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추 Dec 22. 2024

사랑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후추 목사의 대림절 이야기(3)

누가복음 1장, 새번역

46 그리하여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47 내 마음이 내 구주 하나님을 좋아함은,
48 그가 이 여종의 비천함을 보살펴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할 것입니다.
49 힘센 분이 나에게 큰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거룩하고,
50 그의 자비하심은,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대대로 있을 것입니다.
51 그는 그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셨으니,
52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사람을 높이셨습니다.
53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
54 그는 자비를 기억하셔서, 자기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55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는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영원토록 있을 것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영화 <마리아>를 봤습니다. 성모 마리아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영화였습니다. 대배우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헤롯 대왕은 정치적 야욕이 넘치는 인물이었습니다. 영화 <두 교황>에서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했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헤롯은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을 증축했고, 자신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메시아가 태어났다는 베들레헴 지역에서 2세 이하 남아들을 살육한 인물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아내 미리암과 장모, 자신의 세 아들을 외도와 반역 혐의로 처형했는데, 로마 황제가 "헤롯의 아들보다 헤롯의 돼지가 되는 게 낫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포악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러한 기록들은 헤롯의 통치가 무자비하고 폭력적이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헤롯은 전제군주로 유대 민중 위에 군림했습니다. 자연스레 헤롯을 호위하는 강력한 공권력, 군권력을 상상하게 됩니다. 헤롯의 무력 정치는 군을 통해 법을 집행하는 계엄(martial law) 상황을 연상시킵니다.


출처: 넷플릭스, D.J. Caruso, <마리아>


  지난 12월 3일, 국회에서 헤롯 대왕의 정치를 실감케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계엄을 통해 특수부대가 국회에 실탄 1,920발을 챙겨 출동하여 입법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고, 판사를 체포하여 사법권을 침해하려고 했다는 뉴스는 아무런 제약없이 통치하는 헤롯의 정치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폭군 헤롯의 폭정을 견뎌야 했던 마리아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결하고 여린 소녀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택함을 받았다고 하지만,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마리아는 미혼모가 되기로 작정했습니다. 또한 살해당한 아들을 품에 안고 절규하는 엄마들을 목격하고, 폭군 헤롯의 추격을 피해 피신했던 마리아는 전사에 가까울 것입니다. 마리아는 하나님께서 그를 두려워하는 자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교만한 권력자를 심판하시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마리아의 노래는 서정적 멜로디의 찬송보다 혁명가에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마리아는 칼과 창이 아니라 엄마의 이름으로 헤롯의 폭력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녀는 아기를 잉태함으로써 헤롯에게 맞섰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란 마리아의 모습이 무척이나 역설적입니다. 강력한 군대를 통해 이룬 로마의 평화와 대비됩니다. 무장해제의 약함을 통해 이룬 새로운 평화입니다. 결국 헤롯 대왕이 이룬 유대 왕국은 엄마 마리아가 노래한 하나님의 왕국으로 대체됩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은 비폭력 저항의 십자가와 유사합니다. 어린아이의 헐벗은 살갗, 십자가에 달린 힘없는 예수 그리스도가 중무장한 군인의 갑옷을 벗겼습니다.


폴 고갱, <황색의 그리스도>


  지난 12월 4일, 군용 전술차량을 막아선 맨몸으로 시민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폭력이 아닌 비폭력으로 세상을 구한 모습입니다. 영화 <마리아>의 마지막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Love will save the World.
오직 사랑이 세상을 구합니다.



출처: 한겨레신문, 백소아 등, [만리재사진첩] 군차량 에워싼 시민들 “비상계엄 철폐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