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분명 저와 대화할 때 말씀이 적지 않습니다. 그냥 “그래, 그래”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선배와 과거와 현재, 주제를 맥락 없이 옮겨가며 한참 대화하는데, ‘나만 듣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없습니다.
그럴 때 있잖아요. 상대가 제 이야기를 듣는지, 아니면 자기가 할 이야기를 생각하며 말할 타이밍을 재고 있는지 느껴질 때. 그런 면에서 노동조합에서 만난 다른 선배들과 한참 달랐습니다.
보통 밥 한 잔의 수다는 이렇습니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속에서 본인은 어떠신지 말하고, 멋적은 듯 주섬주섬 선물도 꺼내시고, 또 제 이야기에는 대부분 정답 같은 말이 아니라 선배가 겪어온 어떤 태도? 기준? 같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중요해” 같은. 그리고 헤어질 땐 행복하라며 종종 어떤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한 달 전 2년 만의 치맥 자리.
선배는 백수가 된 저에게 “귀한 기회이니 생각 말고 되는 데로도 살아봐”라는 응원의 말을 했습니다. 이 선배에게 노동조합을 배웠습니다. (20년쯤 알고 지낸 친구)
내가 이 친구를 만난 것은 금속노조 서울지부에서 일할 때예요. 2005년 내가 43살 때 그 친구는 서른을 바라볼때쯤 이었겠네요. 같이 일하자고 엄청나게 설득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그 친구와 나는 동료가 되었어요. 그렇게 같은 공간에서 4~5년쯤 함께 일한 것 같아요.
바람이 잘 날 없고 정신없었던 그곳에서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하고 노력하며 일했었던 것 같아요. 누구보다도 열심히 말이죠.
그리고 난 그곳을 그만두었고 몇 년간은 서로 일하는 공간이 달라도 가끔 밥 한잔을 하며 만났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난 노동운동을 그만두고 지금 8년째 타로 글쓰기를 하며 살고 있고 그 친구는 지금까지 20년을 일하고 있었죠. 온몸에 부스럼이 나도록 일하는 친구는 여전히 부스럼을 달고 활동하고 있었네요.
작년 문득 생각나서 문자를 했는데 인제 그만두고 쉴 생각이라고 말했어요. 평소에 그 친구는 만날 시간조차 없이 일하는 사람이었거든요.
한참 수다를 떨다가 박성희는 누구인지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어요. 아마도 그 친구는 틀림없이 써줄 거라고 생각했죠. 역시 글을 써서 보내주었어요. 글을 얼마나 이쁘게 써줬는지요.
역시 이 친구는 허투루가 없어요. 정돈되어 있고, 분명하고, 성실하죠. 같이 일할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내게 써준 글을 받고 잠시 망설여졌어요. 내가 그 친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어요. 일하며 만나고 자주 보고 술도 자주 먹었지만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지향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나에게는 술 친구이자 동료였지만 그 친구에게는 나이 많은 선배였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처럼 사수였을 수도 있네요. 그렇게 편한 사이는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해요.
무슨 일을 하나 하더래도 꼼꼼히 준비하고 잘 해냈어요.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안으로는 단단하고 고집도 세고 주장이 확실한 편이죠.
잘 들어주고 섬세하고 유연하지만 버티고 참는 것도 잘해요.
재주도 많고 무엇을 해도 완벽하게 하고 뭐든 잘해요.
그 친구의 탄생 카드는 19번 태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와 같은 탄생 카드를 가지고 있네요.
나와 같은 8번 힘 카드네요. 그래서 결이 맞았나 봐요.
요즈음 ‘결’에 대해 생각해요. 비단결 할 때 그 결이요. 바위나 나무 같은 일정한 무늬 같은 결, 비슷한 경향의 방식이나 태도를 말하는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하기는 마땅한 것은 없어요.
8번 스트렝스는 어려움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중단하지 않으면서 전진해 나가는 확고한 힘과 인내심이 있습니다. 어떤 환경에 처한다고 해도 처음에는 어렵지만 그 속에서 공감하고 뿌리내리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이해합니다. 위기가 닥쳐도 차분하고 침착합니다.
오늘의 스트렝스는 위기와 인내에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호함과 온화함. 모두가 다 필요합니다. 강한 힘과 부드러운 힘, 이성적인 힘과 정서적인 힘 모두를 사용하려면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상황을 진정시키면서 그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스트렝스는 다른 이들에게 행사하기 위해서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자신을 단련하고 숙성해서 자신의 힘을 강화하는데 더 초점을 맞춥니다.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면 고집도 세고, 단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유연하고 부드러운 모습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 친구를 생각하며 스트렝스에 대해 쓰다보니 좀 다른 스타일로 쓰게 되었어요. 그 친구와 스트렝스가 같네요. 단단함과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모두 가지고 있네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부딪히며 자신의 역량을 사용한 그 친구가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하고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30대가 되기 전에 만났는데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네요. 인생의 7년 주기로 보면 7번째의 주기를 지나고 있어요. 43세~ 49세의 시기이죠.
“노년의 초기로써 먼 곳의 근거지를 찾기 위해 몸과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죠. 노년의 초기는 신체적인 쇠락과 정신적인 반짝임이 함께 오는 시기이죠.
앞으로도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의미 있는 일을 마음껏 배우고,
또 충분히 쉬면서 자신도 돌아보고, 주변 환경도 바라보면서
자신에게 친절하고 관대하게
즐겁고 행복한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