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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미 작가 Oct 18. 2024

내가 소개팅을 하는 이유

만나야 끝이 난다.

소개팅이란 서로 안면이 없는 남녀가 주선자의 소개로 일대일 만남을 갖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서로 안면이 없는’이다. 

주선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철저히 의존하여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이 두려움이 호기심과 설렘으로 변할지, 

아니면 빨리 자리를 뜨고 싶은 안절부절함으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률적으로는 후자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사람 만나는 게 참 힘이 든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운 만남.

나도 자만추를 하고 싶지만 학교나 회사 외의 곳에서 자만추는 또 쉽지 않더라.  

특히 사내 커플의 경우, 결혼까지 이어지지 않고 헤어지기라도 하면 

회사 내 퍼지게 될 소문과 엑스와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 

경험자로서 사내에서 비밀 연애는 절대 불가능하다. 


최근 MZ세대의 연애는 조금 더 특별한 부분이 있다.

온라인 매칭 앱이나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만나는 비대면 연애 방식이다.

MZ세대에서 M어디쯤에 있는 나는 MZ력이 살짝 아쉬운 관계로 이건 안되겠다. 


부모님이 지나가는 말로 언급한 결혼정보회사는 

무엇보다 나의 우선순위 요건인 ‘티키타카’를 매칭해 줄 수는 없다는 것.


요즘 주변에서 나에게 강력하게 권유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극사실주의 일반인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SOLO’

나도 정말 재미있게 즐겨보는 연애 프로그램인데

애청자로서 대리만족을 느끼며 조용히 응원만 하고 싶다. 

나의 로맨스 진행 과정을 굳이…

남들에게 노출시키고 평가받자니… 

생각만으로도 벌써 심장이 벌렁거린다. 

나는 그 정도 그릇은 안 되는 듯 하다.  


이쯤 되면 또 등장하는 얘기가 있다. 

바로 동호회!

왜 안해봤겠는가. 

다만 동호회는 본인의 취미와 관련이 있고 그것이 본질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 복되고 감사한 일인 거다. 

반대로 이성을 만나기 위한 목적으로 동호회를 하게 된다면 

만약 원하는 수확이 없을 경우 엄청난 현타가 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렇듯 ‘나의 배우자 찾기’ 만남의 장 사이클을 돌다 보면

결국 가장 현실적이면서 안전한 만남의 연결고리는 소개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내가 소개팅을 하는 이유이다. 


단, 소개팅을 주선 받을 때 추가된 두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첫째, 사진을 반드시 확인한다.

예전에는 사진을 보지 않고도 주선자를 믿고 모든 소개팅을 거의 다 받았다. 

주선자가 일부러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이 너무 잘 나왔으면 기대할까봐. 

반대로 사진이 별로이면 외모로만 사람을 섣불리 판단할까봐.

우리 주선자들이 이토록 나를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다.

외모가 잘 생기고 못 생기고를 떠나서 그 사람에게서 풍겨지는 전체적인 인상 정도는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웠다.

과한 성형으로 얼굴이 부자연스럽지는 않은지, 지나치게 후줄근한 차림새로 인간적인 정마저 뚝 떨어지지는 않는지, …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 단정한 차림새와 용모로 보여지는 사람이면 좋겠다. 


둘째, 진국이는 한 번 더 고민해 본다. 

누군가를 소개해줄 때 첫 소개 멘트가 “이 사람 진짜 진국이야.” 라고 한다면 

한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외모가 준수하면 “얘 잘생겼어.”라는 말이 먼저 나올 것이고, 웃는 모습이나 말하는 게 귀여운 구석이 있다면 “얘 귀여워.”라는 말이 먼저 나올 것이다. 그 외에도 “키가 크다.”, “착하다.”, “재미있다.” 이 정도에서 메인 소개 멘트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딱히 특징지을 만한 것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때 붙이는 마지막 멘트가 나는 바로 이 “진국”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은 다를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소개팅 빅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므로. 그래서 단칼에 소개팅을 거절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번 더 고민해 보아야한다고 한 것이다. 

당연히 진국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나의 경우, 이성적인 매력으로 다가오는 우선 순위가 ‘티키타카’인 점을 고려했을 때

진국인 사람들은 그리 재미있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소개팅도 귀하다. 

사찰 소개팅 ‘나는 절로’라도 신청을 해야 하나.


나의 배우자 찾기는 계속된다.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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