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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보 운전자의 멘탈붕괴

초보 운전자를 당황하게 하는 포인트들

by 단신부인

운전 경력보다 장롱면허 기간이 더 길다.

오지에 근무지가 배치된 특성상,

도시에 있는 가족과 남편을 만나려는 등

여러 사정으로 시작한 운전.

적응하기 어려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

명성이 드높은 고라니 뿐만이 아니었다


이 세상 모든 초보 운전자들이 겪을 시행착오.

나도 겪었다!

오늘은 그 포인트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1. 자라니(자전거를 탄 인간 고라니)


사실, 도로주행 시험에서 3번 떨어졌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라니'

아침 한 6~7시 사이 시험을 봤는데

4차선 도로에서 우회전 하여 2차 또는 3차로로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첨부터 2차로로 갔으면 문제가 안 됐을텐데

3차로로 들어섰다.

한데, 이게 웬 일? 당신이 왜 거기서 나옵니까?

자전거를 타고 3차로에 등장한 못 잊을 당신

나의 심장 쫄깃, 쿠크 바사삭

결국 시험비만 날렸다는 슬픈 전설로 남았다.

제발, 별안간 등장하지 마세요! Car놀라유!


2. 셀프 주유와 사람 주유


사람만 주유하지 않는다.

차주 본인이 기계를 조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 주변 주유소들은 거진 그렇더라.

기계 작동법에 익숙지 않아 참 고생이 많았다.

일단, 첫 주유 당시 놀랐던 점 하나는

의외로 주유구는 뒤에 있다는 점이다.

위치 맞추기 대단히 어렵다.

사람이 주유해주는 곳 가면... 여전히 삐딱하게 선다.

차폭감, 거리감, 핸들 조향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

하다보면 익숙해지겠지? 제발...


아참, 주유 전 정전기 패드에 손을 대야 하고,

나가기 전 카드 뽑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뒤에서 제발 빵빵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낸들 빨리 안 하고 싶나?

대문짝만하게 초보운전이라고 써붙였잖아요

배려를 부탁합니다.


3. 운알못 친구들과 웃지 못할 해프닝


차 뽑은지 얼마 안되서,

무슨 객기에서였는지 운전하겠다고 나섰다.

사실 오늘도 그렇다는 건 함정

그래도 전보단 많이 나아졌다.


문제는 친구들이 한 사람 빼곤 운전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

길가에서 친구들을 픽업하기로 해서

비상깜빡이를 켜고 차를 세웠더니

이녀석들이 타라는 차는 안 타고 사진만 찍어댔다.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빨리 타"

나중에 친구들 말론, '들리지 않았다' 라고 하는데

주정차 제한 지역이 많은데, 너희 그러는 거 아냐 진짜.

암튼, 속절없이 타들어가고 있는 내 심장


친구들은 2차 타격을 가했다.

그들은 트렁크를 열지 못했다.

그땐 나도 차 안에서 트렁크 여는 방법을 잘 몰랐지만,

앞서 길거리 빌런짓을 한 친구들이

트렁크까지 못 여니 솔직히 화도 났고 너무 무서웠다.

다치게 할까봐 걱정도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안전 아닌가.

그래서 이번 여행에선 애초에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도로 안전과 차량 사용요령에 대해 알려줘야지.

겸사겸사 화장실에서 용무도 해결하고 가라고 해야지.

부디, 이번에도 무사히 데려다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4. 빗길 운전


최근에 비가 자주 왔다. 8월 초 수도권 일대를 휩쓸고 간

비도 그러했고, 포항 일대를 초토화시킨 태풍 힌남노도.

비가 오면 일단 시야를 가린다.

감속해야 함은 물론, 시야 폭이 좁아진다.

어제 운전할 때도 앞이 잘 안보여서 빌런짓 했다.

미안하고 죄송해서 비상깜박이 계속 켰다.

당분간 익숙해지지 않을 듯 하니 난감할 따름.

부디 신이여, 저를 굽어 살피소서.


5. 야간과 새벽 운전


원주에서 운전할 때였다.

당시 태풍 때문에 새벽에 고속도로를 달려야 했고,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더욱이 비까지 많이 왔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와이퍼,

피곤한 내 두 눈과 정신,

안전운전에 대한 강박관념이 짓눌렀다.

정말 무서워서 일부 구간은 60km/h의 속도로 달렸다.

그래도 차가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6. 평행주차


주차는 늘 어렵다.

하여, 공간이 많은 경우 늘 멀리 댄다.

내 미숙함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이 되지 않도록.

다만, 익숙해지지 않는 게 평행주차다.

좁은 공간에서는 무서워서 못 하겠다.

차를 사자마자 2주 있다가 긁어먹은 전례가 있다.

실제로 몇 십만원 깨졌는데 그 이후로 주차가 무섭다.

평행주차는 더더욱 그러하고.

다른 차들은 보도블록 가까이 잘 대는데

유독 내 차만 툭 튀어나왔다.

열심히 핸들 조작을 하는데 몇 년은 해봐야 할 것 같다.


초보운전자 스티커는 3년간 떼지 않을 생각이다.

괜한 자신감이 붙었을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고 판단해서다.

이 세상 모든 초보 운전자들을 응원한다.

나도 열심히 중급으로 거듭날테니

당신들도 열심히 하셔라!


안전운전, 방어운전을 늘 응원합니다.


#초보운전 #운전미숙 #오너드라이버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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