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서 태어난 하나의 인류

by 후추
갈라디아서 3장 23-29절, 새번역

23 믿음이 오기 전에는, 우리는 율법의 감시를 받으면서, 장차 올 믿음이 나타날 때까지 갇혀 있었습니다.
24 그래서 율법은,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 우리에게 개인교사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의롭다고 하심을 받게 하시려고 한 것입니다.
25 그런데 그 믿음이 이미 왔으므로, 우리가 이제는 개인교사 아래에 있지 않습니다.
26 여러분은 모두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27 여러분은 모두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고, 그리스도를 옷으로 입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28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으며,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가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29 여러분이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면, 여러분은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약속을 따라 정해진 상속자들입니다.


우리 교단에서는 대개 침수 세례를 하는데, 온몸을 물에 잠기게 하여 죄에 죽고 의롭게 되살아나는 의미를 더하기 위함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침수 세례를 받으셨기에 침례교회는 이를 중요한 전통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물속에 잠겼다가 일어나는 침수 세례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는 걸 보여주는 예식입니다. 죽음과 부활의 상징적 체험을 통해 신앙인은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외에도 교회 전통에서는 머리에 물을 붓는 관수 세례, 물을 흩뿌리는 살수 세례 등이 있습니다. 많은 교파에서 관수 세례를 행하고 있으나, 침례교회와 동방교회에서는 침수 세례를 택하고 있습니다. 방식이야 다양하지만, 과거의 죄를 씻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다는 의미는 동일합니다.


33.jpg Joaquín Sorolla, "Baño en la playa"(1908)


하지만 신학적 중요성이 중요하게 다뤄졌던 것에 비해, 세례를 통한 삶의 변화, 세례의 교회 윤리적 의미는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개인적인 구원의 체험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성경은 세례의 더 깊고 넓은 의미를 보여줍니다. 갈라디아서 본문에서 바울은 율법과 믿음에 대해 비교한 후, 세례에 대해 말합니다. 세례는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세례를 통한 결과는 무엇일까요? 바울은 놀라운 선언을 합니다.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으며,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을 오늘날의 언어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더 이상 우파도 좌파도 없으며, 계층화된 사회적 신분과 차별도 사라졌으며, 남자와 여자를 갈라치기하는 것도 없습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없으며, 학벌이나 출신지도 무의미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께 속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제3의 인류입니다. 이는 기존의 사회적 구분과 편견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정체성을 의미합니다.


세례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면서 동시에 신자들의 연합과 일치를 지향합니다. 그리스도인 안에서 더 이상 세대와 지역, 성별 간의 분열과 분쟁을 조장하는 일이 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은 공동체의 일원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세례는 신자 개인의 신비적 연합 체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실현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관문입니다. 세례가 갖는 공동체 의미와 윤리적 의미를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