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을 가는 사람입니다
박성희는 나의 아내입니다. 어느 날 출근했는데 옆 사무실에 웃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던 첫 만남이 생각납니다.
8개월 정도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그녀는 퇴사했습니다. 퇴사 후에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다가 4개월 정도 지난 후 꼭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만나 고백을 받았고 6개월쯤 연애하고 결혼을 하고 36년을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참 과분한 사람이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같은 길을 가는 동지로 한결같이 살아왔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인 에너지와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날 타로를 배우고 타로를 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교육과 실습 그리고 강좌까지 해나가는 모습이 좋습니다. (36년 같이 산 남편)
“박성희는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질 때 남편에게 써달라고 할까 망설였어요. 써줄 것 같지 않았죠. 그래도 용기 내서 써달라고 말했어요.
처음엔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선뜻 써주겠다고 했어요. 감사하고 고마웠어요. 그리고 신기하기도 했고, 내가 타로를 배우고 시작할 때 황당하다고 생각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88년에 8개월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89년에 4월에 연애했는데 얼떨결에 양가 부모님이 만나 그해 9월에 결혼했죠. 내가 만난 남편은 권위적이거나 보수적이지 않았어요.
남자 여자가 할 일을 구분을 짓지도 않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척하지 않고 남들에게 배려를 잘하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어요.
결혼하고도 각자 일하며 살았고, 아이를 낳고 백일이 지나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또 바쁘게 살았죠.
아이를 키우며 함께 일하고, 어린이집에 맡기고 데리고 오는 전쟁 통에서도 우리는 싸우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죠. 아이를 찾거나 해야 할 맡겨진 일을 군소리 없이 완벽하게 해냈어요.
그때 남편이 약속한 일들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일을 계속 할 수 없었겠죠.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고 키우던 그 힘든 시기를 남편은 21번 세계카드처럼 자신의 역할을 온전히 해내고, 나는 그 시기를 8번의 힘 카드처럼 인내하고 참으며 견뎌왔던 것 같아요.
지나놓고 나니 힘든 시기였는데 잘 살아낸 것 같아요. 60을 넘어선 부부와 30이 넘은 딸은 오늘도 소주잔을 기울이며 함께 하고 있어요. 세 명이 대견하고 기특하네요.
남편은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절대 물어보지 않고, 끝마무리와 일 처리를 자기 혼자 확실히 완벽하게 하려고 해요. 남편의 탄생카드인 21번 세계카드를 보니 자로 잰듯한 반듯함과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려는 모습이 겹쳐 보이네요.
바쁘게 살다가 둘 다 퇴직해서 사는 지금이 아마도 남편을 가장 많이 만나고 알게 된 시기이기도 하죠. 지금 다시 보는 남편의 성격은 여유 있고 자신의 역할은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남의 말 듣지 않고 간섭하는 것 싫어하고 자신의 틀이 완벽한 사람이더라고요.
바쁘게 살던 때의 남편과 여유 있는 모습으로 사는 지금의 남편은 전혀 다른 사람이더라고요. 새로운 남자랑 살고 있어요.
제주에서 나고 자라고, 7남매의 여섯째로 자란 남편은 집안일도 돕고, 조카들하고 잘 놀아주고 배려가 몸에 배어있어요. 부드럽고 여성적이며 남들을 배려하고 도울 줄 아는 사람이에요. 아마도 내가 연애를 하자고 했을 때 내가 좋아했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남편의 탄생카드는 21번 세계입니다. 21번 세계는 0번의 바보가 20개의 단계를 너머 도달한 마지막 카드.
완성과 마무리를 뜻하는 카드입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무엇이든 완벽하게 하려고 하거나 시작한 일은 마무리를 해야만 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완벽한 것은 없는데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 보면 자신의 경계와 틀 안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자신이 생각한 어떤 것만을 고수하는 결벽증도 있을 수 있습니다.
때론 자기가 생각한 방식, 태도, 원칙이 모두 맞는 것이라고도 주장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쪽 면만 보다는 전체를 보는 경향이 있어서 시야가 넓을 수 있고 세상일이 모두 자기 인인 것처럼 오지랖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21 세계를 탄생카드로 가진 사람들은 3번의 여황제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지만 마음 깊이 가지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여성적이며 사람들을 잘 챙겨줍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적이며 포용할 줄 알아서 여유 있고 온화합니다. 뜬구름을 잡기보다는 실용적이며 성취 지향적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배려합니다. 삶을 즐길 줄 알고 넉넉하다 보면 자기가 모든 것을 다 가져야 한다는 허영심과 질투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사치스럽고 낭비하는 이해심이 부족한 여왕의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나는 21번의 세계카드의 특성보다 3번의 여황제의 특성에 이끌려 연애를 했나 봐요.
여황제의 사치스럽고 낭비하고 게으른 특성이 남편에게는 나타나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네요.
내가 남편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하게 생각하며 글을 쓴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없었던 것 같네요.
글쓰기가 남편도 다시 돌아보게 하네요.
앞으로 살아갈 날도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