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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추 Dec 15. 2024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후추 목사의 대림절 이야기(2)

누가복음 3장, 새번역

7 요한은 자기에게 세례를 받으러 나오는 무리에게 말하였다.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닥쳐올 진노를 피하라고 일러주더냐?
8 회개에 알맞는 열매를 맺어라. 너희는 속으로 '아브라함은 우리의 조상이다' 하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만드실 수 있다.
9 도끼를 이미 나무 뿌리에 갖다 놓으셨다. 그러므로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다 찍어서 불 속에 던지신다."
10 무리가 요한에게 물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11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속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
12 세리들도 세례를 받으러 와서,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13 요한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너희에게 정해 준 것보다 더 받지 말아라."
14 또 군인들도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아무에게도 협박하여 억지로 빼앗거나, 거짓 고소를 하여 빼앗거나, 속여서 빼앗지 말고, 너희의 봉급으로 만족하게 여겨라."
15 백성이 그리스도를 고대하고 있던 터에, 모두들 마음 속으로 요한에 대하여 생각하기를, 그가 그리스도가 아닐까 하였다.
16 그래서 요한은 모든 사람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주지만, 나보다 더 능력 있는 분이 오실 터인데, 나는 그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소. 그는 여러분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오.
17 그는 자기의 타작 마당을 깨끗이 하려고, 손에 키를 들었으니,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실 것이오."
18 요한은 그 밖에도, 많은 일을 권면하면서, 백성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였다.


St. John the Baptist, Dionysiou Monastery

  요한은 사람들에게 회개할 것을 강력하게 외쳤습니다. 사람들은 요단 강에서 침례를 받으며, 자신들의 조상이 출애굽 종살이에서 벗어나 홍해를 건넌 사건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비록 그들은 자기네 집과 땅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로마의 종살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노예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땅은 로마에서 파견된 총독과 군대가 통치하고, 로마의 승인을 받은 헤롯 가문의 통치를 받고 있었기에 그렇습니다. 


  외세의 지배를 받던 유대인들이 해마다 유월절을 지키며, 종살이에서 벗어난 그들의 조상과 그들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며 자유를 바란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줄곧 구약시대의 예언자들은 그러한 종살이에서 벗어날 길이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침례를 베풀며 회개를 촉구하는 요한도 ‘하나님께 돌아가는’ 회개에 대해 말했습니다. 요한의 침례를 받은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러한 반응은 말라기 3장 7절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돌아가려면, 우리가 무엇을 하여야 합니까?”  


  관념적이고 현학적인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요한은 단순명료하게 그들의 지위를 남용하지 말라고 답했습니다. 사변적 질문에 대한 요한의 답은 지극히 실천적입니다. 결기를 보여주기 위해 직업을 포기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들의 생활 전반에서 불의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최후의 심판에 대한 엄중한 경고에 비하면 회개의 스케일이 작아 보이기도 합니다. 결연한 자세로 사회운동에 투신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엄청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진정한 회개란 진심어린 마음으로 소박한 일상을 정의롭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광장에서 정의를 외치는 것만큼 사소한 불의를 저지르지 않는 게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일관된 삶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매사에 어리석을 정도로 우직하게 곧은 길로 가려는 사람은 고지식해 보일지는 몰라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습니다. 엊그제 방첩사 법무장교들이 상관의 부당한 명령에 대해 적법성을 따지며 반대했다는 뉴스를 읽었습니다. “내일 세상이 무너져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누군가의 명언처럼 일터와 쉼터, 삶터에서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진심으로 사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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