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가든

드론비서실장1회

by Sun Lee

동쪽 하늘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다섯 시,
옅은 검정 위로 붉은빛이 서서히 번져 나왔다.
한강 남단에 우뚝 선 리치 타워 123층 펜트하우스.
벽면 가득 펼쳐진 대형 홀로 스크린이 어둠을 밀어내며 켜졌다.

“주요 경제·에너지 지표, 전송 완료.
오늘 일정 보고를 시작합니다.”

드론 비서실장 델타의 차분한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스크린에는 각국의 경제 지표, 국제 뉴스,
리치 그룹의 실시간 경영 현황이 순서대로 떠올랐다.

“오전 11시—에너지부 장관 면담.
저녁—초대 정부 인사 만찬.. 리치타워 Paradise Garden.

해외—파푸아뉴기니 전국 발전 건설 프로젝트 계약 추진건

이어 델타 산하 드론 비서들이
전 세계 지사 업무와 영업 현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고했다.


“장관님, 저희가 제안한 국내 산림 수소 발전소 건설 허가를 부탁드립니다.”

“아직 실무진 검토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답변드리기 어렵습니다.”

김광철은 이미 6개월 전에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정보 보고에 따르면 유일한 에너지부 장관은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라며 실무진에게 지연을 지시하고 있었다.

“대통령께서도 경제비서관을 통해 사전 승인하셨습니다.
장관님만 추진해 주시면 됩니다.”

광철이 정색하며 압박하자, 유 장관은 단호히 대꾸했다.
“대통령께서도 주무 장관인 제 판단에 일임하셨습니다.
국민 관심이 집중된 프로젝트라 함부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면담을 마친 광철은 홀로 엘리베이터를 타며 중얼거렸다.
“저 꼴통 장관… 빨리 없어져야 일이 풀릴 텐데.”

곁을 지키던 델타가 고개를 돌렸다.
“방금… 유 장관을 없애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아니다. 신경 쓰지 마.


그날 밤, 리치 타워 123층 팬트 하우스 옥상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가든파티룸.

김광철 회장 전용 비밀 로비 장소인 이곳은 펜트하우스 바로 위 옥상에 위치한 현대판 미니 아방궁이다.

한강 전경이 한눈에 펼쳐 저 보이는 초호화 시설의 바, 특수 사우나 시설이 있는 디럭스 룸이 10여 개 붙어 있는, 쾌락을 즐기는 무리들에게는 무릉도원이나 다름없다.

정실장 님 오늘 에너지부 장관을 만났습니다.

미리 대기시킨 대학 재학 중인 팔등신 아가씨를 껴안고 러브샷을 하며 흥을 내고 있는 비서실장에게 오늘의 파티의 목적을 알려 주는 김광철 회장.

오늘은 다 잊고 즐기도록 합시다.

한참 즐기려는데 방해하지 말라는 듯 아가씨를 껴안은 채 말대꾸를 하는 정실장.

예, 알겠습니다. 그럼 자세한 말씀은 다시 사무실에 방문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너도 한잔 해라.

김광철은 최근에 새 애인이 된 S여대 미술 전공인 리라를 껴안으며 술을 따라 준다.

실장님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드론 비서실장 델타가 정실장과 아가씨를 바로 옆 룸으로 안내했다.

드론 비서실장 델타는 김광철 회장의 분신인양 항상 그의 곁에서 온갖 일을 다 수행했다.

수송 담당 드론 비서들을 시켜서 귀빈을 모셔 오는 일에서 부터 파티에 서브할 아가씨들을 준비시키는 일과, 파티 후 오늘처럼 귀빈을 모시는 일까지 다 델타의 몫이다.

정부 고위층과 술자리를 마친 광철은
리라와 함께 그의 침실로 돌아왔다.
서울의 네온이 검붉게 번쩍이고,
멀리 교회 종탑의 붉은 십자가가
유난히 강렬한 빛으로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곁에서 리라가 웃음을 머금은 채 기대어 서있었다.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광철은 창밖을 바라보며
유리창에 어른거리는 붉은빛을 오래 바라보았다.


파푸아 뉴기니 현지 전력청장실

파푸아 뉴기니 루이 전력청장과 호주 산호세 발전사 회장이
은밀히 통화하고 있었다.

“이번 전국가 전력화 프로젝트가
한국 리치 그룹의 분산형 산림 수소 발전으로 발주되면
PIC 지역 시장은 모두 그들 손에 들어갑니다.
어떻게든 우리 호주의 초임계 수력 시스템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이미 한국 정부와 합의된 사안이라 쉽지 않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우리 정부에서 직접 나서 주기로 했습니다.
일단 계약일자를 연기해 주십시오.”

리치 그룹의 분산형 수소 발전 시스템은

바닷물과 산림 자원, 산업 폐수를 활용해
수소를 추출하는 독자적 특허 기술이다.
남태평양 도서 지역에 최적화된 이 기술은
이미 여러 섬나라 정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파푸아 뉴기니의 풍성한 산림 자원을 이용한 발전 시스템은 호주의 초임계 수력발전 시스템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화는 리치 그룹 드론 네트워크가
스카이 링크를 통해 실시간 도청 중이었다.
델타는 즉시 김광철에게 보고를 올렸다.

리치타워 122층 김광철 회장이 막 출근하여 사업 파트너 이지윤사장과 업무 협의를 하는 중이었다.

홀로 스크린에 현지 드론 비서가 직접 상황 보고를 한다.

이제 마지막 계약서에 싸인만 남긴 상황,

그동안 극비에 추진하던 프로젝트에 검은 그림자가 깃들려 하고 있었다.

총 사업규모가 US $ 12억 정도 규모의 사업이다.

파푸아 뉴기니 전국의 산간 골짜기까지 이제 문명의 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하여 한국정부에서도 특별 해외 개발 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되어 있고 세계은행의 파이낸싱도 합의가 된 상태였다,

이미 1200대의 발전 시스템 생산 지시까지 다 내려 가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호주 업체가 호주 정부의 도움을 받아 이 사업에 끼어들어 방해를 하려 한다는 보고를 접한 김광철 회장은 긴급 발생한 변수에 대해 대처 방안을 즉시 마련하라고 델타에게 지시를 했다.

이러한 긴급 상황에 대한 분석 역시 델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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