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욤나무라더니...

단감나무였어

by 초운

2016년 하루에 30분 정도도 해가 들지 않는 음습한 학교 사택에서 이곳으로 옮겨 앉고 동생네서 트럭으로 두 번이나 꽃과 나무를 옮겨와서 나무와 꽃을 심고도 봄에는 나무시장을 들락거리며 남편은 사과나무랑 땡감나무를 사서 심었다.
난 단감을 좋아해서 단감나무 한그루 심자고 했는데도 남편은 땡감나무만 두 그루 심었고 사과나무도 두 그루 심었는데 사과가 달리지 않는다며 종류별로 사서 수분수 한다고 사면 아래 다 심었는데 단감나무는 왜 안 심는지...
핑계는 이곳에 단감나무가 살기 어렵다고 했지만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단감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가끔 보고 단감도 얻어오기도 했었다.

남편의 서재라고 들이고 지금은 창고처럼 쓰이는 컨테이너 옆에 음식물 쓰레기를 묻었다가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그곳에 뭔가가 조금 다른 나무가 싹이 나고 있어서 남편에게 보여주며 물었더니 감나무인 거 같은데 이건 커봤자 감은 안 달리고 고욤만 달린다고 했지만 난 고욤이라도 괜찮아하면서 푹 떠서 자리를 다시 잡아 옮겨 심어주었다.

단감을 사 먹고는 껍질과 씨앗을 두엄더미에 버린 것에서 씨앗이 발아된 것 같았다.
감나무는 쑥쑥 크더니 올핸 열매까지 맺는데 감이 조금씩 커가는 게 보인다.
오오! 고욤은 아닌 거 같은데?
난 자주 감나무를 쳐다봤다.



딸과 손주랑 후쿠오카 여행을 마치고 일주일 만에 돌아온 날.
감나무를 쳐다봤더니 크기는 그리 크진 않지만 푸른감이 노랗게 색이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뭔가 두근거림에 남편에게 하나만 따달라고 했다.

남편이 하나 따왔다.
칼로 껍질을 까서 한입 베어무는 순간 난 담이 들어 아픈 허리도 잊은 채 팔짝팔짝 뛰었다.
단감이다.ㅎㅎ
남편에게도 조금 잘라주니 맛보고는 허허 웃는다.
세상에 실생 감이 고욤이 아니고 내가 원하고 원하던 단감나무였다니...
복권당첨된 듯하다.
제법 많이 달렸으니 나 혼자선 실컷 먹을 수 있을 듯하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추운 곳에서도 잘 산다는 차량단감나무를 심었건만 죽어버리고 다시 심어도 잘 안 크고 있는데 횡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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