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랜 전통 ‘킷사텐’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다방 같은 개념의 오래된 전통카페
‘킷사텐’ 이 있다
청소년 시절부터 나는 일본 문화에 빠져있었다
영화 드라마 만화 음악 등등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종종 보게 되는 킷사텐
세월이 느껴지는 원목 인테리어에 빨간 소파
뿌연 담배연기 은은히 흘러나오는 재즈
신문이나 책을 보는 사람들
마스터가 직접 내려주는 드립커피
시럽을 듬뿍 뿌려 먹는 팬케이크, 햄치즈 샌드위치 그리고 메론소다
언젠가 나도 일본을 가게 되면 킷사텐에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그곳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일본 여학생들이 하교 후에
카페나 집에서 즐겨 먹는 음료가 있었으니 바로 ‘메론소다’였다
푹푹 찌는 한여름, 하얀 와이셔츠에 리본을 매고
주름스커트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땀을 닦으며 마시는 그 청량한 옥색빛 음료 위에 크림이나 아이스크림이 한 스쿱 올려져 있고 그 위에 체리 한 개.
그 귀엽게 생긴 음료가 도대체 어떤 맛일까 나는 너무나도
궁금했었다
고등학생 시절 그때 나도 하교 후 친구들이랑 카페에 가는 걸 좋아했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 십 대 청소년들에게 대인기였던 바로 ‘캔모아’ 다!
캔모아에서 우리는 과일빙수와 파르페를 먹었다
일본문화에 빠져 있던 그 시절 일본의 여러 매체에서 본
귀여운 파르페는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먹어 볼 수 있었지만 도대체가 그 아이스크림이 한 스쿱에 체리 한 개가 올려진 메론소다는 내가 사는 곳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
(아마.. 서울의 어디쯤에선 있었을지도..)
여하튼 나는 그때부터 메론소다에 대한 로망? 이 있었다
20대가 되고부터는 일본을 여러 번 가게 되었지만 왜인지
킷사텐을 항상 놓치고 말았다
아마 처음 가보는 여행의 어리숙함과 남들 다 가는 유명한
관광지만 다니게 되다 보니 나의 로망은 잠시 잊게 되었던 거 같다
그러던 어느 날 sns를 열심히 탐색하던 중
‘도쿄 킷사텐 여행’이라는 책을 쓴 작가님을 보게 되었다
아! 맞다! 나 언젠가 킷사텐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지! 라며 그 시절 꿈꾸던 로망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마침 나는 오랜만에 일본 오사카 여행을 준비 중이었고 이번에야 말로 꼭 킷사텐에 가겠다고 다짐을 하며 책 정독에 들어갔다
내가 몰랐던 킷사텐의 역사와 일본엔 정말 오래되고 멋있는 킷사텐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구글맵에 오사카에서 꼭 가보고 싶은 킷사텐을 검색해 저장을 했다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고 드디어 킷사텐을 가보았다
아이스커피 메론소다 팬케이크 샌드위치 등을 주문했고
난 드디어 메론소다를 먹게 되었다
왜 드라마의 여학생들이 하교 후 땀을 식히며 이 음료를
마셨는지 이해가 되는 맛이라고나 할까
태양이 강렬한 한여름 하교 후 가장 덥고 가장 힘든 시간
꼭 그 시간에 마셔야만 되는 그런 맛이었다
‘여름의 맛’
사실 메론소다는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그냥 소다맛 탄산음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게 전부였다
그렇지만 빨대로 한 모금 쭉 빨고 나면 온갖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그런 맛
그리고 또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건 (사랑에 잘 빠지는 타입)
‘킷사텐에서 먹어보는 메론소다’ 라는 거였다
정말 100년이 된 킷사텐에도 가보았는데 10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 시간여행자가 된 듯 그곳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실제로 백 년이 된 오사카의 킷사텐 ‘마루후쿠’
외관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킷사텐
진열장에 장식해 놓은 엔틱 찻잔들
레트로한 느낌의 인테리어
기분 좋게 흘러나오는 재즈
나팔꽃 모양의 은은한 조명
커피 내리는 모습과 음식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오픈키친
옛날 유니폼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점원분들
내 뒤로 한국여행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계시던
어느 노부부
정말 타임리프가 있다면 난 타임리프를 하듯
세계를 넘나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난 나의 로망 하나를 이루는 동시에
다른 킷사텐이 더더 궁금해졌다
앞서 얘기한 책에 소개된 도쿄의 여러 킷사텐들을
가보고 싶어졌다
더 역사가 깊고 ‘진짜 어른들의 킷사텐’
그런 곳을 가보고 싶어졌다
자욱한 담배연기 쓰디쓴 커피와 모닝세트
달콤 쌉싸름한 비엔나커피가 먹고 싶다
나의 다음 일본여행은 아마도 ‘킷사텐 여행’ 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