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 밸런스 게임
분명 가을이었다.
홍시처럼 내 마음도 말랑말랑해져 가던 참이었는데,
금방 겨울이 왔다.
건조하다.
곶감처럼 내 마음도 점점 쪼글쪼글해지는 기분이다.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아니, 신에게는 아직 한 달 남짓의 시간이 남아 있소이다.
제발 나를 석방시켜 주시오.
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준비를 해보자.
소개팅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이상형을 다시 재정비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생각을 밖으로 꺼내어 직접 정리를 해 보면 조금 더 명확해질 것이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만의 이상형 밸런스 게임’을 해보려고 한다.
나는 진지하다.
그럼 시작해 보겠다.
각 질문은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고, 그중 더 끌리는 것을 선택하면서 내 이상형의 기준을 정리해 나가는 방식이다.
1. 키가 크고 평균적인 외모 VS 키는 보통이지만 외모가 굉장히 매력적
하나,
둘,
셋!
“키가 크고 평균적인 외모”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화려한 외모보다는, 내 눈에 자연스럽고 담백한 외모가 더 좋다. 키는 크지 않더라도 인상이 좋고 풍기는 분위기가 호감형이면 좋겠다.
2. 근육질 몸매 VS 슬림하고 날렵한 몸매
하나,
둘,
셋!
“슬림하고 날렵한 몸매”
너무 어려웠다. 고민하면서 든 생각은.. 나는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적당히 운동하면서 건강관리 하는 사람이 좋다.
3. 또렷한 이목구비 VS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
하나,
둘,
셋!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
이건 너무 쉽다. 나는 편안하고 담백한 분위기의 사람이 좋다.
<외모 결론>
나는 특정 키나 체형을 선호한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외모를 좋아한다.
1. 유머 감각이 뛰어나 언제나 웃음을 주는 사람 VS 진중하고 신뢰감을 주는 사람
하나,
둘,
셋!
“유머 감각이 뛰어나 언제나 웃음을 주는 사람”
당연히 진중함과 신뢰감도 필수지만, 나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야 일단 관계가 발전이 되더라.
2. 적극적이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 VS 차분하고 속 깊은 사람
하나,
둘,
셋!
“적극적이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
위 질문에 대한 답과 비슷한 맥락이다. 서로 티키타카가 되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적극적이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더 끌린다.
3. 다정하게 표현을 잘하는 사람 VS 행동으로 묵묵히 챙겨주는 사람
하나,
둘,
셋!
“다정하게 표현을 잘하는 사람”
어렸을 때는 마초 같은 츤데레가 좋았다. 그런데 오래 마음을 나누고 함께 가기에는 내가 지치더라. 그냥 있는 그대로 '고맙다', '미안하다', '좋다'라고 솔직하고 다정하게 표현해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나를 아끼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성격 결론>
유머코드가 통하면서도 다정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 그리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이 내게 잘 맞는다.
깔끔하고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 VS 자유로운 성격으로 조금 어수선해도 괜찮은 사람
하나,
둘,
셋!
“깔끔하고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
내가 깔끔한 성격이라 상대방이 그렇지 않다면 약간의 스트레스는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로 맞춰가려는 마음과 배려하는 태도다. 그런 노력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차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사람 VS 이상적이고 감성적인 사람
하나,
둘,
셋!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사람”
나는 감성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라 상대방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을 가진다면 서로를 보완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를 조금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내 의견과 감정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운동과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 VS 집에서 쉬는 걸 좋아하는 사람
하나,
둘,
셋!
“운동과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
사실 취미와 라이프스타일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다를지라도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된다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형 밸런스 게임을 통해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명확해진 건, 완벽한 이상형을 찾는 것보다는 나와 조화를 이루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냐는 거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나는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기준을 너무 고정된 틀로 만들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보려고 한다.
이상형 밸런스 게임은 기준을 정리하는 재미있는 도구일 뿐, 결국 중요한 건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느냐일 것이다.
이 기준들을 바탕으로 나와 잘 맞는 인연을 곧 만나길 기대한다.
올해의 끝이 보이는 계절이지만,
끝은 곧 시작이다.
새로운 만남을 위한 준비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자, 이제 드루와드루와!
Stay tu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