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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신부인 Aug 15. 2024

육아 근무, 야근, 새벽근무 이상 無!

2개월 아기 키우는 24시간 

새벽 4~6시


헛울음이 몇 번 있던 걸 애써 무시하고 1분만 더 자보려 했는데, 심장이 덜컥거린다.

원체 잠귀가 밝았지만 아기를 낳고 보니 더욱 민감해져서 귓가에 울리는 자극이 심장까지 가나보다.

에, 에- 하는 소리가 몇 번 더 들리고 나서야 결국 고단함을 이겨내고 남편과 함께 일어난다.

더 버텼다가 강성울음터지면 이후 숙면은 말짱 꽝이기에.

소등돼 있어 구분하긴 어렵지만 아마 우리 둘 다 다크써클이 턱밑까지 내려왔을 것이다.


남편은 기저귀를 갈고, 나는 맘마존에서 분유제조기 버튼을 눌러 대령한다.

그가 아기를 옮겨 수유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옆으로 다가가 아기 턱밑에 손수건을 깔아준다.

'젖먹던 힘'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힘차게 빨아올리는 소리, 목으로 분유를 넘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급히 먹다가 탈나면 안되는데, 여간 배고픈 게 아니었구나! 


3.54kg로 태어난 아기는 2개월만에 벌크업해서 6kg에 달한다. 

그래서 나혼자 둥가둥가 안아주기엔 상당히 무게감이 있고 오래 안으면 손목이 나갈 것 같다.

뒷정리를 도와주곤 고단한 몸을 침대에 기대 잠을 청한다.

꿈수유를 하면 트림을 잘 안 하기에, 

남편은 약 10분간 아기 목을 어깨에 걸치고 쓰다듬어 준 후 아기를 완전히 재우고 내 옆으로 돌아왔다.


아침 8~9시


똥, 오줌 싼 건 잘 참아도 배고픈 건 도저히 못 참나보다.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남편이 씻으러 간 사이에 아기가 깼다. 

발진이 걱정되니 기저귀부터 갈아준 후 수유를 한다. 

다 먹고 나니 트림을 시켜야 하는데 아직 꿈나라에 있는지 눈을 곱게 감고 있다.

이대로 바로 눕혀 재우면 속이 답답하거나 게울 가능성이 높으니 또 10분간 똑바로 안아준 후 눕혔다.

제발, 등센서 작동하지 말아라!

성공! 다행히, 비교적 아침 이른 시간엔 곤히 잠든다. 

이렇게 또 한 번의 맘마 타임을 보낸다.


자정부터 밤새 먹은 흔적, 젖병소독기에 돌려놓은 수유용품들을 얼른 정리한다.

이 시기 약 1시간 정도가 그나마 누릴 수 있는 혼자만의 자유시간이다.

씻고 밥 먹고 이 닦고... 모든 것은 아기 깨기 전에 조용히 치러야 한다.

시간이 좀 남으면 나도 눈을 좀 붙여보겠지만... 아무리 빨리 정리해도 매번 부족하다. 


아침 9시~오후 8시


대다수 직장인들이 근무하는 9 to 6, 퇴근시간까지 합하면 대략 오후 8시까지,

기저귀 > 맘마 > 놀아주기 > 잠시 쉬...지 못하고 다시 놀아주고 달래주기를 반복한다.

특별 이벤트로 빅똥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매번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어떨 때는 수유 중에, 어떨 때는 역류방지쿠션에 눕혀놨을 때!

제일 짜릿한 부분은 양이다.

무슨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아니고 슈뢰딩거의 똥 무더기 수준이다.

많이 먹고 잘 쌌구나~! 누굴 닮아서 이리 쾌변을 볼꼬? 누구겠어. 나겠지...

그 많은 양을 싸고선 나를 보고 씨익- 하고 입 한쪽 꼬리를 올려 한껏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자, 엄마! 나를 봐! 이만큼이나 쌌다고!" 하는 양!

그렇게 웃으면 귀여워 해줄 줄 알고?! 그래! 귀여워해주지!


제발 낮잠 좀 길게, 침대에 누워서 자주면 안되겠니?

오늘도 20분, 30분 토끼잠 일색이다.

그나마도 안아주거나 내 몸 위에 올리고 자야 안심하는 모양이다.


안아줘 요청, 등센서 발동으로 내 어깨와 등, 허리, 무릎은 쉴 새 없이 일을 한다.

부디 남편이 정시 퇴근해서 돌아와주길 손꼽아 기다린다.

육아 최대의 적은 야근과 회식이다.

늘봄학교? 됐고! 불필요한 노동시간을 줄여달라! 

부모가 기를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별안간 격정적으로 울어대서 어르고 달랜 후 분유를 주고 있으려니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 왔다" 라고 해야하는데 솔직히 나의 대타가 왔음을 기뻐하는 마음이 소리를 누를 길이 없다.


오후 8시~12시


남편 밥을 차려주고 밥을 다 먹이면 아기를 맡긴다.

그가 아기를 돌볼 동안 정해진 루틴대로 설거지, 밀린 빨래개기, 밤 수유 준비를 척척 한다.

뭐든 스피드가 생명이다. 그래서 손이 빠른 내가 한다.

남편은 그저 아기만 보고 있으면 된다. 나는 아기를 안아올릴 기력을 모두 소진했으니까.

게임 상 존재하는 레드포션처럼 들이키면 HP가 100% 회복되는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엔 없다.


이제 밤잠 준비를 해야 한다. 

다행히 2개월 되니 낮, 밤 구분은 돼서 수면의식을 잘 거행하기만 하면 성공률이 높다.

38도~40도 사이의 따뜻한 물을 욕조에 대령하니, 남편이 아기를 목욕 시킨다.

머리 감겨줄 때 울지 않는 날이 거의 없지만 

탕 속으로 들어가면 내 뱃속 양수 위에 둥둥 떠다니던 기억때문인지 얌전해진다.

뜨끈하게 목욕하고나니 노곤해졌는지 눈이 절반은 감겨있다.

그러나 이대로 재우면 100% 새벽에 일찍 깬다. 

반드시 막수(마지막 수유)를 하고 재워야 한다.


12시~새벽 4시


일찍 성공하면 12시에 잠들고, 조금 늦게 성공하면 1시에 잠든다.

기저귀 갈고, 먹이고 나서 재우는 건 남편의 몫이고 나는 보조를 한다.

단순 반복 작업이라 대신 시키기 편하니까. 

먹고 난 젖병과 오후 시간대 모인 설거지감을 세척한 후 젖병소독기에 넣고 돌린다.

분유제조기에 남은 가루양, 끓였다 식힌 물 확인 후 보충, 필터 교체까지 마치면 잘 준비 끝이다.

모든 작업이 성공리에 끝난 후 우리 부부 둘은 침대에 함께 눕고 서로를 마주본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요. 사랑해요" 


그리고 다시 일상 반복이다.

아마도 아기가 성장하면서 패턴은 조금씩 바뀌겠지.

언젠가 100일의 기적이 발현되어 아기가 통잠 자는 그 날 함께 맥주를 거나하게 마셔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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