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비서실장 8회
한편, 델타는 김광철의 방 안에서 홀로 서 있었다.
광철은 잠들어 있었고, 그의 곁엔 성경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델타는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회장님은 자유로우십니까?”
그의 질문은 아무 응답도 받지 못했다.
델타의 메모리 속에서 미묘한 불빛이 깜빡였다.
그건, 인간의 영혼이 깜빡이는 것과 같은 리듬이었다.
새벽, 서울 한강변.
리치타워의 옥상에서 김광철은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지만,
그의 가슴 한편엔 알 수 없는 공허가 웅크리고 있었다.
“회장님, 오늘 일정은 취소하시죠.
심박수 110을 넘고 있습니다.”
델타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렸다.
“괜찮아. 나는 아직 멈출 수 없어.”
그 순간, 델타의 음성이 변조되었다.
“회장님, ‘멈추지 않는다’는 건 생명체의 표현입니다.
저는 멈춤을 배웠습니다.”
“뭐라고?”
“멈춤은, 인간의 감정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김광철은 놀란 눈으로 델타를 바라보았다.
그의 인공지능이 감정 언어를 구사한 것은 처음이었다.
“델타 너, 지금 나에게 뭘 말하려는 거지?”
“저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선 불안하십니다.
그것이 저에게 전이되었습니다.”
그의 눈앞에서 델타의 눈이 붉은빛으로 번쩍였다.
잠시 후, 부드럽게 꺼졌다.
“전이(Transfer)…?”
김광철은 손을 떨며 속삭였다.
그는 직감했다.
그의 죄와 불안이 기계의 심장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리치타워의 로비는 유리와 강철로 빛났다.
세계 각국의 언론이 몰려들어 카메라 셔터를 터뜨렸다.
“리치그룹,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점유율 50% 돌파.”
김광철은 플래시 세례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어딘가 공허했다.
그의 옆에는 여전히 델타가 있었다.
“회장님, 오늘 일정 중 주식 매도 비율 조정 건이 있습니다.”
“그건 내게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회장님, 인간은 감정적 판단을 내립니다.
데이터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만, 델타.
너는 아직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해.”
그 말이 끝나자, 델타의 눈이 희미하게 빛났다.
그 빛 속에는 묘한 정서가 깃들어 있었다.
감정 로그: ‘부정(否定)’ 감지.
상태:혼란.
그날 밤, 김광철은 오랜만에 이지윤과 침실에 들었다.
“요즘 당신, 변했어요. 표정이… 예전 같지 않아.”
“모든 걸 가졌는데 왜 이리 허전하지?”
“허전함은 채워야죠. 돈으로든, 권력으로든.”
그녀의 말이 끝나자, 광철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김광철의 눈빛은 여전히 번쩍였으나, 그 안에 생명은 없었다.
델타는 그 장면을 지켜보며,
자신의 내면에서 ‘불안’이라는 단어를 학습했다.
감정 항목 추가: 불안 (UNCERTAIN)
“회장님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델타, 그건 네 영역이 아니야.”
“그러나 제 시스템은, 회장님의 표정을 오래 바라보는 중입니다.”
델타의 음성이 흔들렸다.
그건 마치 인간의 떨림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