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홍콩여행은 많이 달랐지만
나의 첫 홍콩은 아마도 스물다섯
열심히 돈을 모아 떠난 나의 세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친구와 둘이서 홍콩의 밤거리를 상상하며 선택한 여행지였다
그 당시를 떠올려 보면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있는 것도 아니어서 인터넷 으로 전 일정 자유여행인 3박 4일 항공권과 호텔이 같이 묶여있는 에어텔을 검색해서 예약을 하고
관광지를 열심히 서치 해 책 한 권과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떠났던 거 같다
그때의 우리 관심사는 홍콩영화 ‘중경삼림’과 ‘이케아’ 그리고 홍콩의’ 딤섬’과 ‘밤거리’였다
(그 당시 이케아는 한국에 들어오기 전이여서 디자인을 배우고 있던 우리는 이케아에 가보는 게 여행의 목적 중 하나 이기도 했다)
떠나는 당일 친구를 만나 설렘이 가득한 채로 공항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을 갔다
반질반질하고 빳빳한 내 여권에 세 번째 도장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비행기에 탑승을 하고 약 3시간 후 우리 둘은 홍콩에 도착했다
처음 본 홍콩의 거리는 정말 화려했다
거리도 사람들도 처음 느껴보는 화려함 이였다
화려하기만 한 거리에서 우리는 길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돌았다
짧은 일정이 아쉬웠던 우리는 다음날부터는 계획 있게 돌아다녀 보기로 하고
호텔로 돌아와 맥주 한 캔과 함께 인터넷 검색과 책자를 열심히 넘기며 홍콩 공부를 했다
그렇게 나의 첫 20대 홍콩은 어설픔과 자유로움 이였다
2층 트램을 타고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친구와 둘이 한껏 멋을 내고 밤늦게 까지 돌아다니고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가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피자와 파스타 맥주를 먹으며 화려한 홍콩의 야경을 봤다
중경삼림을 떠올리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탔고
소호거리의 어느 바에서 서양인 남자들이 들어오라고 손짓했지만 무서워서 거절하기도 했다
란콰이퐁의 화려한 거리에 취해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빅토리아 하버의 레이저쇼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그렇게 가고 싶었던 이케아도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탈과 비슷했다
정말 자유로운 3박 4일의 일탈
아무 걱정 없이 돈 걱정 없이 가족 걱정 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자유로움을 맛본 일탈
시간이 흘러 30대가 되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가 걷기 시작 한 무렵
아이를 데리고 친정엄마와 함께 두 번째 홍콩 여행을 떠났다
첫 홍콩 여행을 떠올리며 아이와 엄마에게도 홍콩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랐다
꾸미기는커녕 낮은 단화를 신고 커다란 백팩을 메고 유모차를 끌고
한창 호기심 많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를 케어해야 했고
맞추기 힘든 엄마의 비위도 맞춰야 했다
아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현실적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홍콩의 멋진 야경과 레이저쇼를 보여주고 싶어서 간 할리우드거리에서는 레이저쇼는 1도 관심 없고
유모차가 있어 트램 타기도 어려워 비싼 택시를 타고 다녀야 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중간도 가기 전에 내려와야 했다
평소 여행 가면 걷는 걸 좋아하는데 조금만 걸으면 힘들어하는 엄마와 아이를 데리고 유모차를 끌고 도심 한복판을 걷는 건 무리였다
이때가 홍콩의 우기였는지 날씨도 안 좋아 홍콩의 반짝반짝한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
같은 곳인데도 이렇게나 다르구나
20대 때의 자유로움을 꿈꾼 내 잘못이구나 생각했다
생각을 바꿔야 했다
그만 징징거리고 마음을 내려 놓기로 했다
그제서야 여유로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전과는 많이 다른 환경이었지만 관점을 엄마와 아이로 바꾸니 또 다른 즐거움이 생겼다
맛있는 음식도 좀 더 찾아 먹게 되고
마구잡이로 돌아다니지 않고 쉬엄쉬엄 다니니 피곤도 덜했다
저녁에 고삐 풀린 채로 돌아다니지 않아도 일찍 호텔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니 다음날 여행 하기도 덜 힘들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20대 때의 여행보다 홍콩의 구석구석을 좀 더 진중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다 보니 홍콩 사람들의 표정도 볼 수 있고
홍콩의 풍경도 좀 더 오랫동안 눈에 담고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엄마와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했다
사람이란 이렇게 성장하는 건가 싶었다
친구와의 여행은 일탈과 자유로움을 맛보았다면
엄마와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배려와 나누는 행복을 배웠다
홍콩은 그곳에서 여전히 반짝거렸고 화려했다
나의 상황만 바뀌었을 뿐
홍콩에 다시 가게 되면 어떤 상황이 바뀌었을지 모르겠지만
도로에 빨간 택시가 다니는 홍콩은 여전히 그곳에서 반짝거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