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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일보 Jan 17. 2022

보름달이 뜨면 진짜 생선이 안 잡힐까?

[B:드라이브] 달이 밝으면 진짜 생선이 안 잡힐까?

*'B:드라이브'는 온갖 궁금증과 이슈를 다루는 <부산일보>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저장소입니다.

매달 음력 14일. 보름이 가까워지면, 고등어·오징어잡이 배들이 일제히 육지로 뱃머리를 돌립니다. 불빛을 비춰 고기를 유인한 뒤 어업을 하는 방식인데, 보름에는 달이 밝아 고기들이 분산 된다는 믿음 때문이죠.

수백년, 어쩌면 수천년을 이어온 이 믿음 때문에 뱃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보름달이 뜨면 조업을 쉬어 왔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이 뜨는 음력 14일부터 19일까지, 이 시기를 '월명기(月明期)'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달이 밝은 시기를 말합니다.

바다에 비친 달빛 그래픽 영상. 이미지투데이


월명기의 정확한 유래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아주 오래 전, 보름 때면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 것을 경험한 어부들 사이에서 구전처럼 전해져왔을 거라 추측됩니다.

커다란 그물로 물고기를 둘러싸 잡는 대형선망은 한 번 출항 할 때 6척의 배가 한 선단을 이룹니다. 그물과 장비가 실려 있는 본선 1척, 불을 밝히는 등선 2척, 나머지 3척은 운반선입니다. 운반선은 평소에도 고기를 나르기 위해 항구에 종종 들어오지만, 본선과 등선은 25일동안 바다 위를 지키고 있는데요. 월명기에는 본선과 등선까지 한꺼번에 입항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연근해 어선들이 월명기를 맞아 출어를 하지 않은 채 부산공동어시장 앞을 빼곡하게 메운 모습. 부산일보DB


조업을 쉬는 이 엿새가 선원들에겐 휴가 기간입니다. 이 기간을 이용해 그물을 정비하기도 하고, 배를 점검하는 등 밀린 작업을 하곤 합니다.

엿새 동안 고기를 잡지 않으니, 월명기 이후에는 고기 값이 약간 오르기도 합니다. 가장 영향을 받는 어종은 고등어와 오징어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 유통정보(KAMIS)를 토대로 지난해 음력 10월 1일~28일까지 중품 고등어 가격을 분석해봤는데요. 음력 10월 1일에 10kg에 4만 5000원에서 보름인 15일에는 4만 7000원, 월명기 직후인 20일에는 5만 1000원, 그 이후인 25일에는 5만 3000원으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음력 10월 1일에는 10kg에 4만 5000원 이었던 고등어(중품) 값이 보름인 15일에는 4만 7000원, 28일에는 5만 5000원으로 올랐다. 자료 출처 농수산물 유통정보


그런데 실제로 달빛이 조업에 영향을 미칠까요?

국립수산과학원과 부경대학교는 2005년 꽁치봉수망어업에 달빛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요. 예상과 달리, 오히려 월명기의 어획량이 '그믐기'에 비해 12.5% 높게 나타났습니다.

2018년에는 군산대학교와 국립수산과학원이 남서대서양 오징어채낚기어업에 달빛이 어획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요. 평균어획량은 그믐기가 월명기보다 7.6% 높게 나타나긴 했지만,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결국 달빛의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오징어가 어군을 형성하는 수심까지 달빛이 미치기 않기 때문에 달빛이 어획 수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어획과 관계없는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오징어 채낚기 어업은 오징어가 불빛에 잘 모이는 습성을 이용해 집어등을 밝게 비춰 낚싯줄을 채어 낚는 방식입니다. 부산일보DB


하지만 이외에는 연구된 바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달빛의 밝기와 고등어 어획량의 관계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된 바 없죠.

월명이라고 무조건 조업을 쉬는 것은 아닙니다. 설날 대목을 앞두고 1년에 한 번, '월명 조업'을 나갑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을 가지고 월명과의 상관 관계를 밝혀내긴 어렵겠죠.

월명 조업 때 어획량이 적거나 많다고 해서 이게 꼭 '달빛'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날씨나 수온 등 또 다른 변수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요.

새해 첫 조업에 나선 대형 선망 어선 100여 척이 만선을 기원하며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출항하는 모습. 부산일보DB


하지만 실제로 달빛이 어획량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달빛이 밝다한들 등선에서 비추는 불만큼 밝지는 않다는 겁니다.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문헌에도 나왔듯 월명 때 달이 밝은 건 집어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과거부터 노사 간 월명 기간에 조업을 쉬다보니 관습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진정한 휴식의 의미에 더욱 가까워진 월명기. 밤하늘을 환히 밝히는 보름달을 보며 물고기도 쉬고, 선원들도 쉬어 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이 기사는 아래 링크를 통해 <부산일보> 인터랙티브 스토리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3tjQVr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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