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소주 한 잔. 왜 난 나를 비난하고 있는가

나만 빼고 다 잘하는 세상

by giiiiiiyoung

토요일 저녁, 기분 좋게 한 잔 하고 침대에 누우니 하루 아침, 점심, 저녁을 참 알차게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불현듯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배도 묵직한 것 같다.


점심을 걸렀어야 했는데… 오징어짬뽕을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샤워 전 몸무게를 재본다. 역시나.
“오늘부터 저녁은 샐러드만 먹어야지.” 다짐하는 순간, 문득 화가 났다.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하루 다섯 끼를 먹은 것도 아니다.
아침, 점심, 저녁을 야무지게 챙겨 먹었을 뿐인데, 왜 이게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걸까?


세상은 ‘저속 노화’다, ‘혈당 관리’다 하면서 먹는 것조차 죄책감의 대상이 된다.
빵을 먹고, 라면을 먹고, 소주 한 잔을 했다고 해서 문제가 생긴 걸까?


요즘 세상은 모두에게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를 보면 몸매 관리, 피부 관리, 혈당 관리, 노화 관리도 스스로 해야 한다(해야만 한다), 하루 8-9시간 부지런히 일해도, AI를 활용하면 한 달에 100만 원쯤은 부업으로 쉽게 벌 수 있다(벌어야 한다)고 한다,
60, 70대도 한다는데, 왜 너는 못 하냐고 다그친다. 어차피 알려줘도 안 할 거라며 비웃는 콘텐츠도 허다하다.


핸드폰만 열면 보이는 그것들이 나를 쇠약하게 만든 게 아닌가.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일을 시작한다. 연봉 1억이 넘고, 부모님께 그럭저럭 금융 효도도 하며,5살, 12살 두 딸을 키우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프랑스에서 꿋꿋이 살아간다.연예인 같은 외모는 아니지만, “엄마, 예뻐~”라는 말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신랑과 와인 한 잔을 나누는 이 삶이,아무리 봐도 나태한 삶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도 나는 자꾸 나를 나태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제, 화를 내보려고 한다.이놈의 세상이 열심히 사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고작 “더 열심히 해라” “너 빼고 다 더 잘한다”그런 것뿐이라면,


우리는, 그리고 나는, 나에게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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