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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정 2회 실패 비용, 약 90만원

난임을 극복하고 싶은 매일 부부의 이야기

by 단신부인

실패는 아무나 할 수 있다. 나 역시 이럴 줄은 몰랐다.

2차례의 인공수정은 철저하게 실패로 끝났다.

그나마 휴직을 하길 잘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주 난임센터를 오가야 하는 수고를 어찌 덜겠는가.

주말부부를 포기하고 매일부부로 살기를 언 4개월째,

나의 웃픈 임신 실패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때를 맞추기가 어려워


모든 난임치료의 시작은 정혈(생리)이다.

피가 비치고 2~3일차에 방문해야만 제대로 진료를 봐준다.

그 때부터 소위 '배란유도'를 시작하니까.

나처럼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으로 불규칙한 경우 골때린다.

인공수정 2차 때에는 예정일보다 2일이나 빨리해서

피말리는 병원 예약 전쟁을 치러야만 했으니 말 다 했지.

하라고 할 때는 안 하고

제발 조금만 늦게 시작해다오, 하는 나의 요청은 과감하게 스킵당했다.

참으로 신기한 몸뚱이로세.


정부지원이 부실해


치과만큼이나 비용이 깨지는 진료과목이 바로 '산부인과'다.

배에 맞는 주사, 먹는 약, 질정, 난포 터지는 주사까지

대부분 호르몬제고 수입의약품이 꽤 있으며,

전문의약품이라 꽤나 가격이 나간다.

병원마다, 약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배란유도를 처음 시작한 때 '폴리트롭' 이라는 주사를 처방받던날

하루치 결제 비용만 53,400원이었다.


1차 때는 불합리한 소득기준 때문에

아예 정부지원 조차 받지 못해서 생돈을 내야만 했다.

난임검사 비용(약 50만원)을 제외하고 든 돈은 대략 29만원 수준이다.

2차 시작 때는 다행히, 전월 휴직급여가 줄어들어 정부지원을 받았다.

그랬더니 절반 이하인 13만원 정도로 나왔다.

여기서 약제비 지원까지 추가로 받으면

실제 자부담은 8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얼마 전, 대통령 주재로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 대책 나온 걸 봤는데,

곰탕 우려먹기 수준이라 크게 실망했다.

특히, 난임 지원 관련해서는 소득 기준 폐지에 대한 내용은 발견할 수 없어서

실망감이 더욱 극에 달했던 듯 하다.

이 정부는 해결의지가 별로 없구나, 하는 확신만 더했다.


타이밍이 중요한 처방


인공수정이 됐건, 체외수정(시험관아기)이 되었건

체내 호르몬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서 하는 건 공통적이라

24시간 마다, 혹은 자기 전에 놓거나 먹거나 넣어야 하는 약들이 있다.

총 2회의 임신시도 과정에서

나는 먹는 약(페마라정, 듀파스톤정)도 먹어봤고,

잠들기 전 질좌제(유트로게스탄)도 넣어봤고,

귀찮게도 시간 맞춰 배주사도 스스로 놓았다.


개중에 가장 힘든 건 난포주사였다.

1차 때는 별 고통이 없었는데,

2차 때 인공수정 시술 전날 밤 11시가 되어 배가 너무 아팠다.

생리통의 한 1.5배 정도 아팠던 수준인데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기어이 진통제를 먹고,

찜질팩으로 배를 데운 지 1시간 만에 진정됐다.


알고보니, 난포주사를 맞은 지 36시간 안에

배란이 되면서 겪은 배란통이었던거다.

이렇게 아파선 인공수정 2차 못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받았다.


성공 확률이 낮을거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용기를 내어야겠지,

아프다고 포기해선 계속 시간만 가니까.

결국 나는 시험관 아기를 시작했다.

내일은, 시술 날짜가 결정되는 날이다.

부디 별 일 없기만을 바란다.


#인공수정 #난임 #임신 #출산 #결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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