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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애오 Apr 13. 2022

Ep.01 :: 박탈감은 절대적이야

500원짜리 컵떡볶이를 먹다가 7000원 떡볶이를 서빙하며 생기는 마음

지금이야 떡볶이들을 배달해 먹으려 하면 기본 14,000원은 넘고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20,000원은 넘어야 떡볶이를 먹을  지만 예전에는 5,000원짜리  장이면 떡볶이 집에서 내가 앉은 테이블 위로 뷔페 마냥 떡볶이, 김밥 튀김, 만두, 순대를 깔아 두고 지나가는 동네 아이들의 선망 어린 시선을 즐길  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다른 카테고리의 배달 음식들은 얼마간이고 주문해먹으면서도 절대적으로 배달을 시켜먹지 않은 음식이 떡볶이이다.


시대는 변했지만 아직까지 타협하지 않은 것이랄까.


사실은 배달 주문 어플에서 떡볶이를 거들떠보지 않게 된 건 2012년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시 첫 번째 아르바이트로 프레즐을 만들고, 전국 매출 2 매장으로 영예로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대학교 신입생이   주말 간 OT MT 다니기 바빴기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 60만 원으로 스무 살의 하고 싶은 것들을 채우기란 쉽지 않았고,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렇게 입 속에 꿈을 담아주는 스쿨*드 분식점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지금이야 이 브랜드의 떡볶이 값이 시장가 혹은 시장가보다 낮은 듯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센세이션이었다.

1,000원어치로 보이는 떡볶이를 7,000원을 주고 백화점에서 먹는다고? 엄청 얇은 김밥 2줄을 8,000원을 주고 먹는 사람이 있다고?


광역시에 살았지만 이런 떡볶이 가격은 처음 보는 가격이었기에 매장이 망해서 아르바이트를 빠르게 그만두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쓸모없는 기우였을 뿐, 식사시간이 되면 웨이팅은 기본이었고 2-3명이 와서 떡볶이와 분식 메뉴들을 5만 원어치씩 먹고 가는 손님들이 부지기수였다.


떡볶이  그릇과 김밥  줄들이 각각  시급의 1.5배는 되던 가격들이었고 1시간을 땀 흘리고 웃으며 일해도 이곳의 떡볶이  그릇 시켜먹지 못한다는 소외된 마음이 갈수록 커져갔다.

참고로 , 백화점에 입점한 식당 매장들은 직원들이 매장 음식을 먹는다거나 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했기에  달여간 서빙을 하며 눈과 코로만 음식들을 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주문 실수로 김밥 세트가 잘못 만들어 내어 졌고 , 손님에게서 "저는 이거 말고 다른 세트 시켰는데요." 하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이 답을 듣는 순간을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안도감과 수치심이 슬로 모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잘 못 만든 건가. 그럼 이건 어쩌지. 이거 버리기 아까우니까 주방 옆에서 먹자고 할까. 와, 나도 드디어 8천 원짜리 김밥 먹어보는 건가. 대박!
아 그런데 저 사람들은 4만 원짜리 세트 시켜서 먹고 가는데 나는 8천 원짜리 김밥 잘못 만들어진 걸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그냥 가져가면 주방에서 버릴까 봐 뭐라고 말하면 먹을 수 있지 생각하는 건가.

진짜 나 거지 같다.

주방으로 가져가 "혹시 이거 버려야 해요?"라고 물어보게 되는 게 , 그리고 버려질까 봐 초조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게.

이 박탈감은 결코 상대적인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이 조금 괘씸해졌다.


이 사회에는 무조건 지켜져야만 하는 가격이 있다.

천 원짜리 떡볶이라든가, 라면이라든가.


그 누군가가 즐기더라도 절대적으로 내 마음이 나의 빈곤함을 알아차릴 수 없는 최소한의 가격들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만 원이 넘는 떡볶이들을 보자면

그 시절 떡볶이 한 그릇, 김밥 한 줄에 느꼈던 박탈감들이 다시금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하다.




+ 여담이지만, 해당 떡볶이 브랜드를 싫어한다든가, 떡볶이 브랜드들에 억하심정을 가진 것은 아니다. 내가 근무했던 떡볶이 브랜드는 실제 창고정리 등을 했을 때 정말 국내산 식재료들만 사용하고 레시피나 모든 재료들이 잘 관리되는 것을 보았기에 지금도 남이 떡볶이 사준다고 할 때 항상 찾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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