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점심 약속이 줄다.

쌀중진담은 집에서

by 쌀미

나는 회사 안에서 사람들이

가장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 일을 한다.


참고 견디라는 말 대신

밥은 잘 챙겨 드시냐고 묻는다.


모든 것은 밥심에서 나온다.

정말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다.

이것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다.


나는 밥을 참 잘 챙겨 먹는다.

잘 살아내고 있나 보다.


밥은 혼자 먹어도 맛있지만

같이 먹을 때 더 맛있다.

특히나 따뜻한 공감이 매력인 나로서는

서로 공감을 나눌 누군가가 있으면

밥이 더 많이 들어간다.


술을 먹으면 취중진담이 나오는 것처럼

밥도 먹으면 쌀중진담이 나온다.


속이 든든하면

쪼그라들었던 마음도 제자리로 돌아오고

속 안의 진짜들이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회사에서 점심 약속이 많이 줄었다.


나에게 점심 약속은

평소 같으면 회사 뒷담화와

시시콜콜한 가십거리로

함께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시간이었는데,


직원들의 고충 상담을 맡게 된 이후로

회사 동료들과의 점심은

웃고 떠들며 털어내는 시간이 아니라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그리고 들어주는 공감에서 멈춰야 하는

아쉽고 건조한 시간이 되었다.


이렇다 보니 나조차도

절제를 시험당하는 자리를

굳이 먼저 만들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예전보다 점심 약속은 줄어들었다.


대신

나의 업무를 이해해 주는

배려 깊은 동료를 알게 되었고,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방식도

책과 글로 옮겨가게 되면서

나는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조금 더 깊어졌다.


다정하되

단단해졌다.


일을 해 나가며

점차 중립의 자세로

내 일을 지키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따뜻한 공감은 여전히 나의 매력이지만

이제는 거리를 지키는 기준이 되었다.


적당함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적당함은 분명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나는 오늘도

밥은 잘 챙겨 드시냐고 묻고,

회사 안에서 사람들이

가장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다.


얼른 퇴근하고

맛있는 밥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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