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과 사랑, 진정 무엇이 불평등을 해소할 것인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두 가지 방식

by 후추
고린도전서 13장, 새번역

1 내가 사람의 모든 말과 천사의 말을 할 수 있을지라도, 내게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이나 요란한 꽹과리가 될 뿐입니다.
2 내가 예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또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3 내가 내 모든 소유를 나누어줄지라도, 내가 자랑삼아 내 몸을 넘겨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는 아무런 이로움이 없습니다.
4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5 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으며,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6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7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딥니다.
8 사랑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언도 사라지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사라집니다.
9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합니다.
10 그러나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인 것은 사라집니다.
11 내가 어릴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았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습니다.
12 지금은 우리가 거울로 영상을 보듯이 희미하게 보지마는,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여 볼 것입니다. 지금은 내가 부분밖에 알지 못하지마는, 그 때에는 하나님께서 나를 아신 것과 같이, 내가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13 그러므로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가운데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고린도 교회에는 다양한 은사가 나타났지만, 이로 인해 교회에 분열이 일어났습니다. 은사의 종류와 유무에 따라 우열을 가려지는 문제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교회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성직자와 비성직자, 직분자와 비직분자 간의 위계질서가 형성되어 있죠. 또한 은사가 나타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에 만연한 위계질서가 교회에 반복되는 것을 보면, 과연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존엄성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기독교의 윤리와 이상이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 듭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조선 중기에 태어난 허균은 서얼 차별에 맞서 활빈당을 조직하고 율도국을 건설한 홍길동을 통해 이상사회를 상상으로나마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그가 누이 허난설헌의 시집을 발간한 것도 기득권 사회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분, 성별, 인종, 종교, 민족, 장애,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어져 왔습니다. 평등사회를 향한 움직임은 곧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정치인들은 제도를 만들고, 행정공무원들은 정책을 실행하며, 법원공무원들은 법질서를 수호함으로써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교회 역시 평등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도입했습니다. 당회제도를 통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장로교회가 있는가 하면, 회중교회인 침례교회처럼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노력을 넘어, 공교회가 '사랑'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고린도 교회에서 발생한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사회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사랑'이라는 더 큰 은사를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은사나 직분도 사랑이 없으면 무익하다는 가르침은, 공교회가 사랑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방식을 믿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고린도전서 13장의 핵심 메시지이며, 분열된 고린도 교회를 통합하는 열쇠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공동체를 위한 덕목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하나님을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에 그의 가르침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인류는 법과 제도를 통해 정의를 추구해 왔고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었지만, 사랑은 이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으로 기능합니다. 진정한 통합은 위계질서가 만연한 고린도 교회에 사랑이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개혁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혁명에 참여하라는 종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의 혁명은 십자가 위의 예수 그리스도께서 먼저 보이신 모범이었습니다.


사랑은 권력자라는 이유로 무례를 행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나보다 약한 존재를 향해 폭력으로 굴복시키지 않고, 오래 참고 신뢰를 보여줌으로써 설득하는 것입니다. "Love wins"라는 구호를 든 이들이 사회 문제와 혐오에 맞서는 모습에서 보듯이, 겉보기에 무력해 보이는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목격하기도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도 사랑을 통해 정의로움이 실현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봤던 영화 <마리아>의 마지막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Love will save the World” 사랑이 세상을 구합니다. 교회는 사랑을 통해 망가진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신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7367337776_f39e05c8f1_o.jpg Capital Pride 2012 parade near Dupont Circle, Washington,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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