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만약 삶이 6개월 남았다면

꼭 해야 할 다섯 가지는?

by 아누코난

30개의 나 인터뷰 질문이 이제 마지막을 달려가고 있어요. 인터뷰 질문이 계속 무거워지네요. 앞으로 죽음과 관련된 내용은 2개, 현재의 나와 앞으로의 나와 관련된 주제 2개가 남았어요.

티벳불교를 전파하는 세첸코리아의 렛고명상대학의 7단계 명상중에 4단계는 죽음명상이었어요. 조금은 어렵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아 2년 연속으로 죽음 명상에 참여했죠.


죽음은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고 무섭고 두려운 주제이기도 하죠. 죽음을 사유하며 하는 프로그램이나 글쓰기는 언제나 경건해지고 솔직해 지는 것 같아요. 나의 삶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면 꼭 해야 할 것 다섯가지를 적어봅니다.


어릴 때부터 불을 끄고 자는 것이 무서웠었고 나이들고도 한참 동안 잠 잘때 불을 못끄고, 답답한 곳에서 잠을 잘 못자는 버릇이 있었어요. 왜그럴까 가끔 생각을 해보았는데 드는 생각은 어릴때 유괴사건이 많았는데 우리 막내가 유괴당하고 죽는 꿈을 꾸면서 죽음이 어린 마음에 많이 무서웠나 봐요.


최근들어 더 깊게 생각해보니 내가 4살인가 다섯 살때 길을 잃어서 파출소에서 부모님이 저멀리서 오던 장면이 떠오르는데, 아마도 그런 두려움과 공포가 내 무의식속에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죽음을 생각하면 급작스럽게 생을 달리했던 사람들이 생각나요. 내가 너무 좋아했던 친한 언니의 죽음, 일하면서 자주 만나고, 쓰러지는 날도 만났던 동료의 죽음, 현재에 깨끗하게 살기에 너무 버거웠던 선배, 자기 몸을 불살라 항거했던 사람들. 죽음은 나에게 먼 일이지만 항상 가까이에 있었죠.


그리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죽음, 북에서 아버지와 함께 피난오신 아버지의 단 한명의 혈육, 동생이었던 작은 아버지의 죽음. 죽음이라는 주제를 떠올리자마자 많은 죽음들이 생각나고 경견해지네요.


나의 삶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미국에 계신 부모님을 보러 가고 싶어요. 멀리 떨어져 산 지 37년쯤 되었으니 같이 산 시간보다 떨어져 산 세월이 많아요. 부모님과 언니 동생과 같이 먹고, 자고, 놀며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어요. 6개월만 살 수 있다면 2개월 정도는 살고 와야겠죠.

두 번째는 그리고 우리 가족 남편과 딸과 경치 좋고 산과 바다와 숲이 있는 곳, 그동안 다녔던 곳중에 다시 가고 싶은 곳이나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어요. 우리 가족이 제일 슬퍼할 테니까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요.


그리고 글을 꾸준히 더 많이 쓸 것 같아요. 나의 심정이나 생각, 잘살다 간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한 사람씩 편지도 쓸래요.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좀더 담담하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네 번째는 비용과 시간 때문에 하지 못했던 뮤지컬이나 콘서트를 많이 볼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전시회나 영화, 연극도 애니메이션도 볼래요. 내가 보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많이 떠올리며 검색을 많이 해보고 시간이 6개월밖에 없으니 가능한 시간과 횟수를 정해놓고 봐야겠어요.


마지막으로는 나에게 인연이 되어준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서 밥도 먹고 술 한잔도 하고 싶어요. 6개월 밖에 없는데 아주 바쁘네요. 바쁘게 살다가 가야겠죠?



10 년 전에 유언장을 쓰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딸에게 주는 유언장을 썼는데, 어떻게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발표하지 못하고 계속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우리가 죽고 나면 형제가 없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남겨진 딸이 너무 안쓰러웠고 슬펐어요. 태어나서 죽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삶과 성장과 죽음은 인간의 숙명이니 죽음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 좋겠어요. 계절이 순환하듯이 그냥 그렇게 담담하게 말이에요.


가끔 이런 삶과 죽음의 질문을 해보다 보면 나의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