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비늘 친구야.

- 넷플릭스 '천산갑 - 쿨루의 여정' - 모티브

by 윤수현

나는 무조건 앞으로 내달렸다.

눈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후각과 청각에 의존해서 가장 안전할 것 같은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 아직은 두 발로 달릴 수 없어서 앞팔에 의지한 채 앞으로 달렸다. 나에겐 허기를 채우는 것보다 그의 손아귀에서 보다 멀리 달아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뾰족한 돌부리가 연한 발바닥을 헤집고 들어왔다. 가시나무가 얼굴을 스치고 억센 나무줄기들이 목을 휘감았다. 그래도 죽기 살기로 무조건 앞으로 앞으로 내달렸다. 앞이 가로막히면 모퉁이를 돌아 또다시 앞으로 앞으로 달렸다. 어둠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만 있다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나는 영원히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의 헛된 꿈이었을까?

순간, 나의 몸이 공중에 솟구쳤다. 찌릿한 무언가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훑고 지나갔는데, 정신이 혼미해지고 온몸이 미친 듯이 떨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머리와 배를 안쪽으로 밀어 넣고, 온몸을 최대한 동그랗게 말아, 나를 온전하게 보호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그를 물 수도, 그를 공격할 수도, 소리쳐 그를 위협할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단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몸을 최대한 돌돌 만 채 , 사시나무 떨듯이 달달 떠는 것 밖에는 없었다.


기절 직전까지 갔던 정신이, 새벽에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듯이 깨어날 때까지, 그에 대한 적개심이 더해져 온몸의 떨림은 한참 동안 지속되었다. 그런 나를 그는 말없이 기다려 주었다. 내 옆에 쪼그려 앉아 나의 안위가 염려되어 걱정하는 그를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온몸으로 전해져 오는 그의 따스한 손길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나를 헤치려던 것이 아니라 전기울타리를 향해 돌진하던 나를 밀쳐내는 과정에서, 그의 몸을 통과해서 희석된 전기에 감전된 덕분에 그나마 살아날 수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기까지는, 그에 대한 분노와 적의가 가득 찬 오해로 똘똘 뭉친 많은 시간들이 필요했다.


그는 처음에 나를 '기지 마'라고 불렀다. 줄루어로 '달리다'라는 뜻이다. 그의 말대로 나는 먹고살고자 하는 본능보다 더 강렬하게 앞으로만 달렸다. 나는 자유에 대한 의지가 무모하리만치 강렬했다. 그의 어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앞으로만 달렸다. 달리 방법은 없었다. 그 시점에서의 나에게는 그에게서 벗어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나를 헤치기 위해서 주변을 얼쩡거리는 포악한 자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그는 나를 '쿨루'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줄루어로 '편하다'라는 뜻이다. 그는 진심으로 내가 안정을 찾고 편안하게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어느 무더운 날, 초원에서 그와 산책을 하던 중, 그는 내 몸에 시원한 물을 뿌려주었다. 나는 스스로 체온 조절을 하지 못했다. 몹시 무더웠다. 그는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을 오른손에 들고 미소를 띤 채, 내 몸 구석구석에 뿌려 주었다. 배를 들추고 안 쪽까지 세심하고 시원하게 뿌려주었다. 나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드럽고 연한 나무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미친 듯이 돌기 시작했다. 그가 나를 위해 뿌려주는 시원한 물줄기에 몸을 내 맡기고 빙글빙글 돌며 한참을 놀았다. 나는 그가 나를 진심으로 염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시원한 물줄기에, 평화로웠고 안정감을 느꼈으며 행복했다.


처음으로 그의 팔에 몸을 감고 매달려 들어 올리는 걸 허락했다. 그의 팔에 꼬리를 감고 거꾸로 매달려 몸을 좌우로 베베 꼬았다가 풀기를 반복하며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 그가 꼬리를 잡고 들어 올리면 나는 몸을 이리저리 말면서 장난을 쳤다. 나는 그에게 계속 내 몸을 공처럼 굴려달라고 재촉했다. 진흙 위에서 몸을 둥그렇게 말아 공놀이를 하자고 그가 지칠 때까지 졸랐다.


그와 내가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 속에서 내가 그에게 처음으로 온전히 마음을 열었던 황홀한 순간이었다. 뭐랄까.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대충 이런 느낌이라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를 경험해 본 순간이었다.


인간의 손에 자행된 너무나 끔찍한 일을 경험한 나로서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인간에게도 나쁜 놈, 좋은 놈이 구별 지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 정도의 신뢰를 보여준 것에 대해 그는 무척 감동을 받은 듯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불법야생동물거래 단속 현장에서였다.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열악한 환경과, 거친 손길에 갇혀 일주일 동안이나 지옥을 오가던 시기였다. 나를 등에 업고 산책을 시켜주던 엄마는 한순간에 내게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거친 손길에 사로잡혀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좁은 플라스틱 통속에서 익숙한 냄새를 찾고, 익숙한 소리를 찾아, 어둡고 좁은 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어미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하는 어린 새끼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 천산갑은 8500만 년 전부터 공룡들과 함께 지구에 존재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불행히도 세계에서 가장 불법거래가 많은 야생동물이 되었다. 우리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비늘은, 포악한 인간들의 타깃이 되었고, 무자비한 불법거래의 온상이 되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멸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통중국약재 중 최대 60종에 우리 천산갑의 비늘이 사용된다. 전통의학이 산업화되면서 밀거래가 더욱 심화되었다. 끊임없이 불법으로 포획되고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불법거래가 지속된다면 20~30년 후면 우리들은 멸종될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천산갑보호협회의 일원으로 나와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생사를 넘나드는 나를 구해 준 것이었다. 그들은 불법거래에서 구출한 우리들을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적의 장소에서 돌본 후에, 최적의 방사 시기에 맞춰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그는 헬리콥터 아빠처럼 나를 통제하고 간섭하려 들었다. 물론 나의 안위를 염려하는 행동임을 알지만, 나의 자유에 대한 열망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주 세심하게 매일매일 나의 체중을 확인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체중이 6.5kg에 도달하면 우리들은 아주 강해진다. 몸을 단단하게 말아 포식자들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이러니하게 몸을 둥글게 말아 포식자들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하는 수단이, 포악한 인간들에게는 손쉬운 포획의 수단이 되고 마니, 우리의 최선의 보호수단이 치명적 이게도 '비극적인 진화적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개미와 흰개미를 주식으로 한다. 개미집 전체를 무너뜨리지도 않는다. 꼭 먹을 만큼만 먹는다. 더할 수 없이 무해하다. 우리는 공격 무기도 없다. 오직 방어만 할 줄 한다. 그럼에도 머지않은 미래에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사랑하는 엄마를, 형제들을, 친구들을 무자비하게 잃어야 한다는 사실에 온몸의 비늘이 떨리는 슬픔을 느낀다. 그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죽음에 이른, 소중한 이들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했다. 그래서 문득문득 지금도 달린다. 겁에 잔뜩 질려 두려움에 떨던 그날로 돌아가, 기지마가 되어 달리고 달리는 것이다. 인간들은 도대체 우리 종족들에게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내가 좀 더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적응하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자기의 통제하에서 안전하게 정해진 구역 안에서 움직이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그가 조금이라도 인정했다면, 그의 통제하에서 벗어나 나만의 세계로 가고자 하는 나의 일탈을 이해했을 것이다.


나의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그가 나에게 한 시간씩 자유시간을 주기 시작했다. 자기 시야에서 벗어나 보다 여유롭고 차분해지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해 나의 움직임을 감시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실수를 했다. 나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순간에 위치추적장치를 깜빡했던 것이다. 나는 온전히 나만의 세계에서 나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지만, 그는 피를 말리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일행들과 함께 나를 찾느라 기진맥진해 있었다. 드넓은 야생의 어디에서 나를 찾아야 할지, 그는 갈피를 잡을 수도 없었고, 마치 실체 없는 유령을 찾는 것 같다고 독백을 할 정도였다.

나의 완벽한 자유에 대한 이면에는 그의 뼈아픈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내가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


마침내, 위치추적장치가 작동을 하기 시작했고, 그가 2시간 반 만에 북쪽에서 나를 찾아냈을 때는, 느긋하게 나무아래에서 흰개미알로 포식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많은 것들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지켜보았다. 그 순간, 그는 깨달은 것 같았다.


이제 알아서 혼자 할 수 있구나.

더 이상 헬리콥터아빠는 필요 없구나.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그는 결코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사랑하는 이를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하는 예견된 슬픔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흰개미 집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나를 기다려 준 그에게 다가갔다. 나를 찾아 헤매었을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그의 신발을 , 흙이 잔뜩 묻어있는 그의 왼쪽 신발을 핥아주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전부 다 괜찮아질 거야.

그를 안심시켜주고 싶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나의 비늘을 쓸어주면서

고마워 친구.라고 내게 말했다.


내가 그의 신발을 다 핥아주고 풀숲으로 들어가자, 그는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땅바닥에서 나무 쪼가리를 주워 들고, 두 손으로 쥐어뜯으며 고개를 수그린 채 울먹였다.


나는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나의 자유를 누구보다도 갈망하지만, 나 없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나와의 이별을 두려워하고 있는 듯했다.


목표 체중에 도달했다.

나는 조급하게 뛰지도 않았고, 느긋하게 평화로웠으며,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하기도 했다.

가끔은 그를 곤란하게 하는, 굴속에서 잠을 청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그는 나를 굴속에서 끌어내거나 굴 밖에서 보초를 서며 잠을 청해야만 했다.

아무튼 나는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를 나만의 방식대로 소리 없이 준비하고 있었다.






삶은 참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동굴 속에 갇혔다.

나도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어둡고 암흑천지인 동굴 속에 갇히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는데, 무엇이 잘못되어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지금 이곳에 없었다. 비즈니스차 요하네스버그에 나가있다.


하루, 이틀 여러 날이 가고 있다. 점점 숨이 가빠왔다. 마지막으로 흰개미를 먹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흐려졌다. 체중이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를 생각해 냈다. 그가 또다시 나를 찾아낼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내가 어디에 있든지 꼭 찾아냈다. 바람처럼, 햇살처럼, 숨결처럼 어느 순간, 내 옆에 다가와 멈추어 서 있었다.


나는 동굴 속의 검기만 한 암흑 속에 갇혀, 간절히 그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몸을 웅크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로 하고, 온몸의 비늘을 곤두세우고, 나의 장점인 청각과 후각을 이용해 그의 체취를 느끼기 위해 온 신경을 모았다.


6일째 되는 날, 익숙한 대지의 진동과 친밀하고 상냥한 체취가 내가 갇혀 있는 동굴 속까지 스멀스멀 스며 들어왔다. 아직은 희미하지만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온 것이다. 드디어 나를 찾아낸 것이다. 그가 나를 구하러 온 것이다.


나는 이제 남아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모아 그가 내게 손을 내밀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곡괭이 소리가 났다. 삽질을 헤대는 소리도 났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내가 집을 잘못 선택한 결과라고 생각하니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낯선 사람들의 체취가 더해졌다.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너 댓 시간은 족히 지났다. 그가 드디어 텅 빈 공간을 찾아냈다.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었다. 그의 다정하고 상냥한 체취가 나의 메마른 코 끝에 스며들었다. 내가 소리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이 이 순간만큼은 정말이지 원망스럽고 안타까웠다.


그래도 그는 나에 대한 염려와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국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이루어냈다. 나를 또 한 번 어둠 속에서 빛 속으로 이끌어 냈던 것이다. 많은 시간을 들여 수영장만큼의 흙을 파내고서야 나를 다시 세상 속으로 이끌어냈던 것이다.


그는 엉덩이를 하늘로 솟구친 채, 몸을 최대한 길게 늘여서 조심스럽게 동굴 깊숙이 밀어 넣고 손 끝으로 나를 찾았다. 안을 들여다보더니, 손으로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두 팔을 뻗어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둥글게 말고 있던 몸을 천천히 펴서 그가 나를 붙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를 천천히 품으로 끌어안아 어둠 속에서 굴 밖으로 안아 올렸다. 밖은 또 다른 어둠이 짙게 드리워있었다. 그는 이 어둠 속에서 오직 나를 구하려는 일념으로 사투를 벌인 것이다.


친구야, 괜찮니?

괜찮아?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최악의 시력인 나는, 그래도 할 수 있는 모든 동공의 초점을 짜 모아 그를 보려고 애썼다. 나를 두 팔로 높이 안아 올려 나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정말, 괜찮은 거지? 라며 울먹였다.


나는 기운이 없었다. 예전의 그날처럼, 주변의 상황이나 소음에 멍한 상태였다. 마지막 에너지도 고갈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옆에 그가 있어 안심이 되었다. 그의 품에서 다시 내게 평화가 찾아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가 있어 모든 것이 안정되고 평화로웠다.


그가

그래,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라고 말하고 있었다.






1년 하고도 7개월. 9.52kg.

나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

동동거리면서 불안에 떨며 뛰지도 않았고, 정말 태연했다. 코뿔소 똥을 온몸에 묻혀 포식자들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법도 터득했다. 이제는 무너져내려 갇히는 집도 짓지 않았고, 어떤 압박감도 없이 여유롭게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이 지역 전체가 나의 영역이다.

야생에서도 가장 야생적인 장소를 찾아 나의 보금자리로 삼기도 했고, 좀 더 울창하고 우거진 물가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짝을 찾아 나의 냄새를 은밀한 장소에 남겨 놓기도 했다. 너무나 여유로웠다.


인간에게 붙잡힌 시간보다 야생에서의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는 이제야 빚을 다 갚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와 나는 처음부터 만나면 안 되는 사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1년간의 모니터링 후 나에게 부착했던 꼬리표를 떼었고, 그와 나는 영원히 이별했다. 내가 그를 찾을 방법도, 그가 나를 찾을 방법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인간에게 다시 목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나는 나를 몹시도 사랑했던 그의 간절한 바람처럼, 지구가 존재하는 끝날까지 인간과 조화를 이루면서 영원히 함께 삶을 영위할 것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천산갑 - 클루의 여정'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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