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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추 Dec 13. 2024

그가 나타나는 때에, 누가 살아 남겠느냐?

후추 목사의 대림절 이야기(1)

말라기 3장, 새번역

1 "내가 나의 특사를 보내겠다. 그가 나의 갈 길을 닦을 것이다. 너희가 오랫동안 기다린 주가, 문득 자기의 궁궐에 이를 것이다. 너희가 오랫동안 기다린, 그 언약의 특사가 이를 것이다. 나 만군의 주가 말한다.
2 그러나 그가 이르는 날에, 누가 견디어 내며, 그가 나타나는 때에, 누가 살아 남겠느냐? 그는 금과 은을 연단하는 불과 같을 것이며, 표백하는 잿물과 같을 것이다.
3 그는, 은을 정련하여 깨끗하게 하는 정련공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서 레위 자손을 깨끗하게 할 것이다. 금속 정련공이 은과 금을 정련하듯이, 그가 그들을 깨끗하게 하면, 그 레위 자손이 나 주에게 올바른 제물을 드리게 될 것이다.
4 유다와 예루살렘의 제물이 옛날처럼, 지난날처럼, 나 주를 기쁘게 할 것이다.


  대림절은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4주간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대림절에는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염원이 느껴지기도 하고, 재판정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님의 탄생을 고대하는 예언과 노래는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비장하면서도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사실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된 성서의 예언은 정의로운 심판을 호소하는 의지가 더욱 짙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말라기의 예언처럼 엄중한 심판이 이루어질 그날에는 대장간의 망치질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추기까지 많은 시련과 고난이 뒤따르는 것을 봅니다. 얼마 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시인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을 낭송하는 걸 들었습니다.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中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아직 동트지 않은 시간, 시인은 뒷골목 어딘가에서 들리는 체포조의 검문하는 소리, 누군가의 비명과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에 대해 말합니다. 민주화가 이뤄지기 전, 반드시 겪어야 할 수밖에 없던 인고의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풀무불과 같은 시간을 거쳐 민주사회로 정련되는 시간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런 하수상한 시절을 대담하게 보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기까지 우리가 겪어야 하는 시련과 고난의 분량이 있는 듯합니다.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도 인내하며 증명해야 하는 정의로움과 평화로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날까지 우리는 어떤 증언을 해야 하며, 어떤 증거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Unsplash의 Annie Spr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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