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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뽑히는 고통이 이런거구나?

시험관 아기 준비, 난자채취 첫 경험

by 단신부인

난임병원에 가면 난임시술 중 선택해야만 한다.

인공수정(체내수정), 시험관아기(체외수정) 중에서.

두 번의 인공수정 시도가 홍양으로 끝나면서

결국 나도 시험관의 길로 들어섰다.


배양기에서 수정을 진행해야 하므로

당연히 난자가 밖에 나와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난자를 채취해야 한단다.

인공수정과는 달리 절차가 많았고 방문 횟수도 늘었다.

피검사에 체중, 혈압까지 쟀다.


먹는 약이나 몸에 맞는 주사제도 달리 처방이 됐고

비급여로 처리해야 할 비용도 2배 넘게 늘었다.

정보의 바다로 넘쳐흐르는 디지털 시대에

유경험자의 경험담을 읽거나 영상으로도 보았건만

초심자였던 나는 직접 겪기 전엔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인공수정 때는 남편이 먼저 방문하고 내가 1시간 이후에 갔다면,

시험관아기 난자채취할 때는 아내인 내가 먼저 와야 한다.

소요시간도 더 길다.

그럴 수밖에. 수면 마취를 하니 말이다.


3회 정도 방문에, 초음파를 계속 찍어보면서 채취일을 잡는데,

보이는 난포를 다 찍어야 한다며 몸에 관이 삽입된 채 배를 연신 눌러대니,

촬영 과정부터 난항이었고 아팠다.

더욱이 예상과 달리, 주치의가 채취일을 하루 앞당겨서 당황스러웠다.

휴직 중인 나야 그렇다쳐도,

재직 중인 남편은 그 나름의 일정이 있을 거 아닌가.

좀처럼 맘대로 되지 않는 신진대사에 그저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난자채취 방법은 신체 내부로 장치를 삽입해서 빼내는 것이다.

맨 정신에 불가하니 수면마취도 하고, 며칠 전부터 항생제도 먹었다.

드디어 당일...

마지막으로 주치의 선생님의 얼굴을 본 기억밖에 없는데

정신을 차린 뒤엔 이미 1시간 반이 훌쩍 지나있었다.


밑이 빠지게 아팠다.

그 아픔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공난포가 많아서

실제 채취한 갯수는 6개였다.

수정 성공 확률이 대략 80~90%이라고 해도 모수가 적은 갯수라

하나하나가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확인한 바,

그 중 5개가 수정됐고 배아 품질을 보고 최종적으로 2개를 동결시켰다.


간호사가 와서 내 의식상태를 확인한 후

화장실에서 소변부터 보고 오란다.

별 생각없이 몸을 일으켰다가 배가 아프고 무거워 당황했다.

혹자는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던데, 다행히 내 상태는 괜찮았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거즈를 빼드리겠다며 누우란다.

일단 시키는대로 누웠는데

순간, 내가 사람이 아니고 두루마리 휴지인 줄 알았다.

그 안에 거즈를... 그렇게나 많이 넣었는줄 몰라서-


이 날 진료비는 남편이 3,360원, 내가 31,980원을 냈다.

정부 난임시술비 지원제도가 없었다면 추가로 약 32만원을 더 냈겠지.

이왕이면 비급여 항목까지 다 책임져주면 좋으련만.


퇴원하는 과정에서 보호자가 없으면 내보내주질 않는다.

일이 바쁜 남편은 따로 보내고,

다행히 시간되는 친구가 와줘서 참으로 고마웠다.

이후 3일간 밑이 빠질것 같은 느낌이라 걷기 어려웠는데

워낙 채취한 갯수가 적다보니 통증이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자채취 다음 생리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단다.

실제로 경험상, 예상 주기보다 5일 정도 빨리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하늘의 뜻이 통하지 않았는지,

그렇게 뽑은 난자로 수정시킨 5일 눈사람 배아의 첫 이식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하나 남은 동결 배아가 있었지만, 품질이 중등급이라

난자채취를 다시 하는 게 좋겠다는 주치의 소견을 받아들였다.

이번엔 몇 개가 나오려나.

부디 공난포가 적어 좋은 품질의 배아가 생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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