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을 준비하는 난임부부 이야기
인공수정을 하기로 결정한 우리 부부에게
의사는 '배주사'와 배란유도제를 처방했다.
배주사는 말 그대로 내 배에 주사를 놓는다는 것이다.
배주사의 정확한 명칭은 '폴리트롭(Follitrope)'이고
용량은 75IU, 다음 방문 전까지 총 2회를 맞으라고 했다.
사람마다, 난임클리닉 마다 다르게 처방하나보다.
여기까지 오기 참 많은 애환이 있었다.
빨랐으면 작년 11월 말부터 진행했을텐데.
내가 난임인 걸 더 빨리 깨달았다면,
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시도해 볼 수 있었을 텐데.
후회는 늦었다.
늦었을 때가 정말 늦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늦은만큼 최선을 다해야지 않겠는가.
맞벌이 생활을 하다가
남편 혼자 외벌이가 된 후로
당분간은 병가로 인한 감액된 급여로 연명하기로 했다.
그나마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복지제도가 공무원에 준해서 잘 돼있는 덕분이다.
하여, 막대한 병원비는 알단 차치하기로 한다.
난임클리닉에 가면 일단 접수비부터 만 원쯤 결제하고
초음파를 찍은 후에 진료비 등 잔금 일체를 후납한다.
다른 산부인과와는 달리
모든 시술, 처방은 정혈 시작 후 2~3일째 가야 해준다.
그동안 불규칙한 주기 맞춰가며 오지에서 근무하느라
번번이 일정을 놓치기가 일쑤였는데
휴직을 하고서야 겨우 맞출 수 있었다.
물론, 매우 불편하기 짝이없다.
피가 흐를 위험을 무릅쓰고 그 안에 초음파기기로
포궁 내부 상태, 난포 등을 살펴봐야 하니까.
기실, 담당의는 내게 시험관 아기를 권했지만,
제반 상황을 봤을 때 인공수정도 선택할 수 있었기에
일단 시도해보고 나서 안되면 그 때 하기로 했다.
인공수정을 했을 때 다태아, 자궁 외 임신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진행하겠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그러고나서야 받은 것이 배란유도제와 배주사 폴리트롭인 것이다.
배란유도제로 '페마라정'이라는 약을 5일치 받았는데,
나에겐 거슬리는 신체, 정신적 부작용은 없었다만
졸음이 몰려오긴 해서 잠을 많이 잤다.
매일 아침에 시간 맞춰놓고 다 먹었다.
그리고 관건은 배주사, 폴리트롭.
스스로 내 몸에 뱃살을 부여잡고 놔야 하는 주사다보니
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병원을 나서기 전, 혹시라도 당일 놓기 어려우면
주사실로 찾아오라고 했다.
결국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며 괜찮다고 안심시켜주었다.
SNS를 통해 주사 놓는법 영상을 3편이나
보고 잤음에도 불구하고 악몽을 꿨다.
주사바늘이 헌혈 때의 그것처럼 굵어보였고
계속 바늘이 출현하는 꿈이었다.
드디어 실전인 오늘, 스스로 내 몸에 주사를 놨다.
한데, 의외로 아프지 않아서 당황했다.
시연하는 분들 영상을 보면
별안간 바늘을 은장도로 목 찌르듯(?)
쿡~ 찔러넣는데 그래야 안 아프단다.
놀랍게도, 아프지 않게 기여한 것은 두터운 지방층.
그럼~ 내가 얼마를 투자해서 쌓은 배둘레햄인데!
나름의 엠보싱 효과로 바늘을 방어할 정도!
다만, 주사액을 주입하는 과정에서는
살짝 시큰한 느낌이 나긴 했다.
무섭다고 생각했던 것도
막상 해보니까 괜찮았다.
앞으로는 이보다 더 한게 기다리고 있겠지?
이틀 간격으로 주사 한 번 더 놓고 며칠 지나면 다음 진료가 온다.
부디 초음파 검사 결과 문제 없기를 바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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