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쓰러졌어, 응급실이래...

뇌졸중 환자의 가족 이야기 1편

by 단신부인

"아빠 죽을 것 같아."


청천벽력이었다.

어찌 엄마가 장난으로 그런 소릴 했으랴.

생명체로서 생로병사를 겪는다는 걸 알지만

난데없이 사회적 위기에 봉착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도의상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식이라곤 남매뿐이거늘

두 명 다 부모와 멀리 떨어져 일하니

늘 송구하고 죄송한 맘뿐.

빨리 가겠노라 하였어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약 2시간의 물리적 거리에 그저 답답할 노릇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내내 맘을 졸였다.

안달이 난 만큼 빨리 갈 수 없으니.

응급실 앞에서 불안했을 나의 어미는

마음의 준비도 안됐을 텐데...

혼자 얼마나 무섭고, 떨리고, 두렵고, 슬펐을까.

모친 당신의 애증의 대상, 배우자이자

나의 아비가 죽을지도 모른다는데...


겨우 도착한 병원에서

내내 수술이 끝나기만을 한없이 바랐다.

절차가 복잡하고 결제할 돈도 많은 3차 병원에서

엄마는 나와 동생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쉽지 않았을 텐데도.


뇌졸중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혈관이 막히는 것,

다른 하나는 터진 것.

전자를 뇌경색이라 하고 후자를 뇌출혈이라 한다.


담당의는 우리에게 최대한 쉽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아빠에겐 뇌출혈이 뇌 내에서 발생했고

2/3 이상의 뇌가 손상됐다고-

결과적으로 우리 가족의 세대주께선

반신불수가 됨과 동시에 인지기능과 언어능력을 상실했다.

조금만 발견이 늦었어도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


아버지, 당신께선 사랑하는 딸의 이름을
더 이상 기억하지도 말하지도 못하는군요.
입으로 내뱉을 수 있는 단어는 한정적이고
가지런했던 당신의 글씨를 더는 볼 수 없으며
엄마보다 김치찌개를 잘 끓이고 닭볶음탕을 맛있게 만든다며
자랑스럽게 선보이던 그 음식을 더는 먹을 수 없게 됐어요.


그 병마는 오롯이 아버지 당신의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큰 상흔을 남겼다.


전국을 순환하며 근무하는 직업 특성상

단신 부임 중인 나는 부모님의 딸이자 동생의 누나이며,

주말부부이자, 사랑하는 내 남편의 아내이다.


혹여, 내가 멀리서 아프면,

내 사랑하는 이들이 얼마나 울고 힘들어할까.


못난 아비처럼 가족을 울리지 않으려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영양제를 섭취했으며 식단을 조절해왔다.


나의 건강관리는 모친 당신에 대한 최선의 효도,

남동생에 대한 본보기,

남편, 당신에 대한 확고한 사랑.


외가는 유전적으로 심장이 약하고

친가는 알코올 중독, 고혈압, 당뇨에 이제는 뇌졸중까지

내 앞에 놓인 상황이,

아버지 당신의 질환이 내게 여실히 보여줬다.

나도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나는 결코 아파서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테다.

유전적 취약점을 극복하리라-

그리 마음먹었고, 강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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