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짜오 냐짱!
푹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밖에서는 무언가 혼잡한 소리가 들렸다
호텔룸의 커튼을 열어보니 헬멧대신 ‘농’(베트남의 전통 모자)을 쓴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분주하게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도로에는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무질서 속의 질서를 지키는 듯 달리고 있었다
아! 여기 베트남이지! 라고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우리 호텔은 냐짱의 시내 한복판에 있는 작은 호텔이었는데
관광하기에 최적화된 위치와 시설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어른 두 명 초등학생 두 명 이 지내기에 알맞은 더블룸 두 개가 연결되어 있는 ‘커넥팅룸’을 선택했는데 답답하지 않았고
어른 두 명이 따로따로 지낼 수 있어서 개인적인 시간도 쾌적하게 보낼 수 있었다
(사실 잔소리 많은 엄마와의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다 왠지 침해받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기에 서로 부딪히는 일이 적어 참 좋았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호텔룸은 에어컨을 작동시킬 만큼 점점 더워지기 시작했다
엄마와 아이들까지 일어나 우리는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직원분께 룸넘버를 말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널찍하고 베트남 스러운 인테리어의 식당엔 대부분 서양인 손님이 많았다
우리는 도로가 보이고 반대편 건물이 잘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담아왔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쌀국수!라고 대답할 만큼 쌀국수를 좋아하는 나는 제일 먼저 쌀국수를 가져왔다
요리사님께서 직접 만들어 주는 진짜 베트남에서 먹는 나의 첫 베트남 쌀국수였다
테이블에 있는 베트남 고추를 팍팍 넣고 고수도 한가득 넣어 먹는 따뜻한 쌀국수 한 그릇은 아침 식사로 아주 탁월했다
난 평생 쌀국수만 먹어도 좋아~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다행히 엄마와 아이들도 입맛이 잘 맞는지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원래 나는 어딜 가나 밥보다는 잠 이 우선이라서 조식은 잘 안 먹는 스타일인데 베트남에서는 쌀국수를 먹으려고 하루도 빠짐없이 조식을 먹었다
처음으로 나의 아침잠을 이기는 조식이었다
조식을 먹고 간단히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무겁고 두꺼운 겨울옷 대신 가벼운 옷차림이 홀가분했다
아직 정오가 되기 전의 시간
우리는 커피타임을 갖기 위해 호텔에서 열 발자국만 가면 있는 냐짱에서 유명한 카페 ‘cccp 커피‘를 갔다
‘cccp 커피‘는 정말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있어서 멀리 안 가도 되고 매일매일 커피와 디저트 타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호텔 앞에 있는 ‘cccp커피’는 꽤나 규모가 컸다
cccp커피
뜻: 구소련의 러시아어 표기로 인테리어와 직원들의
복장이 구소련 스타일이다
들어가니 역시나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그중 한국인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지만)
울창한 나무가 가득하고 도로가 보이는 테라스 자리에 앉을까 하다가 강렬한 햇빛을 피해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 자리를 선택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직원분이 메뉴판을 들고 왔다
(손님이 직접 카운터로 가지 않고 직원분이 오면 주문하는 시스템)
나는 당연히 제일 유명한 코코넛 커피를 엄마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아이들은 망고 스무디를 주문했다
주문한 메뉴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베트남에서의 첫 코코넛 커피를 맛보는 시간이었다
시원하게 생긴 유리컵에 하얀 코코넛 스무디가 가득 올려져 있었고 거기에 커피가 더해져 은은하게 달면서 고소한 맛이었다
시원하고 달콤한 목 넘김이 좋았던 첫 입을 잊지 못한다
우리는 여행하는 내내 1일 1 cccp 코코넛 커피였다
아이들이 주문한 망고 스무디는 또 얼마나 맛있는지 한국에서는 비싸고 맛도 별로여서 잘 못 먹는 망고를 여기서는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도 ‘엄마 망고가 너무 맛있어!! 라며 순삭 망고 스무디였다
가격도 얼마나 저렴한지… 코코넛 커피는 작은 사이즈 1잔에 48,000동 한국돈으로는 약 2,300 정도였고
망고가 한가득 들어간 망고 스무디는 55.000동 한국돈으로는 3.000원 정도였다
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커피 두 잔과 망고스무디 두 잔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콩카페는 한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잠시 테라스로 나와 코코넛 커피와 베트남을 즐기기로 했다
태양이 강렬 하지만 습하지 않은 온도. 도로에는 질서 정연하지 않은 오토바이와 차들
농을 쓴 현지인과 관광객들.
북적임과 동시에 평화로움이 느껴져 신기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국에서 떠나온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으므로 피부가 아플 정도의 한파의 기운이 아직 몸에 남아있어
뜨거운 여름의 날씨가 아직 익숙하지 않았지만
뜨끈한 쌀국수 한 그릇과 달콤 쌉싸름한 코코넛커피 한잔으로 우리는 서서히 베트남에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