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 지난한 과정을 반복해야 하다니...
남자들이여,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꾸었다고 생각해보자.
온몸이 센세이션하고 화딱질이 나고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자다가 이불킥 할 것 같지 않은가?!
한 사이클을 겪어 본 사람은 그 고통과 책임과 인내 등의 무게를 안다.
자 이제 꿈이 아니라 진짜로 당장 내일이라도 다시 가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고 생각해보자.
어떨것 같은가?!
이미 겪었던 고된 훈련 과정, 땀, 인내, 개인 활동을 통제받는 시간 등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지지 않는가?
자 여기까지!
임신~출산~육아기 사이클 중 육체적 고통(특히 진통)에 대해서는
남성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다른 비유를 들어본 것이다.
둘째! 이제서야 결심한 이유
사람은 결심한다고 해서 바로 행동하지 않는다.
생각이 많은 이들 중 일부는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끝내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둘째를 낳아야지~ 하는 의향은 솔직히 말하면 10중에 2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고려 대상에 넣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여러 가지 안 될만한 사유들만 계속 늘어났을 따름이었다.
시험관 아기로 첫째를 어렵게 잉태했는데,
이 까탈스러운 아기를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너무 힘든데...
여기서 하나를 더 낳으면 나는 얼마나 허리가 휠까?! 등 다양한 고민이 많았다.
정책적인 지원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둘째를 낳으면 좋은 이유를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고,
개인별로 결심해서 행동까지 옮길 계기가 다 다르겠지만
본인의 경우 어린이집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물론, 두 번째 이유도 강하긴 하지만!
솔직히 나는 이왕 보낸다면 집에서 가까운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었다.
내 집 앞에, 1층만 가도 딱 나가면 보이는 곳에 있다면 당연히 보내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아이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보육 환경은 당연히 주양육자가 우선적으로 챙겨야 하겠지만,
본인의 지식만이 다가 아니지 않은가.
부모인 내 방식만이 옳지 않을 수도 있고.
보육 현장 전문가의 방식이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심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한데, 내가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에, 우리 아이가 우선순위 조건에 미치지 못해 계속 순번이 뒤로 밀린다면?
심지어, 지원하는 족족 두 자리 수라 기약없이 내내 기다려야 한다면?
TO가 높은 신규 개원 어린이집조차 지원했으나 고착화된 순번과 순위로 여러 번 떨어졌다면?
현재 가족 조건에서 이 순번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 중 하나가 둘째 아이 임신이라면?!
어차피 의향이 아예 없지 않았던 거.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자꾸만 떨어지는 이유가 미심쩍어 시에서 발간한 통계를 찾아보니
내가 거주하는 시군구에 출생아 수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진짜 이 곳에선 하나론 답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숫자로 보니 그제서야 실감이 되었을 뿐.
겪어본 자는 안다.
자연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
이미 첫째도 시험관으로 겨우겨우 고생하며 낳지 않았던가.
둘째 난임도 흔하다는 말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시험관을 다시 시도해본들 불혹에 한층 가까워진 나이라 착상이 잘 안 될 가능성도 존재하고,
혹여라도 다시 난자채취를 시도한들 다낭성 난소라 안 될 수도 있다.
현재 동결배아로 얼려둔 것이 있으나 실제 임신에 성공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어렵게 착상에 성공하더라도 임신 초기 유산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까탈스러운 첫째를 데리고 난임클리닉에 다니기엔 난이도가 상당하고 주변에 민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솔직히 안되는 이유를 찾으면 몇 개든 더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을 고수한다면 될 일도 잘 안되겠지?!
Why 보다는 How방식으로 관점을 바꿔야겠다.
내가 가진 강점과 정보가 있다면 십분 활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파워 J의 시나리오
전화위복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정말이지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갖은 고생을 다 해왔다는 게 역설적으로 내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뭘 대비해야 할 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는 뜻이다.
난임 과정 중 어떤 약이 잘 받았고, 안 받았는지 알고 있다.
이를 위한 기록은 아니었지만, 지난한 과정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그런고로, 난임클리닉 전문의와 대면 상담을 할 때 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난임, 임신, 출산, 육아 지원제도를 이용해보았다.
시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는 기약을 알 수 없는 긴 호흡에 도움을 줄 것이다.
임신 중 내가 어떤 질병, 증상에 걸릴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임신도 쉽지 않았지만, 초기부터 입덧, 임신성 당뇨, 소양증까지 지겹도록 겪었다.
혹시 몰라 버리지 않은 혈당측정기와 부속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가 뭘 먹어야 혈당이 높아지지 않는지,
입덧을 할 때 어떤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제왕절개 후 빠른 회복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첫째를 낳을 때 진통 다 겪고 응급 제왕절개로 출산한 이상,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 한 브이백은 절대 안된다.
이미 한 번 가른 배를 다시 갈라야 한다는 걸 안다. 내장이 쏟아질 것 같은 그 기분도 안다.
극악의 고통과 눈물을 머금고 걸어야 한다.
모유 수유의 고통을 안다
둘째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본인에게 모유 수유의 고통은 사랑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입원 그 다음날부터 당장 통곡마사지를 시작해 빠르게 단유할 것이다.
둘째 낳을 결심이 서고, 첫 걸음을 옮기니 외려 머리가 차분해지고
어떤 상황에서는 뭘 해야 할 지 감이 잡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태는 어쩌면 신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도전하지만 안될 수 있다.
안 될 때는 빠르게 포기하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게 방법일 수는 있다.
그래도, 하는데까지는 해봐야 한이 남지 않고 직성이 풀리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둘째 도전, 시작해본다.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남겠지.
또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