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적성으로 하는 게 아니다

엄마 껌딱지, 떼쟁이 돌아기 양육자의 현타

by 단신부인
육아는 적성으로 하는 게 아니다


육아는 결코 적성으로 할 수 없다.

고대 이집트 노예(?)가 고된 노역을 감수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그나마 이 힘듦이 이해가 된다.


누군들 첨부터 아빠, 엄마가 쉬웠으랴. 지금도 쉽지 않다!


한때 시아버지가 지나가는 말로 '애들은 냅두면 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때 할 말은 많았지만 입을 다물었다.

아이를 '직접' 양육해 본 양육자라면 결코 입에 담지 않을 표현이기에

말한들 이해할 리 없고, 비경험자의 말은 신뢰와 공감을 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냅두면 큰다고?! 큰일 날 소리!


이거 원! 돌 지나고 나니 사고 뭉치가 따로 없다.

그나마 뒤집기 이전에야 역류방지쿠션에 얌전히 누워있어 손길을 기다리면 되었는데,

스스로 몸을 움직여 이동할 수 있는 배밀이, 네발기기, 그리고 걸음마까지 시작하면...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 따로 없다.


실제로 2세 이하 영유아가 겪는 가정 내 사고는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낙상, 부딪힘, 삼킴 및 질식, 화상, 끼임, 익사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특히,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가 거실, 방이라고 한다.


하여, 나름 특단의 조치로 안전 가드도 모서리에 싹 붙여놨는데 수틀리면 잡아 뜯어버리기 일쑤!

콘센트 구멍을 홀더로 막아놨더니 그걸 뽑는 아기들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집에서 큰 사고가 난 적은 없었으나... 여전히 위험 요소는 산적해 있다.


등반본능 어쩔거야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들은 아장아장 잘도 걸어다닌다.

뒤집기 시작하고 무한 뒤집기로 괴로워했던 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일어나면 시도 때도 없이 앉았다 일어났다가 집안 곳곳을 탐색하고,

혼자 잘 논다 싶어서 밀린 집안일 좀 하려고 하면 스토커처럼 내 뒤로 졸졸 따라와서 다리에 매달린다.


설거지 해야 하는데 안아달라고 조른다.

청소기 밀어야 하는데 졸졸 따라다닌다.

빨래를 개고 있는데 따라와선 내가 갠 수건, 속옷, 옷 빨래를 다 헤집어 놓고 유유히 사라진다.


내 빨래를 망치러 온, 사랑스럽고 얄미운 아기!


잠시 핸드폰 좀 보고 있으려고 하면 자기 달라면서 뺏어가려고 한다.


이 말썽꾸러기!!!!!!!!!


힘들어서 좀 누워있으려면 내 위로 올라탄다.

내가 무슨 놀이기구냐!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남편한테도 똑같이 군다.


문제는 우리 아이가 이제는 10kg가 넘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이 무게, 다소 묵직해서 수용하기 어렵다.

지방이 많은 뱃살 위에 치대면 그나마 양반인데, 때로는 다리 사이에 뒷통수를 콱 내리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머리뼈가 안 닫힌 아기라고 하나,

인간의 뇌를 보호하기 위한 뼈라 심히 단단하고 내려침을 당하는 내 살은 약하기 그지없다.

이러다 진짜 멍들겠다.


어디론가 자꾸 올라가고 싶은 건지,

쇼파에도 오르려고 한쪽 다리를 뻗고, 심지어 범퍼침대 가드 위에도 올라가려 시도한 적이 있다.

낙상 우려 때문에 식겁해서 아기 울타리를 이리도 쳐보고 저리도 쳐보고 심지어는 치워도 봤는데...

다른 수단 마련이 시급하다. 가구 배치를 아예 새로 잡아야 할 듯 하다.


영아 케어에 필요한 것


복잡한 어른 세계와는 달리, 아기에게 필요한 건 의외로 단순하다.


밥, 가족 또는 보호자의 사랑, 용변 치워주기, 잘 놀아주기, 안심시켜주기 등


이 모든 걸 충족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시간'이다.

되돌릴 수 없고 돈으로 살 수 없는, '함께 보내는 시간' 말이다.


남편과 내가 함께 있을 때, 아이는 나한테 다가와서 안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럴 때 아이 아빠는 '역시 너는 엄마가 좋지?'라고 종종 말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있는데 당연하지!'라고 답한다.


만약 남편이 육아휴직으로 육아를 전담하고, 내가 돈을 버는 입장이라면 사뭇 달랐을 것이다.

아이들은 단순해서 누가 자기의 주양육자인지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

누가 자신과 시간을 제일 많이, 오래 보내는지도.


그러니 제발, 내 남편한테 쓸데없는 일 좀 시키지 말고 월급은 잘 챙겨주면서 퇴근 좀 일찍 시켜달라!


육아는 적성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을 베이스로 정성을 다해 해야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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