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빙환, 먼치킨물에 싫증난 이유

나도 인생 편하게 살고 싶긴 한데, 뭔가 찜찜하다고!

by 단신부인

한때 게임에 빠져있을 당시,

키우던 캐릭터의 성장이 더디거나 스테이터스(Status) 상 스펙이 별로 일 때,

혹은 초기에 랜덤으로 생성되는 캐릭터가 별로 일 때 '다시 뽑으면 되지!'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확률 싸움이긴 했지만, 물리적으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원하는대로 나올 때까지!


한데, 우리네 인생은 그렇지 않다.

망한 뽑기여도 안고 가야 하는 점이 많고, 게임처럼 '다시 뽑으면 되지!'라는 마인드로 접근할 수 없다.

심지어 변수 통제도 어렵거니와 미래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도 그래서 요즘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에 회빙환이며, 악역영애며, 먼치킨 소재가 흥하는 것일까?

일종의 대리만족처럼 말이다.



회귀, 빙의, 환생을 하면 왜 먼치킨이 되는가?


회귀, 빙의, 환생 이 3가지를 속칭으로 '회빙환'이라고 요약해 부르는데,

대체로 이런 소재로 저술된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략 2가지 유형으로 분류 가능하다.


1) 악역 영애: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 나오는 등장 인물 중 하나로, 본래 작품의 주인공을 괴롭히는 빌런
2) 현실에서는 불운했지만 새로운 세계 또는 현세계에서 재탄생하는 경우


작품마다 조금씩 구성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둘다 회빙환을 겪으며 스토리 진행에 핵심적인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거나,

혹은 '신'과 같은 특수한 중재자에 의해 신적 역량에 필적하는 능력을 부여받는 등 특권을 누리게 된다.

이런 특권은 가히 먼치킨(Munchkin)이라 불릴만큼 압도적인 편이 많다.

* 먼치킨: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게임 등의 서브컬처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지나치게 강하거나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캐릭터나 상황을 말함.


과거의 본인이 어땠건, 일단 회빙환을 겪으면

기존에는 잘 안 풀리던 주변의 일들이 눈에 띄게 유리하게 풀린다든가,

주변 인물들의 두터운 신망, 사랑까지도 쉽게 얻을 수 있는 등 좋은 일들만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소위 '고구마 답답이 구간'이라는 고난 & 위기에 대한 묘사는 1/10 수준으로 간단하거나,

그마저도 상기 특권의 영향력으로 허무하게 풀리고 넘어가는 식으로 진행되곤 한다.


이래서야 '기승전결'이니,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기존의 소설 수순을 따르기 보다는

'기승승승' 내지 위기, 절정이 빠진 '발단-전개-결말'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때 유행했던 '막장 드라마'에는 그래도 '위기' 구간이 있어 보면서 쌍욕을 하기도 하고,

한 고비를 넘기는 순간 느껴지는 그 사이다 구간이 제법 맛있었는데,

회빙환 & 먼치킨 물을 계속 접하다보니 어느 순간 김빠진 사이다를 먹는 것마냥 종종 재미가 퍽 없어진다.


회빙환, 계속 보다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해!


주식은 매번 오르지 않고 등락을 반복한다. 솔직히 나도 상승 곡선만 보고 싶은 게 현실이고,

인생도 쉽게 가고 싶으며,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물론,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언젠가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먼치킨물을 계속 보다보니까 자꾸만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진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운이 중요한 건 사실이나 30%나 되는 기의 역할이 등한시 되는것 같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냥 잘 타고난 사람한테는 안 되는건가?!

그럼 난 왜 노력해야 해?! 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실패 ≠ 나락인데,

나를 포함, 요즘 사람들은 도전을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듯 하다.

그래서 미디어에 회빙환 소재물이 많이 생성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한편, 회빙환성 먼치킨들과 결이 좀 다른 영웅물도 존재한다.


만화 원펀맨(One punch man)의 주인공 사이타마는 힘이 과도하게 강해질수록 허무함을 느끼고,

영화 메가마인드(Megamind)에 나오는 메트로맨 역시 수호자 역할에 회의감을 느끼고 잠적한다.

엔드게임에서 보여준 마블 아이언맨(Iron man) 토니 스타크의 결단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숭고하고 멋있다.

모두 가상의 인물이지만 이들에게는 인간적인 고뇌와 휴머니즘이 느껴져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자 이제 결론!

먼치킨물은 한때의 여흥으로 보긴 좋지만, 계속 몰입하기엔 피로감이 있으니,

인생의 도피처로 계속 삼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운칠기삼 중 '기삼'에 영향을 미치는 건 어쩌면 마음가짐이 아닐까?

마치 해골물을 맛있게 먹은 원효대사님 일화처럼!


한때 모시던 팀장님이 자주 불렀던 노랫말이 문득 떠올라, 글 말미에 적어본다.

모든 게 마음 먹기 달렸어~ 어떤 게 행복한 삶인가요~
사는 게 힘이 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Bingo!

- 거북이, 'Bingo' 중에서, 2004 발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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