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소개팅

200 소개팅좌의 촉

by 쌀미

승진 누락으로 지옥에 다녀온 이후로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회복탄력성이 좋은 편이라

지금은 또 내년 이직을 생각하며

예쁜 구두도 사고,

빠잇팅이 넘친다.


하긴 몇 개월째 브런치를 쉬다가

요즘은 거의 매일 글을 올리고 있는 걸 보면

나의 빠잇팅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빠잇팅 넘치는 불덩어리 같은 와중에

소개팅 제안이 들어왔다.


좋아,

승진운이 연애운으로 넘어간 것일지도 모르지.

흐흐흐.


상대방에게서 연락이 왔고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그런데 이제, 이쯤 되니


이쯤이라는 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소개팅만 200번쯤 해본

프로 소개팅러의 감(感)이다.


200 소개팅좌로서 느낌이 온다.

아, 역시나.

이번에도 아니구나.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일단은 만나야지.

나는 프로니까.


이제는 첫 만남에서

소개팅남이 으레 내는 커피값이며 밥값도 괜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약속장소인 카페에 15분쯤 일찍 도착해

내 음료는 내가 주문했다.


약속시간 5분 전, 소개팅남이 도착했다.

이미 와서 음료를 홀짝이며 앉아 있는 나를 보고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그가 음료를 받아 자리로 왔고

간단한 인사와 함께 대화를 나눴다.

인상은 나쁘지 않은데, 설레지 않았다.

대화는 끊김 없이 편안한데, 설레지 않았다.


그냥, 설레지 않았다.


비슷한 속도로 음료를 비워내고

이제 슬슬 일어나려는데

저녁식사를 제안한다.


마다하지 않기로 한다.

아까 분명 부담스럽다며

내 음료를 내돈내산 했던 사람은 어디 갔나.

미안하지만,

그 사람은 지금 배가 고프다.


저녁을 맛있게 얻어먹고 매너 있게 인사한 뒤 헤어졌다.


아, 승진운이 연애운으로 넘어가지 않았다면

대체 어디로 간 것이냐.


다음에는 201 소개팅좌로 돌아오겠다.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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