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좀 퇴근시켜줘!

저출생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

by 단신부인
저출생의 진짜 원인


개인적 소견으로, 저출생의 진짜 원인은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급똥 마려운 사람한테는 오직 화장실밖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모두가 자기 앞가림에 급급하고 다른 걸 돌보거나 살필 여유가 없는 듯 하다.

전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서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것이다.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라 점점 오르기만 하는데, '퍼가요~' 연락 러시가 끝나면 가처분 소득은 확 줄어든다.

막말로 진짜 실수령액은 자동이체가 다 빠져나가고 난 이후 금액이라고도 볼 수 있으리라.

저금리 시대에 1억을 모으려면 원금만 약 160만원씩 대략 5년을 부어야 하는데,

2024년 기준 중위소득은 1인 가구가 2,228,445원, 2인 가구가 3,682,609원이라고 한다.

한 달에 약 160만원을 남기고 저축할 수 있을 만한 소득을 얻으려면 얼마나 긴축재정으로 살아야 할까.

라면이나 쌀밥에 물만 말아먹고 살면 가능할까?


1억이 있어도 살만하다 싶은 지역에서는 새 집 사기가 어려우니, 결국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려와야 하는데

사회초년생 출발부터 빚더미로 시작한다면 의욕이 샘솟을 리가 있나.

더구나 일은 또 얼마나 많이 시키는가!

사회중년생(?)인 본인도 다음 달이면 육아휴직 급여가 다 끊기니 당장 먹고 살 고민 뿐인데....


심지어 집값이 한, 두 푼도 아닌데 간 큰 전세 사기꾼이 넘쳐나서 돈을 갈취하고,

흉흉한 묻지마 범죄까지 일어나는 시국에 법조차 제대로 지켜주지 않는다.


'나만 잘 살아야지'가 아니라,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지!'라며 여유가 없을만도 하다.

진짜 남을 신경 쓸 겨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중에 상위 10% 부자들은 점점 잘 사는 것 같다. 참으로 이 양극화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흔한 독박 육아자의 일상


피치못할 개인적 사유로 출산과 육아의 길을 택했건만, 예상했음에도 녹록지 않다.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날 때부터 걷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며,

스스로 분유를 먹는 건 생후 약 6개월부터나 가능하다.

즉, 태어나기 전부터 스스로 어른이 되어 독립하기 전까지는 양육자의 역할이 크고 중요한 것이다.


어린 자녀에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 바로 양육자와 함께 보내는 절대적 시간이다.

눈을 마주치고, 안아주고, 용변을 처리해주고, 밥을 주고, 놀아주며 살뜰히 보육하는 것.

이것이 일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활동이며, 보통 하루 12시간 이상 지속된다.

요즘 모든게 아이 위주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생활 영위를 위한 무언가를 내려놓거나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있다.

늦게까지 일하는 남편의 도움을 바라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릴 수록 본능적이고 제 속마음을 숨길 수 없다.

아빠와 엄마 중에서 누가 좋으냐? 라고 물으면

정답은 바로 아이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교감하며 보내는 사람 아닐까.

그게 우리 집에선 그저 본인일 뿐인 것이다. 내가 단순히 '엄마'라서가 아니라.


남편이 서운해해도 별 수 없는 것이다.

일단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부터가 어나더 레벨인 것을.


도대체 왜 근로시간이 긴 걸까?


2023년 기준 OECD 통계로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872시간으로 상위권에 속한다.

매년 점점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산업, 직종별로 다르고, 자영업의 경우는 더 늦게까지 일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러시아처럼 자원이 풍족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석유, 철강 같은 건 귀히 취급이나 하지, 대한민국은 진짜 사람을 귀하게 취급이나 하는가.

최근 매일경제 기사에 따르면, 그 서울대에서조차 최근 4년간 교수 56명이 해외로 이적했다고 한다.

한국에선 최상위권 대학에, 인지도와 명예도 높은 직장에서 학식이 풍부한 분들이 떠날 정도면 말 다했다.


내 남편은 웬만하면 늦게 퇴근한다. 일이 정말 많은 듯 하다.

그런데 일이 많으면 상식적으로 사람을 충원해주거나 아니면 프로세스 혁신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드물다. 아마 대부분의 K-직장이 그렇지 않을까.

적게 주고, 인력은 덜 뽑고, 일은 많이 시키고...


유능한 관리자가 도망간 자리엔 고인물이 남는다.

무능한 관리자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고, 자기가 잘하는 줄 알고 몽니를 부린다.

쓸데없는 일을 벌이는 게 일상이고, 자기객관화가 안되어 그게 쓸데없는 일인 지조차 모른다.

심지어 사고가 일어날 게 뻔한데도 '괜찮지 않을까?' 라며 피가 날 지도 모를 환부를 덮기에 급급하다.


그러니 인력을 안 뽑아줄거라면 쓸데없는 절차, 업무만 줄어도 좀 살만 하겠단 생각이 든다.

도전정신은 좋으나 개똥같은 기획은 하지 않는 게 어떨까 싶다. 그저 고인물의 마음 속에만 저장!


그냥... 내 남편 좀 일찍 퇴근시켜줬으면 좋겠다.

나도 언젠가 복직하면 쓸데없는 거 시키지 말고 일찍 퇴근시켜줬으면 좋겠다.


주 4.5시간제 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 대선에서 화두가 됐던 건 '주 4.5일제'이다.

실행 가능성이 있느냐고?! 의문이 드나, 그래도 희망 회로를 열심히 돌려봐야 하지 않을까.

안될거야~ 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 보단 그래! 뭐라도 해봐야지! 하는 느낌으로.


정부에서 무작정 밀어붙이기 보단, 기업 자체적으로 혁신이 이뤄지게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차후에 성격이 다른 정권이 들어서면 또 말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일을 위한 일을 만들지 말고, 불필요한 절차나 서류작업을 줄이고, 불급한 일은 정리하고,

하루 중 진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창의적인 활동을 보낼 수 있게 지원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인력을 보충하는 것.


꼭 새로운 걸 하는 것만이 혁신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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