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아기 돌보기 가상 시나리오
육아는 전쟁이다
육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쟁과 비슷한 면이 있다.
1. 전략과 전술 요구: 수면훈련, 수유텀, 배변, 강성울음 대응 등 패턴에 따른 대응을 필요로 함
2. 예측 불가능한 변수: 갑작스러운 강성울음, 예상치 못한 배변, 이유를 알 수 없는 보채기, 원더윅스 등
3. 에너지, 자원 소모: 밤낮없는 아기 돌봄으로 육체, 정신적 피로도 발생, 기저귀 등 육아용품 비용 발생
육아 배틀 시나리오 1화 '대변과 소변'
아래 시나리오는 실전 육아 경험을 각색해 본 것이다.
참고로 엄마인 나는 장군, 남편은 전투원으로 분한다고 가정하였다.
남편 "장군!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아내 "요플레 썩은 냄새가 나는 군. 당장 가서 기저귀를 확인해보게!"
남편은 곧장 아기에게로 달려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해맑게 웃고 있는 표정, 수상하기 짝이없다.
마치 소리 없이 뀌는 방귀처럼 언뜻 봐서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향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코끝에 감도는 찌린내, 이는 분명...
남편 "으아아아악!"
아내 "역시 '대변'인가?!"
남편 "전방에 대변 출몰! 아침부터 베이비 유산균을 먹인 것으로 봐서 상당한 양으로 짐작됩니다!"
아내 "당장 아기 비데에 올릴 준비 하고 따뜻한 물을 대령토록! 그리고 기저귀 갈이대에서 다시 합류한다!"
조심스럽게 공용화장실 세면대에 설치한 비데를 점검하고 물을 틀었다.
여전히 해맑게 웃고만 있는 아기를 들어올려 비데에 고정시키고 기저귀를 벗길 준비를 하는데...
아기 "으아아아아아앙!!!"
그녀가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파닥파닥! 같잖은 팔, 다리를 휘젓는다. 수도꼭지에 발이라도 닿으면 위험한 순간이다.
삼계탕용 닭다리를 꼬듯 원핸드 스킬로 잡은 뒤 조심스럽게 기저귀를 내린다.
남편 "으악! 장군 큰일났습니다!"
아내 "무슨 일인가?!"
남편 "배변량을 확인한 결과, 아기 배꼽 밑까지 대량의 똥이 묻었습니다."
아내 "여자 아기는 위에서 아래로만 씻겨야 하네. 자칫 생식기에 똥물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요로감염 위험이 있어! 물로 헹궈주고 엉덩이 클렌저로 뽀송하게 닦아주게!"
2개월 만에 3.54kg에서 6.3kg로 벌크업한 아기의 무게는 상당했다.
아내의 힘만으로는 벅차 남편이 대응해야만 했다.
시간이 지체되자 아기가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아기 "헤에, 헤에, 헤에 헤에!"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할 수 없는 아기가 '헤' 소리를 반복해서 낸다면 불편하다는 뜻이다.
주로 맘마먹고 트림을 제대로 못해 답답할 때, 원하는 바가 충족되지 않을 때 내는 소리다.
아내 "최대한 빨리 끝내야하네 서두르게! 아기가 불편하다는 소리를 내고 있음이야!"
남편 "빨리 끝내보겠습니다!"
아내 "이번 변의 색상은 어떠한가?"
남편 "녹변입니다."
아내 "이런, 분유에 있는 철분 성분이 덜 소화됐나보군. 정상변이니 경과를 지켜봄세"
모유수유를 하는 아기는 대개 황금변을 보고, 분유의 경우 황색 또는 녹변을 볼 수 있다.
검은색, 갈색, 붉은색 등 특이한 색이 발현되면 당장 소아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마치 쉰내와도 같은 아기 똥냄새는 남편의 현란한 터치와 엉덩이 클렌저의 영향으로 사라졌다.
피부 발진을 방지하려면 뽀송하게 말려 다시 기저귀를 씌워야 한다.
이윽고, 남편, 아내는 기저귀 갈이대에서 합류했다.
기저귀 갈이대에 올려진 기저귀 위에 아기를 올린다.
목을 가누지 못하는 영아를 머리부터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등, 엉덩이 순으로 차분하게 놓아야 한다.
가만히 있어주면 좋으련만, 또다시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결코 쉽지 않은 밴드형 기저귀 붙이기 미션을 클리어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남편 "장군! 아기가 자꾸 움직여 기저귀 수평이 맞지 않습니다"
아내 "아기 몸을 좌우로 밀어가며 가운데를 맞춰보게!"
얌전히 M자 다리로 있어주면 양 옆에 있는 고정 테이프를 붙이기 쉬운데,
다리를 11자로 쭉 펴고 있으면 기저귀가 아래로 밀려 제 위치에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위험하다. 왜냐하면...
남편, 아내 "안돼!"
아가 "(씨익)"
기어코 우려하던 사건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남편 "아... 소변이 패드 위에 새고 말았습니다. 이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아내 "손실이 크군. 우선 기저귀부터 채운 후 패드에 묻은 소변 흔적을 애벌빨래한 후 세탁처리를 해야 하네."
다행히, 여자 아기는 누워있을 때 밑으로 소변이 흐른다.
하지만 남자아이였다면... 필시, 아내나 남편의 얼굴 방향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분사됐을 것이다.
아내 "미리 세탁해 둔 여벌의 방수패드로 교체해주게. 시간이 없네. 얼른 역류방지쿠션에 내려놓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기가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그 이름도 무서운 '등센서'가 발동한 것이다.
자기를 내려놓을 것이라는 걸 기가막히게 탐지하는 아기 고유의 사기 스킬이다.
남편 "안되겠습니다. 당장 아기를 안고 궁디팡팡을 시전해야만 합니다!"
아내 "그게 좋겠네. 부탁하네. 이후 마무리는 내가 하도록 하지!"
그렇게 사이좋게 부부는 아기를 달래고 대소변 처리와 마무리까지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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