 것은 아니다.

출산휴가 들어오기 전까지 회사생활 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때 과자를 먹은 적도 있다. 

맛있는 건 왜 거진 탄수화물인가! 탄식을 금할 길이 없다!

금번에 전문의가 꼽은 포인트는 정확하게 내 양심을 정조준했고, 10점 만점의 10점이었다.

누군가에게 지적받았다는 서운함보다, 

아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 반성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곧 태어날 아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으랴!

전부 식탐이라는 유혹을 참지 못한 내 탓이거늘. 


앞으로 남은 3주라는 기간 동안,

공복혈당 95 이하, 식후 2시간 120이하라는 엄격한 기준을 제안받았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없으면 개선할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있다. 

이미 하루에 4번씩 채혈하여 기록하고 있으니, 

나의 식단, 운동 성과에 대한 결과는 객관적으로 수치화가 가능하며,

그 어떤 사유로든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는 오롯이 나의 불찰 내지 과오일 것이다.


하지 말라면 꼭 하고 싶어지는 묘한 반발감을 의식적으로 저지할테다.  

밀가루 및 단순 당류가 포함된 군것질 금지, 탄수화물 자제를 위해

남편에게도 단단히 협조를 구했다. 회사에서 간식 좀 가져오지 말아 달라고.

견물생심이라, 보이면 또 식탐을 참지 못할 수 있어 아예 시야에서 치워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햄, 소시지 같은 2차, 3차 가공식품도 몸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가급적 채소, 육류, 생선 등의 자연물을 원료로 한 조리해서 먹되, 과식하지 않을 것이며,

임산부 농산물 꾸러미 지원제도, 지역상품권을 최대한 활용해서 식비도 절감해야겠다.


당당히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딛은 오늘 하루, 

공복이 96으로 약간 초과한 것 외에는 식후 혈당은 모두 120 미만으로 안정권이다.

아가야, 바라건대 나의 노력을 알아주렴. 

무사히 순산하는 그 날까지 최대한 식욕을 억눌러볼테니...


#임신성당뇨 #당뇨 #임산부 #산모 #임신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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