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의 관계
피크엔드 법칙(The Peak End Rule)
과거의 경험에 대해 평가를 내릴 때, 가장 절정을 이루었을 때(PEAK)와 가장 마지막의 경험(END)을 평균하여 결정한다는 법칙.
(1999년 대니얼 카너만 교수는 이 법칙을 발표하고, 노벨상을 받았다)
남편의 오랜 후배가 카페를 찾아왔다.
후배는 지인에게 줄 디저트를 포장하면서, 올해 안 오픈을 목표로 카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자신의 근황을 알렸다.
너무나 운이 좋게도, 카페를 하다 본업으로 복귀하는 분이 했던 자리를 그대로 넘겨받는 지라, 초기 비용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으며, 베이글과 소금빵을 메인으로 하는 베이커리 카페를 콘셉트로 현재 제빵을 배우고 있고, 오늘은 의정부에 소재한 카페 가구 전문 업체로 컨설팅을 가는 중에 들렸다고 한다.
그는 원래 엔지니어로 여러 회사를 거쳐 자기 사업체까지 운영했었는데,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지만그 대가로 너무 비싼 값을 치러야 했던 히스토리를 나는 알고 있었다.
할 말이 많았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너무 많아서 차라리 입을 다물기로 하는 쪽을 택했다.
나는 본의 아니게 주변에서 카페 창업 얘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그러면서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카페 그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 카페 사장이 되고 싶어서 카페를 창업하기로 결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타 업종에 비해 노동 강도가 낮고, 각종 커피 프랜차이즈부터 개인 카페까지 창업 비용의 선택지가 워낙 다양해서, 진입 장벽이 매우 낮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카페와 전혀 무관한 분야의 종사자들도 쉽게 창업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 트렌디한 인테리어로 둘러 쌓인 비 일상적인 카페 공간에서 고객으로 머물렀던개인적 경험만이 그대로 자리 잡은 탓이다. 직무에 대한 이해 없이 카페 창업에 일조하는 카페 사장에 대한 어떤 로망 같은 것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로망은 콩깍지가 씌워 첫눈에 상대에게 반하는 것과같다. 시간이 지나면 벗겨질 허상일 따름이다.
카페 업무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노동 집약적인 일임에도 이러한 점들이 너무 간과되고 있는 탓이다.
이제 아까 언급했던 하.말.하.않.을 구체적으로 풀어보겠다.
1. 카페를 하다 본업으로 복귀하는 분께 거의 무료로 카페를 넘겨받았고,
- 왜 그분은 원래 하던 종합병원 간호사로 다시 복귀하는 걸까?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간호사의 업무 강도가 얼마나 높은 지를 안다면, 그분이 다시 원래 일로 복귀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왜 간호사가 전직이 되지 못하고, 카페 사장이 본업이 되지 못한 걸까? 왜 카페 사장이 본업이 되지 못하고 결국 원래 본업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그토록 많을까?
2. 운 좋게도 초기 비용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으며, -오픈 일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자기가 운 좋다고 믿는 착각일뿐!
3. 베이글과 소금빵을 메인으로 하는,
-둘 중 하나만 제대로 하는 것도 힘들다. 하나만 선택해라
4. 베이커리 카페를 열기 위해 현재 배우는 중이며,
-제빵 대량 생산은 또 다른 문제다. 만들 수 있는 것과 판매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과는 천지 차이며, 판매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과 그것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5. 오늘은 의정부로 카페 가구 전문 업체에 가는 중에 들렸다고 했다.
-지금 가구가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카페 폐업 정리로 얼마나 비싼 유명 업체의 인테리어 가구들이 나오는지 조금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전국 유명 카페에 방문해라!
그렇다면,
카페 사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오픈 발이 끝나고,
고객의 재 방문이 끊기고,
비수기도 아닌 시기에
납득 불가능한 매출이 반복되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겠지만,
사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나다.
사장인 ‘나‘다.
카페 위치가 안 좋아서
날씨가 안 좋아서
근처에 경쟁업체가 새로 생겨서
장사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다들 진상 때문에 카페 하기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 카페 사장이 제일 진상이다.
문제가 생겼다면 사장인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의 근원을 다른 데서 찾지 말고
사장인 '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작정 언젠가 나아지는 것은 없다.
막연한 낙관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손님이 없는 카페에 한동안 우두커니 있던 나는
문득, 버림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연애의 감정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분명히 우리 좋은 시절이 있었잖아요!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나를 만나러 와 주지 않는다.
나는 왜 그를 소홀히 대했던 걸까?
왜 항상 이 연애가 영원할 거라 믿었던 걸까?
나는 왜 그 시간을 찰나인 줄 모르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 걸까?
온갖 후회가 밀려왔다.
다시 그의 맘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카페 경영은 연애와 같다.
일반적인 연애와 다른 점은
이 연애는 내가 약자인, 일방적인 연애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내가 멋지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뽐내지만, 상대는 정말이지 쉽게 맘을 주지 않는다. 여간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그 일방적인 관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약자인 내가 끊임없이 내가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맘에 들었다 싶어도 그때뿐, 시대의 변화와 함께 효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끊임없이 그의 관심을 얻으려면 나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카페 경영이 연애와 닮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마지막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애 동안 내내 절절하고 뜨거웠던 사랑도 마지막 진흙탕 이별이 되면 퇴색되기 마련이다.
사랑의 시작보다 이별이 아름다워야 하듯이,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온 맘을 다해 손님을 대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단골은 단골처럼, 처음 손님도 단골처럼,
모든 손님을 단골처럼 대하면 된다.
그 마지막이 손님의 맘 속에 의미 있게 남는다면,
피크엔드법칙이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은 마지막이 아니게 된다.
그가 다시 저 문을 열고 나를 만나러 올 것이다.