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주의자 초보 엄빠의 실전 육아
우리 아기가 벌써 생후 85일차에 접어들었다
육아는 실전이며, 늘 전쟁같고, 예상이 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지쳐가는 체력과 허약한 육신임에도,
육아 중엔 여러 과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스킬을 익히게 되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언급해보려 한다.
한 팔로 아기 안기
심각한 엄빠 품 중독자, 우리 딸래미.
3kg 대 신생아 시절은 어디가고 마트에서 파는 소형 쌀포대 4kg보다 무거운 6kg 대가 돼 버린 그녀.
점점 무거워져서 잘 안들어주려고 하나, 하루도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이성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녀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주된 요구는 다음과 같다: 엄마여, 아빠여 나를 안아라!!!!!!
그러나 평소 독박 육아 중인 나에게, 오직 아기만 안고 있어도 되는 날은 없다.
빨래, 설거지, 청소기 돌리기, 식사 챙기기 등 과업들이 늘 상존한다.
결국 멀티 태스킹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스킬이 바로 '한 팔로 아기 안기'다.
주의사항이 있다면, 목을 전혀 못 가누는 신생아 시기엔 위험해서 목을 받쳐들어야 하며,
한 달 무렵부터 조금씩 터미타임을 실시해 목의 힘을 길러준 후에 시전해야 한다.
또한,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하므로 아기 엉덩이, 허벅지 간 중심점을 잘 가늠해 감싸야 한다.
이 스킬의 유일하면서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아기가 무거워질수록 시전자의 목, 어깨,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늘 아프다. 나도 누워있고 싶다.
기저귀 원 핸드(One hand) 언폴딩
여러 의미로, 아기는 운다.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는 '용변'이며, 스스로 변기에 가서 혼자 눌 수 있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을 요한다.
'나를 안아라 부모여!' 하고 울면서 동시에 기저귀가 흡수한 용변으로 인한 불편감도 호소한다.
우는 아기는 달래줘야 하고,
기저귀를 갈아 줄 준비를 하러 잠시 내려놓으면 '등센서 발동!' 하면서 강성 울음이 표출되니
결국 한 손으로 아기를 안고, 기저귀를 접거나 펼치는 고도의 스킬을 펼쳐야 한다.
굳이 정신 승리를 해보자면, 말초 근육 자극에 아주 도움이 된다고...(?)
손가락, 손, 눈 등의 협응 과정을 통해 어쩌면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고 추정해본다.
아기를 안은 채 발로 모빌 끄기
어째 안 운다 싶어 내려놓았건만,
이제는 금세 질려서 수시로 안아달라 보채는 안아줘병(?) 중기 우리 딸.
보는 이가 없는데 하릴없이 멜로디를 흘려보내는 국민 육아템 T사 아기 모빌의 에너지원을 아껴야 한다.
건전지를 교체하려면 +자 드라이버가 필요한 바, 상당히 번거로운 유지, 보수가 아닐 수 없다.
아기를 안은 채로 허리를 잘못 숙였다간 자칫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몸을 세운채로 아기를 안고, 발가락의 스냅을 이용하여 전원 공급을 차단하는 스킬을 깨우치게 됐다.
다만, 이 스킬을 쓸 때 전제조건이 존재한다.
평평하고 주변에 장애물이 없는 곳에 모빌이 있어야 한다는 것,
발을 드는 동안 아기를 들고있는 내 몸을 지탱할 만한 지지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 밖에도 많은 실전 육아 요령들을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된다.
본인은 분명, 부모님 앞에서 애교도 없는 무뚝뚝한 딸이었는데,
어리고 여린 내 아이 한 번 달래려고 온갖 끼를 부리게 된다. 그렇게 해서라도 달랠 수만 있다면...
자유시간도 별로 없는 나의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그래도 이제는 아기가 통잠이라도 자 줘서 다행이다.
점점 더 성장하겠지, 언젠가는 기고, 또 언젠가는 걷고, 말하게 되겠지.
그 땐 내가 또 다른 육아 요령들을 습득하게 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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