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대한 물살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
2015년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 씨가 신경숙의 소설 <전설>이 일본 작가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문학계에서 창작의 윤리와 표절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촉발시켰다. 표절 논란으로 인해 작품의 문학적 가치와 작가의 신뢰성에 대한 논의가 일었다. 신경숙 작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이다. 많은 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준 훌륭한 작가다. 그녀는 그녀의 온전치 못한 기억을 탓하며 표절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녀는 이 사건으로 인해 작가 본인뿐만 아니라, 문학적 가치가 빼어났던 작품들 마저 신뢰성에 의문을 품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타인의 창작물을 존중하는 자세는 모든 창작의 기본인 윤리를 바탕으로 할 것이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타인의 아이디어를 구분하면 창작자로서 더 단단한 신뢰를 얻게 됨은 더욱 자명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창작의 정의'자체가 흔들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복잡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을 통해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모방하여 새로 만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결과는 종종 인간보다 더 정교하고 빠르며, 때로는 더 감각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기계의 창작물'은 누구의 것인가? 누군가가 만든 그림을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비슷한 이미지를 그린다. 그 그림은 과연 새로운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스타일을 도둑맞은 결과물일까? 어떤 이는 AI로 쓴 글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다. 순간, 그 글은 창작인가, 표절인가? 최근 몇 해 동안 AI가 만든 창작물로 인해 수많은 논란이 발생했다.
2023년, 미국의 한 아마추어 작가는 쳇 GPT로 작성한 동화책을 전자책으로 출간했고, 독자들에게 창작자인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부 독자와 비평가들은 "기계가 쓴 글에 인간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라며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단지 법이나 기술의 업데이트가 아니다. 창작을 바라보는 태도와 윤리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 제도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인간이 유일한 창작자였지만, 이제는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창작물에는 어떤 권리를, 어떤 책임을 부여할 것인가? AI에게 저작권을 줄 것인지, 아니면 AI를 도구로 사용한 인간에게만 귀속시킬 것인지, 혹은 AI의 산출물을 모두 공공의 영역으로 돌려야 할 것인지, 그 해답은 하나의 틀에 담기 어렵겠지만 분명한 기준은 필요한 시점이다.
창작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성과 투명성이다. AI를 쓰더라도 그 과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참고한 자료에 정당한 인정을 표한다면 그것 역시 새로운 창작의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창작은 '생산'으로 전락할 뿐이다. 인간의 감정과 영혼이 빠진 창작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질려서 못 먹는 인기에만 영합하는 맛집의 요리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AI가 던진 질문 앞에서 창작의 의미를 다시 쓰는 첫 세대인지도 모른다. 무엇을 만들까 보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 윤리와 책임, 그리고 창작의 존엄을 잊지 않는다면 기술이라는 파도 위에서도 우리는 중심을 잡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창작이란, 단지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기 삶의 일부를 쏟아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에게 공감이라는 방식으로 닿았을 때 창작자로서의 존재감을 느낄 것이다. 그 순간을 AI가 대신할 수 있을까? 단지 잘 정리된 문장이나, 정형화된 감정을 흉내 낸다고 해서 그것이 창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AI를 사용하지 않는 창작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올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떻게 사용하는가와 무분별하게 복제하고, 모방한 결과를 내 것이라 주장하는 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다.
종이에 펜을 긋는 소리,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수없이 망설이는 시간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들의 퇴고 과정,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창작이다. 비록 AI는 이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겠지만, 인간인 나는 수없이 많은 시간과 영혼과 육체를 갈아 넣은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완결된 창작의 의미를 느끼는 것이다.
기술은 진보하겠지만 창작의 존엄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그 존엄은 윤리와 투명성 그리고 타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지금, 기술의 파도 위에 서있다. 이 거대한 물살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 AI는 분명히 창작을 돕는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창작이란 단순히 결과물의 산출이 아니다. 그것을 만들어낸 과정과 태도, 책임감까지 포함하는 행위다. 창작자가 AI를 사용했다면 그 사실을 투명하게 드러내야 하며, 다른 이의 창작물을 활용했다면 반드시 인용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법과 사회 역시 AI시대의 창작 환경에 맞는 저작권 제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기존 저작권은 "인간의 창작을 전제로 하지만, 앞으로는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는 창작물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창작의 윤리와 가치는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창작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 그리고 사회가 보장해야 할 공정한 창작 환경은 기술 그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순간순간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태풍의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한 낱 무명작가인 본인은, 저작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언젠가 운수 좋은 가까운 훗날,
//이 글은 브런치 스토리 작가 <구짜>의 창작물입니다. 무단 복제와 상업적 이용은 정중히 사양하며, 공유시 출처를 밝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최대한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저작권 보호용 안내문을 나의 글 말미에 넣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